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다 읽으시기에 만만 하지 않습니다 옆에 차라도 한잔 하심서 찬찬히 읽어보십시요)
|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2005년 2월28일 코스피지수는 ‘분명히’ 1000을 넘어섰다. 2000년 1월4일 1059에 도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5년2개월 만이었다. 시장은 술렁였다. 과거 20년 동안 그랬듯 지수 1000이 한국 증시의 한계라는 비관론이 나왔다. 반면 이제부터 한국 증시는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왔다. 주식시장은 그해 3월 내내 등락을 거듭했다.
‘그냥 올라?’
그때 나는 확신에 차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신동아 2005년 4월호 “강세장은 새벽이슬처럼 찾아온다, 지금이 새벽이다” 종합주가지수 3년 내 2000 갈 수밖에 없는 이유).
하지만 다니던 회사에서도, 가족들도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집사람은 “주가 올라간다는 글만 쓰지 말고, 집에 돈이나 많이 가져오면 좋겠다”고 불만을 늘어놓기도 했다. ‘자본론’을 쓴 카를 마르크스의 어머니가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살림에도 아랑곳없이 글만 쓰고 있는 아들에게 “카를, 자본 얘기는 그만 하고 집에 자본을 좀 가져오면 안 되겠니?”라고 했던 일화가 떠올랐다.
그로부터 2년이 조금 지난 2007년 6월, 한국 증권시장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거침없이 상승해 지수 2000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이유를 찾기 어려울 때는 ‘그냥 오른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2년의 상승은 정부의 주장처럼 경제를 잘 운용해서 오른 것이 아니다. 외국인이 열심히 사서 오른 것도 아니다. 그냥 전세계가 올랐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는 2000년 IT 버블 붕괴와 2001년 9·11테러의 아픔을 딛고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높은 실업률과 경쟁력 약화로 노쇠한 유럽도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자원 외에는 별다른 경쟁력이 없는 브라질이나 멕시코 같은 남미 시장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3~4배 이상 올랐다. 또 증시 후진국에 속했던 2006년의 인도, 2007년의 중국은 유례없는 증시 호황에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주가는 왜 이렇듯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것일까. 앞으로 증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2000년 이후 전세계 경제는 3개 대륙권이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하며 성장했다. 소비를 담당한 미국, 생산을 담당한 중국과 인도, 그리고 생산을 위한 원자재를 공급하는 남미와 중동. 오래전부터 무역적자, 재정적자에 시달려도 미국 소비자들은 2000년까지 주가 상승에 힘입어 열심히 먹고 입고 썼다. 저금리에 따른 집값 상승과 이에 따른 소득효과로 소비욕을 늦추지 않고 있다.
굴뚝주(株)의 복수
여기에 엄청난 인구와 저임금을 바탕으로 중국과 인도가 전세계의 생산기지로 자리잡았다. 단순한 수공업 제품에서 첨단기술 제품까지 전세계 소비자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 엄청난 수출로 막대한 무역흑자도 일궈왔다. 이러한 제품 생산을 위한 석유, 구리 같은 원자재를 공급하는 남미 국가들은 치솟는 원자재 가격에 편승, 큰돈을 벌었다. 세 개의 거대한 경제권이 각자의 영역에서 부를 축적했고 경제를 일으켰다.
이 구도에서 일본은 낮은 엔화를 바탕으로 수출에 주력했다. 그리하여 1980년대 말 부동산과 주식 거품 붕괴 이후 침체된 경제를 회생시켰다. 한국도 중국의 호황에 편승해 철강, 조선, 화학, 기계 등 주요 전통산업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이러한 경제 호기는 2000년부터 지속된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유동성과 맞물렸다. 2000년 기술주(株) 거품의 충격이 잊히기 시작한 2003년부터 주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미국, 유럽 같은 선진국은 물론 남미와 아시아 각국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증권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코스피지수 2000에 근접하는 과정에서 한국 증권시장은 몇 가지 특징적인 양상을 나타냈다.
