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땅 값이 올라간 회사 찾기 |
이데일리 2007-04-09 12:20:00 |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좋은 회사란 핵심만 이야기한다면 투자한 돈에서 최대한 많은 수익을 만들어 내는 회사를 말한다. 회사·주식에 투자하는 방법 중에 이런 회사를 찾아서 그 회사의 값어치보다 더 싼 가격으로 사는 방식이 있다. 이를 가치투자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 가치투자라는 이름아래 회사 장부에 올라있는 토지의 가격이 많이 올라간 회사를 찾는 바람이 불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회사들의 주가도 많이 올랐다. 보통의 경우 주가는 회사 장부에 올라있는 자산의 가격보다 더 높다. 예를 들어서 어떤 회사의 전체 자산이 500억원이고, 이중에서 빌린 돈이 250억원이고, 주주의 돈이 250억원이라고 하자. 그런데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400억원이라고 하면 이는 회사 주주자본 250억원보다 더 많다. 이 말은 장부에는 이 회사에 대한 주주의 몫이 250억원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 회사에 대한 주주의 몫이 더 크다는 의미다. 즉 이 회사의 가치가 장부에 올라있는 자산의 가격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경우 회사의 실제 가치가 장부에 올라있는 가격보다 더 높아질 수 있는가? 여기에는 보통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자산에서 많은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갑이라는 회사는 자산 500억원에서 100억원이라는 수익을 만들어 내고, 을 이라는 회사는 같은 자산 500억원에서 50억원이라는 수익만 만들어 낸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갑의 실제 자산 가격이 을보다 더 값어치가 높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어떤 회사라도 자산에서 수익만 만들어 내면 무조건 실제 자산의 값어치가 장부에 올라있는 자산의 가격보다 더 높은 것일까? 아니다. 어떤 회사의 자산이 500억원이라는 말은 그 자산을 만들기 위해서 500억원이라는 돈이 들어가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 돈을 이 회사에 투자하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다른 곳에 투자해서 얼마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이것을 자본의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즉 이 회사는 500억원이라는 자산·투자에 대해 최소 투자자본의 기회비용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 만약 기회비용을 10%라고 본다면 이 회사는 최소 5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 그래야 500억원의 투자자금에 대한 비용 50억원을 주고나면 최소 현상유지라도 할 수 있다. 만약 이 회사가 50억원이하의 수익을 낸다면 실제로 이 회사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까먹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 주식시장에는 자산에서 10%이하의 수익을 내는 회사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그리고 이런 회사들의 주가가 많이 올라가기도 한다. 이것은 주로 지금은 자산에서 돈을 벌지 못하지만 앞으로는 많이 벌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런 기대감이 없이도 주가가 많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바로 땅값이 올라간 회사들이다. 예를 들면 어느 회사의 자산이 500억원이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이 50억원보다 더 낮고, 앞으로도 수익률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거의 없어도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400억원으로 장부에 올라있는 주주가치 250억원보다 더 높은 회사들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 회사 자산이 장부에는 500억원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대략 1000억원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이 회사 자산 500억원 중에는 오래전에 50억원을 주고 산 영업용토지가 있는데 이것이 그 후 값이 올라서 지금은 500억원에 가깝다고 한다. 아마도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지금의 400억원에서 더 올라갈 것이다. 그럼 얼마까지 올라갈까? 자산의 실제가격인 1000억원에서 부채를 뺀 750억원까지 올라갈 것인가? 아니다. 이미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 회사는 장부 자산 500억원에서 기회비용이상의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즉 이 회사는 시간이 가면서 새로운 가치를 회사에 보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회사의 가치를 계속 까먹어 간다. 이제 이야기를 투자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공동체라는 관점에서 이런 현상을 살펴보자. 만약 한국의 거의 대부분의 회사가 본업에서는 기회비용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땅값이 올라서 주가가 올라갔다고 하자. 그러면 한국이라는 사회는 과거보다 더 잘사는 나라가 된 것일까? 아니다. 땅이라는 부동산도 어느 정도는 능동적으로 또는 수동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지만 땅값의 상승은 거의 대부분 가격인플레이션을 동반한 집단 간 세대 간 구매력의 이전이다. 한 사회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고 세대 간 그리고 집단 간 갈등 없는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나서는 모험이 장려되어야 하고, 이 위험에 투자한 자본이 그 성과의 일부를 나누어 갖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땅에 묻어둔 50억원이 수십 년이 지난 뒤에 500억원이 되는 사회보다는 그 돈이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대학의 연구개발에 투자되는 사회를 상상해본다.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 하상주 (sazuha@empa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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