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비밀 2005/04/06


나는 아직 금융시장의 전체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이것만 할 수 있다면 좀 마음을 놓으련만...
그것을 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체계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가장 쉬운 접근은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의 변화를 서로 비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물 시장에서 가격의 움직임과 금융시장에서 가격 움직임은 서로 다르다.
실물 시장에서 가격 변동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른다. 그리고 이 수요는 필요 또는 능력에 따른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금융자산에대한 요구는 필요가 아니다. 이것은 수익이 목적이다. 이윤이 목적이다. 그래서 금융자산에대한 수요는 거의 무한대로 커질 수도 있다. 수익만 난다면 말이다.
예를 들어 만기가 5년인 국채라는 금융자산을 갖고 있으면 일년에 5%의 이자를 준다고 하자. 그런데 만기가 3개월인 자금을 2%에 빌릴 수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3개월 만기인 대출자산의 금리가 앞으로 5년 동안 지금처럼 계속 2%를 유지한다면 여기서 빌린 돈으로 만기 5년인 국채를 사면 일년에 3%의 투자수익을 본다. 이때 돈을 많이 빌리면 빌릴수록 나에게 떨어지는 수익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미래 불확실성이다. 지금 2%인 3개월 만기의 대출 금리가 앞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이 금리가 5%를 넘어서려고 해서 이제 갖고 있던 5년 만기 국채를 내다 팔려고 하니 그 사이에 국채 금리가 더 올라가서(*국채가격이 더 내려가서) 크게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할 수도 있다.
금융자산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그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 이자를 준다는 것이다. 은행에 예금하면 은행은 예금자에게 이자를 준다. 이 이자는 어디서 나오는가? 은행은 이 이자를 어디서 가지고 오는가?
당연히 대출을 받아간 사람에게서 받아온다. 대출을 받아간 사람은 어디서 이자를 버는가? 은행보다 더 높은 이자를 주는 금융자신에 투자해서 이자를 벌어오는가? 만약 그렇다면 질문은 다시 같은 순서로 되풀이 된다.
대출을 받아간 사람이 그 돈을 실물자산에 투자해서 즉 생산적인 분야에 투자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서 돈을 벌어서 그 중의 일부를 은행에 이자로 주면 은행은 이 돈의 일부를 예금자에게 이자로 준다.
만약 금융자산의 가격이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는 움직임이 실물 경제에 일어난 변화와 상관없이 움직인다면 어떻게 될까? 금융자산에도 얼굴 모양이 가지 가지다. 만기가 서로 다르기도 하고,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의 흐름이 다르기도 하고, 금융자산이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신용의 정도도 서로 다르다. 금융시장에는 수없이 많은 금융상품들이 돌아 다닌다. 실물시장에서 같은 쌀이라도 생산 지방에 따라, 추수 시기에 따라, 쌀의 종자에 따라, 기르는 방법에 따라 그 값이 서로 다르듯이 말이다.
그래서 금융시장에 나온 금융상품들 사이에 가격 차이가 나고 이 가격 차이를 이용해서 돈을 벌기위해 많은 돈이 이곳으로 몰린다. 때로는 이 가격 차이가 좁아졌다가 때로는 이 차이가 벌어졌다가 한다. 물가가 움직이고 금리가 움직이고 전쟁이 터지고, 유가가 움직이고...하면서 이 가격 차이가 벌어졌다 좁아졌다 한다. 투기 자금들은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 앞으로 좁아지는 것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차이가 좁아지면 앞으로 벌어지는 것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하여튼 이를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물론 항상 벌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돈을 벌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최대한 돈을 빌려온다. 이런 현상은 금리가 낮은 시기에 더 활발해 진다. 이때 중앙은행이 이를 통제하지 않으면 금융시장에는 엄청난 유동성이 돌아다니게 된다. 중앙은행이 계속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 많은 금융자산의 가격이 올라간다. 금융자산의 가격이 올라가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으면 이 유동성의 힘은 실물자산의 가격도 올린다. 여기서 가격을 더 올리려면 유동성을 더 늘려야 한다. 이 유동성이 집값이나 유가가 지나치게 올리면 이것은 당연히 실물 부분 또는 실질 소득에 나쁜 영향을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산업 구조를 왜곡한다거나 수요 공급을 왜곡한다거나 가격 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든가, 소득배분에 편중을 낳는다든가....이제 남은 것은 올라간 가격이 떨어지는 일이다.
금융시장은 가능한 거의 모든 자산을 돈으로 전환시키려고 한다. 자산을 가진 사람도 이것을 원한다. 자산을 그냥 깔고 앉아있기보다 이 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만들어서 여기서 이자가 나오면 얼마나 좋은가? 나아가서 그 자산의 가격이 올라간다면 더욱 더 좋은 일이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앞으로 5년 동안 5억원에 당신이 쓴 글을 모두 살테니 당신은 매주 한 편의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계약을 했다. 깨어보니 꿈이다.
이야기가 너무 펴져 버려서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 핵심은 금융시장이 실물시장과 괴리되어 자기 확장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투기와 위험이 오히려 실물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 중앙은행은 금융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을 이용하여 실물시장의 경기 변동을 조정하려고 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올려서 실물시장의 경기를 살리고 싶어할 수도 있다.(*이런 의미에서 신임 경제부총리가 "한국 주가 지수 1000은 너무 지나치다"고 한 말은 프로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지금 이런 행태를 가장 강렬하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이 미국 금융시장이다. 이제 미국 금융시장은 실물 시장과 괴리된채 자기 확장을 해온 먼 여행의 목적지로 서서히 다가가고 있다. 이제 지친 몸을 쉬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그 신호다. 이제 여행을 마치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모두 마지막 술잔을 비우느랴 건배를 할 수도 있다. 이 건배는 한 번으로 끝날 수도 있고 여러번 되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모양으로 마무리 하는지를 보면 미국의 실력을 엿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오탈자가 있을 것입니다. 이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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