가치투자의 틀
2007.3.14
[퍼온글]  하상주
 
가치투자의 틀은 크게 두 가지로 되어 있다. 하나는 가치와 가격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의 위험을 최소가 되도록 어떻게 줄이느냐 하는 점이다. 이 둘을 합치면 주가(시장가격)이 기업의 가치보다 아주 싼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가치가 100인 회사를 50에 사는 것이다.
 
1.가치와 가격의 관계
 
여기서 가치란 기업의 가치, 즉 내재가치/본질가치/적정가격을 말하고 가격이란 그 기업의 시장 가격, 즉 주가를 말한다. 가치와 가격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크게 3가지가 있고, 각각의 시각에 따라서 투자 방식이 달라진다.
 
(1) 가격의 변화는 가치에 일어나는 변화를 먼저 반영한다는 견해
 
그래서 가치를 볼 필요가 없다. 가격에 일어나는 변화만 보면 된다.
 
투자방법: 가격에 일어나는 변화의 유형을 보면 앞으로 가격이 어디로 움직일지 짐작할 수 있다. 기술적 분석
 
 (2) 기업 가치의 크기와 크기에 일어나는 변화는 거의 정확하게 그리고 동시에 가격에 반영된다는 견해
 
그래서 굳이 기업의 가치를 측정할 필요가 없다.
 
투자방법: 모든 투자 자산의 수익의 정도는 그 투자의 위험의 크기에 비례한다. 여기서 투자의 위험이란 투자 자산의 가격 변동의 정도를 말한다. 가격 변동이 심하면 위험이 크고, 변동이 적으면 위험이 작다고 본다. 투자의 위험과 투자 수익의 정도는 비례하지만 같은 투자 수익을 얻는데 투자 위험을 최소로 줄이는 길이 있다. 즉 분산투자를 하면 된다. 분산투자를 하면 개별 주식이 가진 위험은 서로 보완되어 없어지고 시장 전체 또는 경제 전체에서 일어나는 위험(*가격 변동 요인)만 남게 된다. 이는 투자자가 어쩔 수 없이 부담해야 할 위험이다. CAPM(자본자산 가격 모형)
 
(3) 가치가 가끔은 제대로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견해
 
그래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여 이것이 시장 가격과 차이가 많이 날 경우를 이용하여 투자한다.
 
투자방법: 가치투자방법
 
가치와 가격이 서로 달라지는 까닭
 
가치가 정확하게 가격으로 반영되지 않는 까닭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기업의 가치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이 의사 결정에서 심리-여기서는 두려움과 욕심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가치투자에서 시장 가격을 보는 관점     
 
시장 가격은 투자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시장 가격을 이용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투자가는 평소에는 시장 가격을 잊어버리고 있다 시장 가격이 기업의 가치에 비해서 아주 높거나 아주 낮은 경우에만 시장 가격을 이용하면 된다.
 
시장 가격은 아주 변동이 심하다. 시장을 Mr.Market이라고 부른다면(벤자민 그레이엄이 만들어 낸 개념), 시장은 조울증 환자다. 하루는 기분이 좋아서 내가 가진 주식을 아주 높은 값에 사려고 한다. 그 다음 날에는 아주 우울한 얼굴을 하고는 자신이 가진 주식을 아주 싼 값에 나에게 팔려고 한다.
 
투자가는 10년 동안 주식시장이 문을 닫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시장 가격이 아래 위로 많이 움직이는 것이 투자의 위험이 아니다.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 질수록 더 좋은 투자 기회가 만들어 질 뿐이다. 이것이 어찌 투자의 위험이 되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주가의 변동을 투자의 위험으로 보는 CAPM은 주가가 많이 떨어질수록 위험이 크다고 보므로 출발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기업의 가치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가치투자를 하려면 어쩔 수 없이 기업의 가치를 측정해야 한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기업의 가치는 알아내기 어렵다.  어떤 자산의 가치란 그 자산이 앞으로 만들어 낼 수익의 크기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자산을 100을 주고 사는 것은 앞으로 그 자산이 나에게 만들어 줄 수익이 최소 100 이상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 자산이 앞으로 100이상의 수익을 만들어 줄지 아닐지는 알기가 쉽지 않다. 미래는 불확실한 것으로 채워져 있기때문이다. 가치투자의 핵심은 이 미래 불확실성에서 오는 위험 즉 투자 손실이 최소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2. 투자 위험(손실)을 최소로 만들려면   
 
투자손실이 최소가 되려면 다음 두가지 과정을 밟아야 한다. 하나는 미래 수익을 잘 예측해야 한다. 그래야 그 회사의 내재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둘째는 회사의 미래 수익으로 측정한 내재 가치보다 가능한 싸게 사야 한다.
 
