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가치투자)미국 금융 생태계가 보내는 경고음 ·················· 시황 재료방
이 헤지펀드는 보통의 헤지펀드와 마찬가지로 고객의 돈만이 아니라 월가의 투자가들에게서 모집한 것보다 거의 10배에 가까운 돈을 대형 금융기관에서 빌려서 투자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 헤지펀드가 투자에서 손실을 보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투자가들은 투자 금액을 빼가려 하고 이 헤지펀드에 돈을 빌려준 메릴 린치, 제이피 모건 등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은 마진 콜을 요구하면서 담보로 설정한 자산을 팔려고 했다.
만약 실제로 이 헤지펀드가 투자한 자산이 시장에서 팔리면 문제가 커진다. 이 헤지펀드가 투자한 자산은 모기지 그 자체가 아니고 이런 모기지를 여러 개 모아서 이를 기초로 하여 만든 새로운 채권형 상품(*파생상품)인데, 이 상품은 시장에서 거의 거래가 없기 때문에 이 상품의 가격을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다. 모기지의 연체와 부도가 높아지면 이를 기초로 만든 모기지 파생상품의 가격은 당연히 내려간다.
그러나 이 상품에 투자한 다른 많은 투자가들의 장부에는 여전히 과거 연체와 부도가 낮은 상태에서 처음 산 가격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만약 베어 스턴즈의 헤지펀드 자산의 가격이 장부 가격에서 예를 들어 50% 떨어진다고 하면 다른 투자가들도 투자에서 손실을 본 것으로 기록해야 할 압력을 받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모기지(*이를 가계 부채 상품이라고 부르기로 하자)를 기초로 만든 부채 파생상품만이 가치 평가의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부채를 기초로 만든 부채 파생상품 역시 이를 거래하는 일상의 거래 시장이 없다. 그래서 가치 평가에 여러 가지 왜곡과 이해 관계가 들어가 있다. 가계 부채의 파생상품에서 가치 평가의 부정과 왜곡을 느끼기 시작한 투자가들은 이제 기업 부채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도 망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다시 기업 부채의 발행도 줄인다.
이번 칼럼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이런 부채 파생상품이 갖는 기능과 이에 대한 평가다. 어떤 금융기관이 가계나 기업에 돈을 빌려준 뒤 이를 그냥 장부에 가만히 가지고 있는 경우와 이를 기초로 새로운 상품, 즉 파생상품을 만들어서 투자가에게 팔아서 처음의 대출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후자의 경우가 훨씬 더 경제 전체에 신용이 늘어나고, 유동성이 풍부해진다. 이런 신용 확대는 당연히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자산 가격의 상승을 낳고, 소비를 늘리고, 생산을 늘리고, 고용 그리고 소득을 늘리는 선순환을 가지고 온다.
이것만이 아니다.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그냥 자산에 가지고 있으면 만약의 경우 부도가 나면 이를 금융기관이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그 대출 자산을 다른 대출 자산과 함께 섞어서 새로운 파생상품을 만들어서 자금을 장기로 운영하는 여러 투자기관에게 판다고 하자. 그러면 혹시 처음의 차입자가 부도를 내더라도 그 손실이 한 금융기관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투자기관에게 분산된다. 그래서 경제 시스템 전체로 보면 금융시장이 가계나 기업의 부도 위험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진다.
그런데 부채 파생상품의 내부 구조를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신용(*대출)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자연히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용이 무한하게 늘어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신용에는 언제나 약속을 어길 수 있는 위험(*부도)이 따라 다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신용은 계속 늘리면서도 위험은 최소로 하려고 한다.