첫째는 주가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것. 과거처럼 주가가 오르면 모두 오르고, 빠지면 동반 하락하는 장세에서 벗어났다. 종목별로 실적이나 이슈, 재료에 따라 오르내림이 교차하는 차별화 장세가 전개됐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한국의 대표종목으로 한국 증권시장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했다. 삼성전자가 빠지면 주가지수 상승을 생각하기 어려웠다. 돈 많은 개인의 주식투자 1순위는 삼성전자였고, 어떤 주식형 펀드에서건 삼성전자 없이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굴뚝주(株)의 복수가 시작됐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반까지 기술주 버블 시장의 뒤안길에서 서럽게 지내던 전통산업, 이를테면 철강, 화학, 조선, 해운 등 전통적인 제조업이 2003년 이후 새로운 경제구조에서 각광받았다. 2004년 4월 전체 증권시장에서 23%를 차지하던 삼성전자의 위상은 지수가 1700을 훌쩍 넘어선 현재, 1999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9%대로 떨어졌다.
이와 비교해 10만원대에서 맴돌던 포스코 주가는 40만원, 20만~30만원 하던 신세계 주가는 60만원을 넘어섰다. 아무리 지수를 정확히 예측한다 해도 종목선정에서 헛다리를 짚으면 상승장에 동참하지 못한다.
펀드산업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2004년 한국 투신업계는 돈도 없고, 투자자도 없고, 상품도 없다는 이른바 ‘3無 현상’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1억 만들기, 3억 만들기 등 적립식 펀드를 필두로 돌파구를 찾으면서 부동산펀드, 선박펀드, 배당주펀드, 가치주펀드 등이 시장을 풍미했다.
‘찻잔 속 폭풍’
이를 기반으로 2004년 8조원이던 주식형 펀드 규모는 2006년 말 46조원을 넘어섰다. 현재 해외펀드 열풍으로 다소 주춤하지만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요즘 젊고 유능한 주식 펀드 매니저들은 앉아서 ‘감’으로 주식을 사고팔던 시대에서 벗어나 직접 발로 뛰며 좋은 종목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에게 시가총액 비중은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과거처럼 종목 결정에 결정적인 요소는 아닌 것이다.
해외펀드의 성장도 시장의 새로운 조류다. 2004년부터 간접펀드(Fund of Fund)를 중심으로 소위 강남 일부 부유층 사이에 본격화한 해외펀드 투자는 2006년 인도펀드, 중국펀드, 브릭스펀드, 베트남펀드 등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시장을 형성했다. 2007년에는 유럽, 일본펀드 등 선진국펀드와 리츠펀드 등으로 확산됐고 그 규모는 40조원대에 이르렀다. 이는 전체 펀드시장의 16%다.
해외펀드 투자 열풍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신규 주식형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상당부분이 전세계를 투자대상으로 하는 인터내셔널 펀드다. 2006년 말 전체 주식형 펀드의 22%가 해외 주식형 펀드였다. 그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보수적인 투자로 유명한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연초 일본 엔화의 일시적 강세로 전세계 금융시장을 떨게 했던 헤지펀드들의 엔-캐리 자금(일본의 금리가 워낙 낮아 일본에서 돈을 빌려 외국에 투자하는 자금) 일본 환류 우려가 사실상 ‘찻잔 속 폭풍’으로 끝났다. 일본 개인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의 3~4배에 달하는 규모로 해외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너무 낮아 불만인 일본 투자자들이 우체국 등에서 파는 해외채권, 이를테면 뉴질랜드채권에 대량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엔화 강세는 일본 투자자들이 더 많은 해외채권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이 덕분에 엔화는 다시금 약세로 돌아서며 엔-캐리 자금의 해소 우려가 사라졌다.
사모펀드, 일낸다!