회사들 중에는 미래 수익 예측이 상대적으로 쉬운 회가가 있고 어려운 회사가 있다. 미래 수익을 잘 예측하려면 먼저 예측이 쉬운 회사를 골라야 한다. 미래 수익 예측이 쉬운 회사란 회사의 미래 수익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작은 회사 즉 사업의 내용이 단순한 회사다. 둘째는 내가 회사의 사업 내용 또는 성격을 잘 아는 회사여야 한다. 회사의 내용이 단순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좀 복잡하더라도 내가 잘 아는 회사면 된다.  (Circle of Competence)
 
그리고 미래 수익을 잘 예측하려면 미래 수익이 크게 변동하지 않을 회사여야 한다. 회사의 미래 수익에 변동이 작으려면 앞으로 회사 내외부에서 일어나는 나쁜 영향을 잘 받아 넘길 수 있는 회사 즉 장기적으로 경쟁우위 요소를 가진 회사여야 한다. 경쟁우위 요소를 가진 회사는 미래라는 거친 바다에서 넘어지지 않고 정해진 목적지로 나갈 수 있다. (Moat)
 
여기서 경쟁우위요소란 1) 경쟁자가 잘 따라잡지 못하는 회사 2) 대체재가 잘 없는 회사 3) 값을 올려도 수요자가 떠나지 않는 회사 4) 사회적 그리고 법적 독점인 회사 5)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회사 등을 말한다.
 
 
가치투자에 적당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가치투자방법을 적용하기 적당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가 있다. 기본적으로 미래 수익이 확실하고 안정된 회사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회사여야만 그 회사의 내재가치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수익이 얼마가 될지 짐작이 들지 않고, 비록 미래 수익이 난다고 하더라도 변동이 심하면, 이런 회사는 내재가치를 측정하기 매우 어렵다. 비록 내재가치를 계산으로는 측정했다고 하더라도 이 가치를 믿기 어렵다.
 
그래서 과거 역사가 짧아서 경기 변동을 아직 겪어보지 않은 회사, 경기 변동에 따라 실적 변화가 심한 회사, 그 회사의 실적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많은 회사, 경쟁이 심해서 앞으로 회사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하기 어려운 회사 등은 가치투자를 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반면에 역사가 오래되었고, 과거 영업실적이 안정되어 있고, 앞으로도 어지간한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을 낼 것으로 보여서 미래 수익의 예상이 비교적 쉽고, 믿을 수 있는 회사, 이런 회사가 가치투자에 알맞는 회사다.
 
성장주와 가치주의 구분은 가능한가?
 
투자가들은 자주 성장주와 가치주가 서로 반대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이 구분은 잘못된 것이다. 성장이란 기본적으로 가치의 성장이다. 가치 이외의 성장이란 투자나 경영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치가 늘어나느냐 또는 줄어드는가? 늘어난다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가? 의 구분만이 있을 뿐이다.
 
보통 가치주와 성장주를 구분하는 배경은 어떤 회사가 비록 지금은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지금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잘만 되면 몇 년 안에 큰 수익을 낼 것 같은 회사가 있다고 하자. 이런 회사를 성장주라고 한다. 반면에 지금 수익을 내고 있지만 그 수익의 성장 전망이 느려 보이는 회사가 있다. 이런 회사를 성장주와 대비하여 가치주라고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서 구분한 성장주가 과연 가까운 미래에 언론에서 떠들고 있는 것처럼 큰 수익을 낼 것인지 아닐지는 알기 어렵다. 비록 시장이 커진다하더라도 어떤 회사가 실제로 이 분야에서 수익을 낼 것인지는 더더욱 알기 어렵다. 따라서 정확하게 보자면 이런 회사는 예상이 틀릴 가능성 즉 투자 위험이 높은 회사다. 투자 위험이 높으므로 이 회사의 주가는 당연히 낮아야 한다. 그러나 비록 잠시이기는 하지만 정반대인 경우가 자주 있다.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잘 모르기 때문에 자산의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가 있다. 미래를 잘 모른다는 말은 그 회사가 미래에 부도를 낼 수도 있지만 그 회사가 미래에 대박을 낼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이 경우 투자가들은 전자가 일어날 가능성은 무시하고, 후자가 일어날 가능성에 내기를 거는 것이다.
 