이 위험을 줄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통적인 방법 외에 파생상품과 관련된 방법은 다음 두 가지다. 하나는 신용 위험을 다른 사람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이 위험을 대신해주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당연히 자신이 평가하는 것보다 더 비싼 값으로 위험을 팔고 싶어한다. 그러나 어떤 바보가 금융기관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비싸게 이 위험을 사려고 하겠는가? 그래서 금융기관이 생각해낸 것이 바로 위험 파생상품이다. 위험이 낮은 대출은 그냥 두고 위험이 높은 대출을 여러 개 모아서 이를 다시 위험이 낮은 놈과 보통인 놈, 그리고 아주 위험이 높은 놈으로 나누어서 판다. 이렇게 하면 평균적으로 위험이 높은 놈들이 블랙박스를 통과해서 나오면 위험이 낮은 놈으로 변한다. 즉 투자가들은 같은 투자등급을 받으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투자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위험이 아주 높아진 놈은 어떻게 하나? 이것은 다시 위의 과정을 거친다. 아주 위험이 높은 쓰레기만 남으면 여기에 위험이 약간 낮은 놈으로 물타기를 하기도 한다. 부채 파생상품은 이렇게 하여 1차, 2차, 3차… 완전 악성 쓰레기가 남을 때까지 계속 새끼를 쳐나간다. 이렇게 새끼를 칠수록 블랙박스의 내부 구조는 더욱 복잡해지지만, 이런 상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상의 시장은 당연히 없다. 즉 금융시장이 발전하면 할수록 이에 비례하여 시장을 이끌고 나가는 사람들이 시장이 아닌 곳에서 놀고 싶어한다.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투명하고, 바로바로 가치평가가 일어나는 시장을 피해서 수익의 기회를 찾고자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바로 이것이 시장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런 방식으로 시장의 영역이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상품의 발달은 그 상품이 다닐 길(*기반, 즉 제도적 장치)을 갖추면서 성장해야 한다.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거나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새로운 상품이라는 괴물이 너무 빨리 성장하면 옆에 있는 다른 생물을 죽여서 금융 생태계의 먹이/공생 사슬을 깨트릴 수도 있다. 이번 베어 스턴즈 헤지펀드의 사건은 바로 이를 알려주는 경고음이다
약 90분에 걸친 명쾌한 강의였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같은 문제를 그는 쉽고 간단하게 풀어냈다.
애널리스트로서 시장을 분석할 때와 달리 실제로 투자를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털어놓는 그에게서 진솔함이 묻어났다. 대우증권 리서치 센터장을 끝으로 애널리스트로서 오랜 여정을 마친 하상주 대표. 은퇴 이후 투자교육에 전념하는 그를 만나 최근 요동치는 글로벌 증시에 대한 진단을 들어봤다.
↑하상주 대표
- 가치투자자는 매크로와 관련된 이슈를 투자 판단을 내리는 데 직접적인 근거로 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표님께서는 최근 불거진 경기 문제를 예의주시하시는 것 같습니다.
(허허...) 누가 그런 소리를? 매크로를 완전히 배제한 채 투자 판단을 내릴 수가 있나요?
- 모두가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금융시장에 공포심이 팽배할 때 오히려 가치투자자들은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 매수하는 전략을 펼치지 않나요.
약간의 오해가 있는 듯 하군요. 거시 변수를 예측하거나 맞춰서 투자 타이밍을 잡으려고 하는 건 분명 올바른 투자 방법이라고 볼 수 없어요. 하지만 매크로 변수를 완전히 무시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업의 영업과 성장은 결국 경제의 큰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외부 경기의 영향을 전혀 안 받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거시 변수를 완전히 배제한 채 투자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예를 한 번 들어볼까요. 어느 기업의 이익이 국제 유가 움직임에 상당히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하죠. 그런데 지난해처럼 유가가 급속하게 상승하면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이를 무시할 수는 없지요.
앞으로 유가가 어디까지 오를 것인지 미리 예측해서 기업의 수익을 전망하는 식의 판단은 지양해야지요. 하지만 유가가 어느 선까지 오르면 기업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문제, 그리고 얼마나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때까지 주식을 보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늘 고민하지 않을 수 없어요.
거시 변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무척 어려워요. 족집게처럼 경기를 점칠 수가 없기 때문에 예측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고, 가급적 어떤 환경 속에서도 견딜 수 있는 기업을 찾아 투자하려고 하는 것이죠.
◆ 위기 상황…아직 주식 살 때 아니다
- 월가의 유명한 투자자와 학자까지 나서 '침체'와 '위기'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위기가 맞나요?
그렇습니다.
- 너무 단호하시네요. 그만한 이유가 있나요.
(웃음) 미국 증시는 1980년대부터 20년간 미국 경기가 호황을 보였죠. 주식시장 역시 장기 상승 랠리를 달렸어요. 그리고 닷컴버블이 무너지면서 조정을 겪었지만 2003년부터 상승을 재개했죠.