한국의 경우 세제 혜택을 비롯한 해외투자 지원책이 원화관리에 실패한 정부의 환율 방어라는 비판이 있긴 했다. 그러나 해외펀드 투자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분산투자 효과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 아무리 좋은 종목을 골랐다고 해도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른바 ‘체계적 위험’을 줄이는 데 국제 분산투자만큼 좋은 것이 없다.
둘째는 투자 대상의 확대다. 전세계 증권시장 규모로 보면 1%밖에 안 되는 한국시장에 한정해 투자하기보다 투자 범위를 넓히는 것이 기회의 확대라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셋째는 성장이론. 주가는 성숙한 기업이나 국가보다는 성장단계에 막 접어든 시장에서 크게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장의 초기단계에 있는 국가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은 크지만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투자 방법이다. 해외펀드에 대한 수요는 전체 펀드시장의 3분의 1에 도달할 때까지 그 형태를 달리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전세계 증권시장을 상승으로 이끈 또 다른 요인은 기업 인수합병(M·A) 붐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슬림화를 주장하며 기업분사, 소형화를 추구했다. 그러나 요즘은 ‘규모의 경제’와 수직 계열화의 장점을 내세우며 하루에도 몇 건씩 기업 인수합병이 체결되고 있다.
인수합병은 인수자가 기존의 기업 가치를 높이거나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가치를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졌기에 매수되는 기업의 주가는 일반적으로 상승한다. 몇 년 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돼 유럽으로 확대된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의 활약은 전세계 M·A 시장의 성장과 주가 상승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부자나 연기금 등 대규모 기관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투자한다. 이들은 가치는 있지만 재무구조가 부실하거나, 무능력하게 경영하는 기업의 경영권을 통째로 인수한다. 그 뒤 상장 폐지시키고 구조조정이나 경영개선, 채무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킨다. 그 후 기업을 매각해 커다란 이익을 취하는 펀드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시장에 들어와 국민 감정을 상하게 할 정도의 이익을 취한 론스타나 칼라일, 세계적으로는 KKR이나 블랙스톤 같은 펀드가 대표적이다.
사모펀드의 높은 수익률이 알려지면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신중하기로 소문난 중국 정부가 세계 1위의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지분 투자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현재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M·A는 1980년대 드렉셀의 마이클 밀켄 같은 기업 사냥꾼이 장악하던 시대와는 그 양상이 다르다. 당시 기업 인수합병의 대상은 일부 자산가치 우량주나 정보, 통신 기업에 한정했다. 그러나 현재는 전 산업에서 진행되고 있다.
향후 사모펀드는 한국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을 거쳐 유럽 기업을 매수의 타깃으로 정한 사모펀드가 중국 진출과 함께 한국 시장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규제완화 움직임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시장은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 찾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이는 시장의 차별화와 함께 주가 상승에 기폭제가 될 것이다.
중국 경제 및 증권시장의 향방은 향후 한국 증권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가늠하는 데 열쇠가 될 것이다. 중국 증시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1990년 11월 설립된 상하이 증권시장은 이후 10년 동안 중국 경제 성장과 함께 중국인의 투자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며 10배 넘는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1년 비(非)유통주의 유통화 개혁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며 전세계 증시의 상승에도 불구, 2005년 6월까지 소외됐다.
하지만 2003년 이후 4년 연속 연 10%를 상회하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20%가 넘는 수출증가율, 1700억달러를 상회하는 무역수지 흑자 등의 영향과 정부의 부동산 투자 억제 대책에 따른 유동성 폭발의 분출구 덕분에 증권시장은 폭등세로 돌아섰다. 2005년 7월 1011로 바닥을 친 상하이 종합지수는 2006년 11월 2000을 돌파했고, 다시 3개월 만인 2007년 2월 3000을 돌파했다. 5월에는 4000을 넘어섰다. 2006년 130% 상승, 금년 들어서도 50% 넘게 상승하고 폭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금리 인상을 포함한 지속적인 경고에도 중국에서는 하루에만 30만개 이상의 신규 계좌가 개설된다. 현재 1억명이 넘는 인구가 주식투자에 매달리고 있다. 거래대금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이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전체 규모보다도 많다.