투자란 한편으로 보면 수익을 내려는 것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 보면 투자 손실이 최소가 되도록 하는 노력이기도 하다. 투자가들은 후자에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 전자에 매달리면 투자 손실이라는 위험을 무시하기 쉽기 때문이다. 후자에 집중하여 손실이 최소가 되도록 노력하다 보면 좋은 투자 기회를 만나게 된다.
 
 
분산투자와 집중투자  
 
많은 사람들이 분산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야 하나가 잘못되더라도 다른 하나가 잘 되어서 전체로 보아 투자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정말 분산투자를 하면 투자 손실이 줄어드는 것일까? 예를 들어 주식에 투자한다고 하자. 주식에서 가장 분산 투자를 잘한 것이 바로 주가 지수다. 그래서 주가 지수에 투자한 결과 투자 손실이 줄어 들었는가?
 
시장 지수 만큼의 수익에 만족하겠다는 경우는 이렇게 하면 된다. 그러나 만약 어떤 투자가가 시장 지수보다는 더 높은 투자수익을 원한다고 할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투자 자금을 어느 곳에 집중하지 않고 널리 분산하는 까닭은 기본적으로 앞으로 어떤 자산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잘 모르면 당연히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므로 분산투자를 해야하느냐 아니냐는 질문에 대답 정답은 잘 모르면 분산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할 경우는 대답이 달라진다. 내가 갑이라는 회사를 잘 아는데, 지금 이 회사의 시장 가격이 그 회사의 내재가치보다 매우 낮다고 하자. 그럼 이 경우 나는 집중투자를 해야 하는가 아니면 분산투자를 해야 하는가? 내가 가진 돈 100을 모두 회사 갑의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가? 아니면 사람들이 자꾸 분산투자를 하라고 하니 50만 갑의 주식을 사고, 나머지 50으로는 내가 잘 모르는 회사 을, 병, 정 등에 분산해서 투자해야 하는가? 과연 어느 것이 더 위험한 투자 방식일까? 내가 잘 알는 회사이고, 주가가 가치에 비해 매우 낮은 회사 갑에 집중하는 것과 내가 잘 모르고, 주가가 가치보다 싼지 비싼지 모르는 회사들에 분산해서 투자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위험한 투자인가? 위험을 줄이겠다고 시작한 분산투자가 결과로는 오히려 더 위험한 투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회사를 싸게 사려면
 
이처럼 미래 수익이 안정되어 있고, 예측이 쉬운 회사를 찾았다고 끝이 아니다. 그 다음에는 이런 회사이면서도 내재가치에 비해서 시장 가격이 싼 회사여야 한다. 왜냐하면 투자가가 내재가치를 잘못 측정했을 수도 있기때문이다. 또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투자가는 3톤의 차를 몰고 가려면 3.5톤을 견디는 다리가 아니라 5톤을 견디는 다리를 지나가야 한다. (안전여유 Margin of Safety 벤저민 그레이엄이 사용한 개념)
 
당연히 내재가치가 100인 회사의 시장 가격이 50이 되는 정도로 안전 여유가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래서 가치투자의 대가인 워렌 버핏은 일생에 20번만 투자하면 충분하다고 한다. 이런 경우가 결코 자주 오지는 않지만 이를 기회가 찾아오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견디어야 한다.(endure Boring)  날아오는 공마다 방망이를 휘둘려서는 안된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도 마찬가지다. 타자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로 오는 공에만 위둘러야 한다. 투자에는 스트라이크 아웃이 없으므로 조급할 이유가 없다. 이런 기회는 다수를 따라다니면 결코 오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이런 기회가 오면 이를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런 기회가 오면 가지고 있는 여유 자금을 모두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이 경우에도 분산투자를 하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바보만이 이렇게 할 것이다.
 
*이글은 핵심 개념을 거의 모두 워렌 버핏에게서 빌려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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