그래서 지금 상황을 어렵게 보는 이유인 즉, 장기 거대 호황 뒤에 온 조정이니만큼 그 조정이 깊을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에요. 또 한 가지, 미국 호황의 주체가 부채라는 점이 더 큰 문제이지요.
- 유동성에 기댄 측면이 크지만 어쨌든 자산가격이 올랐고, 소비와 성장으로 이어졌잖아요.
성장 엔진이 빚이라는 것 자체를 크게 나쁘게 볼 문제는 아니지요. 레버리지를 이용해서 더 큰 가치를 생산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어요. 그런데 미국은 빚으로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 가격을 올렸을 뿐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물론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이루었으니 건설업을 포함한 일부 산업이 득을 보기는 했지만요. 지속 가능한 가치가 아니라 평가이익이 늘어났을 뿐인데 미국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이 늘었다고 착각하면서 소비를 늘렸죠.
- 가치와 가격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말씀인데, 가치는 무엇인가요.
가치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저금리 속에서 유동성에 기대 집값이 오르는 것을 두고 가치라고 보기는 힘들죠. 한 나라의 경제가 가격 변동이 심한 자산에 의존한다는 것은 성장을 하더라고 건강한 성장이 아닙니다. 빚은 일정 수준까지는 경기 호황을 만들어 내요. 하지만 임계치를 넘어버리면 도리어 불황을 야기하는 속성이 있어요. 실질적인 소득이 늘지 않아서 대출자가 원리금을 갚지 못한다고 생각해 봐요. 가격을 떨어뜨려서라도 팔아야 하지 않겠어요.
- 말씀하신대로 조정이 깊게 나타난다면 지금 주식을 사는 것은 아주 위험하겠군요.
맞아요. 아직은 (주식을 매수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최근과 같이 주가가 폭락과 급등을 반복할 때는 위험하지요. 일단 변동성이 작아져야 합니다. 또 투자자들이 주식의 리스크를 크게 인식하고 시장을 떠나야 해요. 주가가 반등하더라도 매수하려는 심리가 약할 때 비로소 충분한 조정을 거쳤다고 할 수 있겠지요. 가격 조정에 이어 기간 조정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지요.
◆ 美 경기침체, 앞으로의 시나리오는
- 과거 경기 침체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반등도 빠르게 나타나지 않았던가요. 9.11테러 때도 그랬었죠. 오히려 그 때의 학습효과로 투자자들이 반등도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은데요.
9.11테러 때는 유동성 위기였죠.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춰서 막힌 유동성을 뚫어주면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금리를 내리고 세금을 감면해서 유동성을 풀면 사람들이 다시 빚을 내서 자산 가격을 올릴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빚을 갚거나 저축을 할 겁니다. 유동성으로 떨어지는 자산 가격을 받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 그렇게 판단하시는 근거는 어디에 있나요. 과거 경험에서 알 수 있나요 아니면 최근 지표에서 그런 조짐이 나타났나요.
1990년대 일본의 경우가 그랬지요. 일본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정부는 재정 정책을 동원했지만 결국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한 채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져들었잖아요.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요. 빚으로 잔뜩 배를 불린 말을 중앙은행이 물가로 끌고 갈 수 있다 해도 그 말에게 억지로 물을 더 먹일 수 있나요?
- 지금 미국도 디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시는군요.
거시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 있으니까요. 다만 얼마나 비용을 최소화 할 것인가에 따라 좀 달라지겠죠.
-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1% 미만으로 예상하는 월가의 IB들도 내년 성장률은 2%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침체로 빠져드는 것만큼 회복도 빠르게 올 것이라는 얘기로 들리는데 이런 전망에 동의하시나요.
역사적으로 보면 경기 침체가 아주 장기적으로 이어지진 않아요. 침체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얘기이긴 한데 1년 내외의 기간이 지나면서 회복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었지요.
하지만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해서 주식시장이 반드시 급등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어요. 주가와 경기는 또 다른 문제이니까요.
-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불거진 경기 침체가 회복될 때는 그 조짐이 어디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요.
주택 압류와 부도가 멈춰야 하고, 금융권의 신용이 회복되어야겠지요. 지금 문제는 금융기관과 금융상품을 믿지 못한다는 데 있어요. 즉, 금융회사의 신용과 상품의 밸류에이션을 믿지 못한다는 거지요. 문제가 된 파생상품은 발행시장만 있을 뿐 유통시장이 없지 않습니까. 시장에서 형성되는 적정 가격이라는 것이 없다는 얘기지요. 이런 구조 속에서 금융회사나 상품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으니 금융경색으로 이어진 것이지요.