중국 증시, 거품?
역사적으로 볼 때 통화강세, 무역수지 흑자, 외환 보유고 급증, 높은 실질 성장, 낮은 금리, 넘치는 유동성, 국가적이나 세계적인 이벤트 발생, 시장 참여자들의 흥분과 광기, 그리고 영원히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거품 발생의 배경이다. 1600년대 네덜란드 튤립 투기가 그랬고, 1920년대 미국 주식투기, 1980년대 일본 주가, 1990년대 말 나스닥과 코스닥의 폭등, 현재의 중국 주식 투자열풍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표 참조).
하지만 몇 년 후 중국도 주가 폭락을 겪고, 한국의 외환위기 같은 시련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중국시장이 상승을 다했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적어도 2010년대 초반까지는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소위 ‘족보’에 있는 유명 투기를 보면 중국의 경우는 아직 상승률이나 상승 기간에서 여타 투기에 비하면 명함을 내밀기에도 민망하다. 하물며 중국인의 투기성향을 감안하면 우리의 우려는 지나치다. 1960년 이후 1990년까지 일본 증시가 44배 상승했고, 미국 증시는 같은 기간 4.1배 상승했다.
역으로 1990년 이후 2003년까지 일본 증시는 버블 붕괴 현상이 나타났지만 미국 증시는 2000년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미국과 일본의 주가 차이는 결국 성장률의 차이로 귀결된다. 현재 중국의 높은 성장률을 감안하면 중국 시장의 주가 차별화가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승률(%) | 상승기간(개월) | 하락률(%) | 하락기간(개월) | |
튤립(1634~37) 네덜란드 | 5,900 | 36 | -93 | 10 |
미시시피 주식(1719~21) 프랑스 | 6,200 | 13 | -99 | 13 |
남해회사 주식(1719~20) 영국 | 1,000 | 18 | -84 | 6 |
미국 주식(1923~32) | 345 | 71 | -87 | 33 |
멕시코 주식(1978~81) | 785 | 30 | -73 | 18 |
銀(1979~82) 미국 | 710 | 12 | -88 | 24 |
쿠웨이트 주식(1978~1986)* | 7,000 | 36 | -98 | 30 |
홍콩 주식(1970~74) | 1,200 | 28 | -92 | 20 |
대만 주식(1986~90) | 1,168 | 40 | -80 | 12 |
한국 건설주식(1975~80) | 5,258 | 42 | -77 | 22 |
일본 주식(1965~92) | 3,720 | 288 | -63 | 32 |
한국 코스닥(1998.10~2004.8) | 365 | 16 | -89 | 52 |
미국 나스닥(1982.8~2002.10) | 3,036 | 211 | -77.9 | 31 |
중국 상해지수(2005.6~2007.6) | 290 | 24 | ? | ? |
일본, 이자나기 이후 최대 호황
향후 한국의 주가는 2012년까지 코스피지수 5000을 향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중간 중간에 조정을 거칠 것이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다음의 식으로 계산된다.
주가=기업의 이익(EPS) × 주가수익비율(PER)
기업의 이익은 기업의 펀더멘털 요소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익의 규모로 측정한다. 한국 기업들은 전체적으로 매년 15% 안팎의 이익 성장이 예상된다. 주가수익비율은 결정요인이 복잡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투자자들의 낙관적 혹은 비관적 태도, 시장의 환경, 증시의 수요와 공급, 금리수준, 성장성을 대변한다. 현재는 12배로, 전세계 시장 평균보다 대략 20% 할인된 수준이다. 향후 선진국 수준인 17배까지 성장할 것이다.
