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 연구(2)-과거 약세장에서 벌어졌던 일들
1) 주가 조정의 패턴
- 약세장의 진행 기간은 상이하지만, 주가 하락은 특정 시기에 집중
앞선 약세장 연구(1)에서 살펴본 것처럼 약세장의 진행 기간은 국면별로 상이했다. 4차 약세장이 11개월로가장 짧았고, 2차 약세장이 44개월로 가장 길었다.
그렇지만 과거 4차례의 약세장에서 주가 하락은 대체로 특정 기간, 즉 12개월 이내로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다.
통상적인 경기 하강에 IMF 체제 돌입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했던 2차 약세장이 예외였을 뿐, 나머지 세차례는 주가 하락이 전 기간에 걸쳐 집중되기보다는 특정 기간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렇게 주가 하락이 특정 기간에 집중되는 것은 사고의 관성 혹은 쏠림 현상 때문이라고 본다. 좋을 때는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해석하고, 나쁠 때는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현상을 해석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대체로 주가 하락의 초기 국면에서 약세장 전체적으로 진행된 하락폭의 상당 부분이 반영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는 주가의 선행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경제나 기업의 실적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할 때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주식시장에 좋지 않은 뉴스들이 나올 때 의외로 주가는 하방 경직성을 나타냈던 경우를 떠올리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IMF 직후의 주가 하락폭(2차 약세장) 중 과거 장기 박스권의 저점인 500p 아래로의 급락은 일시적인 시스템 리스크 증폭에 따른 오버킬(over-kill)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예외적인 경우로 볼 필요가 있다.
만일 이번의 약세장에서도 고점 대비 42% 조정을 받은 현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낙폭이 확대되는 경우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경색이 풀리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일 것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과 은행에 대한 실질적인 국유화 가능성까지 논의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예단보다는 일단 금융시장의 반응을 기다려 보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라는 생각이다.
작년 10월 이후의 조정 국면에서 KOSPI는 이미 42%의 조정을 받았다. 과거 한국 증시 약세장에서의 기본 조정 강도는 고점 대비 50% 하락률 (1,000p500p)이었다. 과거보다 훨씬 개선된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미 만만치 않은 하락세가 나타난 것이다.
이번 약세장 전체에 걸쳐 나타날 주가 하락폭은 작년 10월 이후의 조정 과정에서 상당 수준 소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나쁜 가정들이 현실화되면, 주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PBR 1에 근접하고 있는 주가 레벨은 현 상황에서 가정할 수 있는 많은 악재들이 반영돼 있는 레벨이라는 생각이다.
아직까지 주가 조정의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향후 나타날 조정의 양상은 급격한 가격 조정이 아닌 90~92년, 01년에 나타났던 기간 조정의 성격을 띌 것으로 전망된다.
오르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약세장이다. 그렇지만 주가가 움직이는 모습은 지난 한 달 간과 같은 파괴적 모습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2) 약세장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한 업종은 ?
– 방어적 업종과 수익률의 평균회귀 (Mean Reversion)
장기간 추세적으로 떨어지는 약세장 전 기간에 걸쳐 주가가 오른 업종을 찾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떨어지는 업종(상대 강세를 나타내는 업종)들은 일반화시킬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첫번째, 경기 방어형 업종이 약세장에서 강했다.
음식료, 의약, 통신, 전기가스 업종 등이 대표적이다. 두번째, 직전 상승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주가가 오르지 못했던 섹터가 약세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 수익률의 평균 회귀 (Mean Reversion)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
작년 10월 말 이후의 조정 국면에서도 직전의 대세 상승기에 소외됐던 통신, 전기전자, 전기가스 업종이 KOSPI 대비 두드러진 초과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물론 주식 투자의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함이지, 손해를 덜 보는 것이 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약세장에서도 일정 부분 주식을 보유하고 가야 할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경우에는 약세장에서 나타나는 이런 특성들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인 투자가 입장에서도 약세장에서 초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군을 선별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한국 증시의 대세 사이클과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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