회복이 되려면 결국 새로운, 깨끗한 돈이 수혈되어야 할 겁니다. 이렇게 보면 워런 버핏이 채권 보증업에 진출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지요. 이렇게 민간이 스스로 자금을 투입하거나 충분하지 못하면 공적자금이 들어가야겠죠.
- 하지만 주식시장은 절대적으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 의존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최근 미국의 기습적인 금리인하 이후 주가가 급등 했잖아요. 시장은 아직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는 걸까요.
유동성과 신용 위기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1971년 금태환 정지 이후 중앙은행이 화폐를 마음껏 찍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셈인데 지금까지는 그 능력을 제대로 실험한 일이 한 번도 없었지요.
지금 그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셈인데, 글쎄요. 벤 버냉키 의장은 디플레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유동성을 풀면 사람들이 돈을 쓸 테고 그러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겠지요. 하지만 (유동성 공급이) 이번 문제의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 위기 속 주식 외 대안 투자는
- 투자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최근 칼럼 때문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일부 투자자들은 대표님께서 시장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말들을 해요. 비관적이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비관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라고 해야겠지요. 미국이 마이너스 저축률과 경상적자, 재정적자를 안고도 장기 호황을 누리지 않았습니까. 국민들이 자산 가격을 담보로 소비를 하니까 생산과 수입이 늘고, 이는 신흥국가의 수출을 늘려서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이머징마켓의 성장을 가져왔고, 신흥국가가 생산과 개발을 늘리니까 자원을 보유한 국가가 성장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던 거죠.
그런데 미국의 적자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그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있어요.
하나의 기초자산에서 몇 단계에 이르는 파생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 번 생각해보죠. 최종 단계의 파생상품까지 수요자가 존재하는 한 최초 개발자는 상품을 만들어냅니다.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 수수료와 보증료, 평가료 등 각종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는 곧 관련 금융회사나 보증회사, 평가회사의 수입이 되는 거죠. 이렇게 유동성에서 파급되는 수입으로 버텨왔던 것인데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금융회사와 상품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고 금융상품의 적정 가격을 평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입니다.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 오히려 늦게 온 것이지요.
- 당분간 주식시장이 고전할 것으로 보시고, 더구나 디플레이션을 예상하신다면 어떤 자산에 투자를 해야 할까요.
주식이 아니더라도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분간 위험 자산을 떠나 안정 자산의 비중을 높이려고 한다면 채권이나 현금, 금이 대안이 될 수 있겠지요.
또 주식에 직접 투자하지 않더라도 선물을 포함해 파생상품 거래를 한다면 주가가 반드시 오르는 시기가 아니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겠지요.
- 개인적으로 주식에 투자를 하신 건 언제부터인가요?
대우증권에서 은퇴한 후 투자교실을 본격적으로 운영한 것이 2006년부터인데 투자도 그 때부터라고 봐야겠네요. 증권사에 있을 때는 직접투자를 전혀 안 했어요.
- 애널리스트로 일할 때와 직접 투자를 할 때 시장이나 기업을 보는 시각에 다소 괴리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론과 실제 매매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더군요. 증권업계에 오랜 시간 몸담고 있었지만 직접 투자한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힘들더군요. 특히 두려움을 다스리는 것이 쉽지 않아요.
그밖에 차이점이라면 정보의 한계도 있을 수 있겠고, (증권사에 있을 때보다) 게을러지기도 했지요(웃음).
◆ 가치투자는 지식으로 모든 리스크 통제하는 것
- 어떤 매매 방식을 취하시나요. 교과서적인 가치투자를 그대로 답습하고 계신가요?
전통적인 가치투자 방법과 일치한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한국 기업 중에서 (워런 버핏의 조언처럼 영원히 함께 할 만큼)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고, 매입한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면 내가 가진 팩트(fact)가 얼마나 정확하고 또 충분한 것인지, 나의 논리가 얼마나 맞는 것인지 백퍼센트 확신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월가의 가치투자자들이 주장하는) 집중투자도 그래요. 이건 기업에 대해서 정말 대단한 확신이 있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에요. 분산을 많이 할수록 안정성이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과도한 변동성은 피할 수 있거든요. 사실 워런 버핏도 엄밀히 말해 집중투자를 한다고 보기는 힘들지요.
