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이 남긴 금융 쓰레기
 
입력 : 2007.03.19 12:20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지금 세계 금융시장은 과잉 신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까지 과잉 신용은 전 세계 각국의 여러 자산 가격을 올려왔다. 그런데 올해 들어와서 갑자기 자산 가격들이 급등락을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지금 앓고 있는 몸살이 감기나 폐렴으로 진행될 것인가 아니면 다시 건강을 회복하여 일상으로 되돌아갈 것인가?

전 세계에 신용이 과잉으로 흘러넘친 것은 기본적으로 세계의 기준 통화 역할을 하고 있는 달러의 과잉 공급 때문이다. 2000년 초에 미국 중앙은행은 정책 금리를 6.5%에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인 1%까지 낮추었다.
 
금리가 이토록 낮아지자 자연히 자산 가격들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미국의 무역적자를 통해서 달러가 전 세계로 펴져나갔다. 달러의 공급확대는 자연히 세계 각국의 자국 통화의 공급 확대를 낳았다. 달러 가격이 내려가서 수출이 불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자국 통화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달러의 독점 생산국인 미국은 이를 마음껏 이용했다. 달러의 공급량을 늘려도 달러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스스로 나서서 달러 가치의 하락을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러 공급 확대의 기간은 예상보다 더 길어진 것이다.
 
달러의 공급 여건이 실물 경제의 성장 속도보다 더 빨라질 수 있게 되자 이를 받아먹기 위해서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금융자산의 가격 상승과 더불어 새로운 금융상품들이 만들어졌다. 이 중에서도 특히 주택금융시장이 크게 확대되었다. 그런데 바람이 잔뜩 들어가 있는 주택금융시장에 지금 바늘구멍이 생겨서 바람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미국 주택 부문에 문제가 생긴 것은 이미 작년 중반부터다. 주택 수요가 줄고, 생산량은 늘고, 재고는 늘어났다. 지역별로 가격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올해 들어와서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해주는 주택대출 전문기관들이 손실을 보거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주택대출을 받은 가계가 원리금 상환을 연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향이 전국 규모의 대형 금융기관에게도 미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또 하나의 잠재적인 폭풍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엔화 대출 자금으로 전 세계 각종 자산에 투자한 소위 엔 케리 트레이딩이다. 1% 금리로 엔화를 빌려서 6%로 달러 자산에 투자하면 5%의 투자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5% 올라가면 이 투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최근 들어 엔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사실 이것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전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유럽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올렸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 중국 중앙은행이 갑자기 대출 금리를 올렸다. 즉 세계 주요 지역에서는 현실적인 또는 잠재적인 인플레이션 또는 과잉 신용이 만들어내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지금 이를 막지 않으면 앞으로 겪을 고통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상황이 묘하다. 지난 2월에 소비자 물가가 중앙은행의 잠재적인 목표치인 1~2%를 넘어섰다. 물가만을 보면 금리를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주택금융시장에서 비롯된 신용 위축이 금융시장 전체에 줄 위험을 막으려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
 
미국 중앙은행은 지금 진행중인 신용 위험의 증가가 계속되면 결국 금리를 내릴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소비자 물가 상승의 가능성과 달러 가치의 하락 가능성을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과연 그 장치란 무엇일까? 그런 장치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문제는 점차 풀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꼬여가고 있다.
 
비록 억지로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과연 이것이 효과를 볼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진행 중일 때는 금리 인상이 효과를 낸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상황이 만들어지면 금리를 내린다고 반드시 이것이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이는 마치 끈을 당기면 물건이 끌려오지만 끈을 민다고 물건이 밀려가지 않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그린스펀이 만들어놓은 금융 쓰레기를 버냉키가 어떻게 치울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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