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월가 고수에게 배운다 |땡처리 주식에서 대박 난다
이코노믹리뷰 2007-12-22 13:48


●슐로스-“급락 주식이 최고, 시간 걸리지만 열매는 달콤”

●네프-“하한가 종목 중 1∼2개는 반드시 알짜종목”

●템플턴-“단순히 싼 게 아니라 최고로 싼 주식만 사라”

싼 것이야말로 최고의 투자메리트 중 하나다. 좋은 주식인데 작은 규모, 일시적 흔들림, 소외업종 등의 이유로 찬밥 대접을 받는다면 서둘러 매수하는 게 좋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의 투자고수 중 상당수는 저가주만 공략해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거뒀다. 월트 슐로스는 저가주만으로 720%의 수익을 냈고, 존 네프는 무려 수익률 5600%의 진기록을 세웠다.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도 내재가치보다 50% 이상 낮게 거래되는 저가주를 좋아했다.

이들에 따르면 인기 없는 저가주를 사들여 장기간 보유하면 시장평균보다 훨씬 나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절대가격이 낮은 까닭에 약간의 관심과 탄력만으로도 주가가 오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1달러 이하짜리 104개 종목을 사들여 대박을 거둔 존 템플턴은 규모가 작고 젊으면서 기초가 튼튼한 중소형주라면 바겐세일 때 물건 사듯 적극 매입하라고 권한다. 남들이 알고 덤비기 전에 한 발 앞서 선취매수 해두면 걸출한 수익을 거두는 건 물론이다.

다만 잡주와 저가주의 구분은 필수다. 내재가치를 꼼꼼히 살펴본 뒤 주가가 왜 싼지 이유를 체크해야 한다. 쌀 이유가 없는데 푸대접을 받는 경우에만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게 관건이다.

먼저 월가의 학장 그레이엄에게서 주식을 배운 월터 슐로스부터 보자. 그는 워런 버핏과 친한 친구지만, 투자스타일은 버핏(분산)과 달리 집중투자를 강조했다. 슐로스는 저가주 공략만으로 1955∼2001년까지 연평균 15.7%의 수익을 거뒀다. 버핏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누적수익으론 엄청난 고성과(720배)다. 가격만 싸다면 2류 주식도 기꺼이 사들였다. 기대수익이 비교적 낮았던 탓에 후보종목은 널려 있었다.

그는 “가격이 급락한 주식이 최고”라며 “장부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주식이라면 시간이 좀 걸릴 뿐 인내의 결과란 달콤하다”고 했다. 실제로 대략 4∼5년 보유하다 매수가보다 2배 이상 오르면 여지없이 팔기를 반복, 큰 성과를 거뒀다.

쓰레기 주식 사들여 뜰 때까지 기다려

요트 이름조차 ‘Contrarian(반대론자)’으로 붙일 만큼 역발상을 입에 달고 살던 데이비드 드레먼은 싸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저가주를 매입했다. 그의 스타일은 간단하다. 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쓰레기 주식을 사들여 뜰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식이다. 저평가종목을 저가에 매수한 뒤 시장이 그 가치를 인정할 때 비로소 되판다는 점에서 가치투자와 맥이 닿는다. 단 매수 때는 일반인이 쳐다보지도 않을 만큼 떨이로 산다는 게 원칙이다.

그는 “저평가종목을 나눠 담으면 눈감고 투자해도 시장평균보다 성적이 낫다”며 “현명한 투자자라면 소외 받는 싼 종목을 노릴 것”을 주문한다. 그도 그럴게 드레먼이 과거 50년 주가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인기 없는 저가주를 사 장기간 보유했을 때 수익률이 훨씬 탁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버핏·린치와 함께 ‘월가의 3대 전설’로 꼽히는 존 네프는 할인매장에서 보석 찾듯 저가주 공략에 심혈을 기울였다. 네프는 그날의 저가주를 공략하면 승률이 높다고 조언한다. 최저가 리스트엔 투자가치가 있는 탄탄한 기업이 1∼2곳 정도는 반드시 있는데, 이때 분위기만 바뀌면 바로 주가가 뛰기 때문이다.

그의 얘기다. “하한가종목 중 몇몇은 실적이 좋은데도 순간적으로 폭락하기도 합니다. 성장성이 좋은 데다 PER조차 낮은데도 심리적 매물압박이 쏟아질 경우죠. 개중엔 친숙한 기업도 있을 겁니다. 치명적 결함 없이 떨어졌다면 그때가 매수 적기예요. 다만 기본전제는 탄탄한 실적이 동반된 저가주(저PER주)란 걸 잊지 마세요.”