- 손절매도 하시나요. 가치투자자는 주가가 떨어지면 더 좋은 저가 매수기회로 받아들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리 손절매 원칙을 세워두고 그 수준까지 주가가 밀리면 처분합니다. 팩트나 논리에 대해 충분한 자신이 없는 상황이라면 주가 하락을 견디는 일이나 떨어질 때 추가 매수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큰 손해를 보지 말자는 생각에서 작은 손해는 받아들이기로 했죠.
- 개인 투자자들에게 다른 투자 방법이 아닌 가치투자를 권하고, 또 교육도 하시잖아요. 가치투자를 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치투자는 결코 손쉬운 투자 방법이 아닙니다. 오직 자신의 지식으로 모든 리스크를 통제하는 일이니까요. 알면 알수록 리스크가 줄어드는 것이 가치투자이지요. 어렵지만 확신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치투자를 권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주식투자는 게임이나 마찬가지니까요.
- 개인적으로는 주식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시지 않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투자 비중을 늘리지 않을 계획이세요?
아니, 왜요. 좋은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데요. (앞서 언급한) 위기에서 회복되는 조짐이 나타나면 주식 투자자에게 좋은 기회가 올 겁니다.
- 그 시점이 언제일지 이어지는 칼럼을 열심히 봐야겠군요. 개인 투자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지적 하신다면요.
적어도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는 알아야겠죠. 이걸 모른 채 투자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적지 않아요. 그리고 재무제표를 볼 수 있어야지요. 영업보고서가 왜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로 나뉘는지 그리고 그 세 가지가 어떤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원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기업의 영업 환경에 어떤 변화가 발생했을 때 재무제표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죠.
하지만 숫자로 보여 지는 것이 전부란 뜻은 아닙니다. 투자 아이디어란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과정에 성숙되는 것이지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를 한다고 해서 길러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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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금융시장에 위기가 발생하자 긴급 자금을 집어넣고 있다. 나아가서 미국 중앙은행장인 버냉키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금융시장의 위기가 실물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는 일을 막겠다고 공식적으로 말했다. 과거 2주 동안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융시장에 집어넣은 돈은 약 4000억불로 추정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중앙은행의 지원 덕분으로 이제 서서히 위기가 정리되어 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만약 중앙은행의 긴급 자원 지원이 없었더라면 금융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금융시장이 중앙은행의 지원 없이도 위기를 스스로 흡수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위기가 일어나자 중앙은행이 긴급 자금을 풀어서야 그 위기가 수습된다는 것은 금융시장이 이미 많은 상처를 입고 있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찌되었든 금융시장은 지난 주말을 보내면서 단기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주식시장도 다시 올라갔다. 특히 주식시장이 회복된 것은 중앙은행의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지나친 안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다시 주가가 내려가고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나빠진다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서라도 시장을 받쳐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그러면 과연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주가가 올라가는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 다우 지수와 연방기금금리의 관계를 1954년부터 지금까지 살펴보았다. 예상과는 달리 거의 정확하게 금리가 내려가면 주가가 올라갔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보탠다면 금리가 올라가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는 경우는 자주 있었다. 그런데 조사기간 중 금리를 내렸는데도 주가가 바로 올라가지 않았던 한 번의 예외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아래 그림에서 나타낸 2001~2002년의 경우다. 2000년에 과거 20여 년 동안 장기 상승하던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자 당시 미국 중앙은행장이었던 그린스펀은 주가 하락이 혹시나 경기를 죽여서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에 들어갈 것을 걱정했다. 그래서 2001년 초에 서둘러서 연방기금 금리를 낮추었다. 이렇게 시작된 금리인하 정책은 6.5%에서 2003년 중반 1%까지 매우 많이 내려갔다. 그러나 이렇게 금리가 내려가는 2001년과 2002년에 주가는 올라가지 않았다. 반대로 떨어졌다. 주가가 올라가기 시작한 것은 2003년에 들어와서였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 왜 2001~02년에 일어난 것일까? 혹시 이번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린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이다. 2001~02년에는 큰 폭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주가를 내리 누르는 어떤 힘이 있었다. 혹시 이번에도 주가를 내리 누르는 힘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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