그레이엄도 저가주 발굴을 제자들에게 강조했다. 그는 공격적인 투자자가 채택할 만한 검증된 투자전략을 3가지로 요약했다. △비교적 인기 없는 대형주 △저가주 매수 △특수상황·워크아웃 등이다. 가령 인기 없는 대형주는 불황을 이겨낼 인력·자본을 갖췄고, 실적개선이 곧 주가에 반영되는 장점이 있다. 또 저가주라 함은 내재가치보다 50%는 낮게 거래되는 게 좋다. 그레이엄은 “주가가 떨어지는 건 현재의 실망스런 경영실적과 장기간의 무시나 비인기 때문”이라며 “주가변덕에 따라 저가상태가 속출하기 때문에 저가주는 늘 존재한다”고 말한다.

단 일시적인 저가수준이며 회복 가능한 재무구조를 갖췄는지 확인하는 게 필수다. 현재 PER가 과거 평균 PER보다 훨씬 낮게 팔리는지 보면 된다. 2류 기업 중 상당수도 장기간 무시된 결과 내재가치보다 싼 경우가 많다. 워크아웃처럼 특수상황 역시 매력적인 수익을 보장한다. M&A라든가 소송에 휘말려있다면 흔히 과소평가되는데 이런 걸 노리자는 메시지다.

일본의 내로라는 주식고수에게도 저가주 공략은 필수전략 중 하나다. 금리와 실적만으로 주가흐름을 분석, 장세 읽는 법을 명쾌하게 설명한 우라가미 구니오는 “저가주는 더 떨어질 게 없지만 고가주는 언젠가 중저가주로 떨어질 것”이란 이유로 저가주를 추천했다. 또 “금융장세나 실적장세 등 강세장에선 둘 다 동시에 오르지만, 그래도 저가주 수익률이 고가주보다 낫다”고 했다.

대중이 외면한 주식에서 보석을

저가주 투자대가는 존 템플턴 경이다. 샐러리맨에 불과하던 20대 청년을 ‘현존하는 최고의 투자자’로 승화시킨 게 바로 저가주 투자였다. 그는 청년시절 2차 대전 발발뉴스를 듣자마자 대공황이 끝날 것을 예견, 1달러 이하로 거래되는 모든 주식을 100달러어치씩 샀다. 총 104개 종목을 사는 데 1만 달러가 들었는데, 정확히 4년 후 그는 보유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그중 34개는 파산했지만, 나머지 중 상당수가 33∼40배의 이익을 내면서 1만 달러는 4년 만에 4배로 되돌아왔다. 전쟁만 끝나면 미국 경제가 회생할 것이란 확신 덕분에 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저가주만 골라서 샀고, 그 선택은 맞아떨어졌다. 대중이 외면한 주식 중에서 걸출한 보석을 발굴한 셈이다. 그는 이 전략을 통해 72∼79년까지 매년 펀드수익률 상위 20걸, 손실방어 5걸에 드는 진기록을 세웠다. 특히 그는 단순히 싼 게 아니라 최고로 싼(the best bargain)주식만 매입했다.

지금이야 투자의 정석처럼 추앙받는 가치투자도 그 출발은 싼값에서 비롯한다. 싼값에 살 수 없다면 가치투자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매수자 입장에선 싸면 쌀수록 적은 비용으로 많은 주식을 살 수 있다. 투입비용 대비 기대효용이 높은 대단히 합리적인 투자전략이란 얘기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일 수 있는 잡주를 저가주와 혼동해선 곤란하다. 월가 고수들이 주목하는 저가주는 가치 대비 저평가된, 그래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잠재적 상승 여력을 갖춘 우량주에 한정된다. 싸게 팔릴 수밖에 없는 낮은 내재가치를 지녔다면 잡주로 분류하는 게 옳다.

따라서 현재가격과 함께 기업의 내재가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때 PER나 PBR은 물론 ROIC(투자자본이익률), ROE(자기자본이익률) 등을 챙겨보는 게 도움이 된다. 또 단순히 현재 주가의 물리적인 높낮이만 따져서도 안 된다. 내재가치로 보면 현재주가 2만원짜리가 더 싼데도 단순히 2000원짜리가 더 싸다고 매입하면 곤란하다. 이는 200∼300원 하는 저가주를 사서 400∼600원에 팔겠다는 대박심리나 같기 때문이다.

●전영수 칼럼니스트 | 프리랜서 재테크 칼럼니스트다. 저서로 《제로에서 시작하는 老테크》《현명한 투자자는 이런 책을 읽는다》《한국의 주식고수들》《30대 여자가 꼭 알아야 할 돈 관리법》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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