먼저 기업 이익의 측면에서 보자. 한국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전세계 경기는 2003년 이후 지속적인 호황기를 거쳤다. 이후 미국의 주택경기가 냉각되며 일시적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미국 부동산 위축이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고, 오히려 물가 상승 가능성 때문에 금리를 인상할 정도로 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주가의 사상 최고치 경신은 달러 약세를 바탕으로 한 다국적 기업들의 선전 덕분이다. 이들이 시장 및 경제 회복에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노쇠한 대륙으로 치부되던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부흥도 세계 경기 안정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독일 통일과 유로화 등장 이후 오랜 기간 실업 문제와 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던 유럽 시장은 유로 경제권 확대에 따른 시장 확대와 서부, 동부 유럽간의 노동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돼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엔화 약세를 바탕으로 한 일본의 경우 수출 기업들은 ‘이자나기 경기’(1960년대 후반 57개월 연속 확장) 이후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아직 이러한 기업 이익의 증가가 개인 소비지출로 확장되지 않아 경기의 폭발적 성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중반 이후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등 활기를 되찾고 있다.
남미 경제권의 경우 높은 자원 의존도와 좌경 포퓰리즘, 좌경화 등은 우려할 만하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일원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나라들도 성숙한 국가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상하이엑스포까지는 정부 주도의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세계 생산기지를 담당했던 중국이 향후 소비기지로서 얼마만큼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느냐가 향후 세계 경제의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초대형 사고’는 누가 칠까?
한국 경제도 고속 성장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이제까지의 부진을 벗고 향후 5년은 성장 대열에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유럽과의 FTA가 예정돼 있고, 미국과 중국 중심의 수출 시장이 다변화돼 있어서다. 경제 전체에서 커다란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기업구조 조정과 개혁이 열매를 맺을 가능성을 근거로 한다. 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이 세계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도 이유다. 또 그간 미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부진했던 투자와 소비가 풀리고 수출과 내수가 균형 성장을 이룰 것이다.
두 번째로 주가수익비율 측면에서 보면 일단 한국 증시는 2~3년 내에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한국 증권시장의 선진화가 꾸준히 진척돼왔고, 기업경영의 투명화와 선진화 노력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용등급도 현재 수준보다 2~3단계 높아지며 더 많은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층의 다양화와 규모 확대도 시장의 성장을 돕는 주요한 요인이다. 노령화와 이에 따른 인구 구성의 변화로 ‘착하게’ 저축만으로 살던 시대에서 ‘치열한’ 투자의 시대로 변모했다. 전체 금융소득 중 주식관련 투자의 비중은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도 절대 규모의 증가와 아울러 주식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2012년까지 전체 자금 중 주식투자 비중을 현재의 11%에서 20% 수준까지 올리기로 했다. 보수적인 투자자로 꼽는 학교 재단들도 증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또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의 한국 기업 투자도 확대될 것이다. 현재 주로 선진국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의 규모 확대는 곧 한국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늘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리며 전세계 증권시장에서 저평가돼 10~12배 수준에 머물던 시장 주가수익비율(PER)이 전세계 평균 수준인 14배를 넘을 것이다. 아시아 시장 평균인 16배, 미국 수준인 17배 이상으로 성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주가 상승으로 가면서 넘어야 할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먼저 가끔씩 발생하는 전세계적인 대형 사고는 예측할 수도 없고 그 충격도 오래간다. 1974년과 79년의 오일쇼크, 1982년 멕시코 파산, 1987년 미국 주식 폭락, 1990년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 1994~95년 남미를 휩쓴 금융공황, 1997~98년 아시아 금융 위기와 러시아 파산, 2001년 9·11 뉴욕 테러 등이 그랬다.
이렇듯 대략 5년을 주기로 발생하는 전세계적 위기는 지나고 보면 기회일지 모르지만 막상 닥치면 견디기 힘들다. 더구나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세계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비슷해졌고, 상상을 초월할 규모의 파생상품의 활용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시장의 변동성 하락에서 나타나고 있듯 투자자의 지나친 낙관적 태도를 감안하면 언제, 어떤 형태로 위기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럴 때 터지는 대형사고는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사고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중국일 수 있다. 혹시 중국에서 대규모 통계부실, 기업들의 회계 부정, 대형 금융 피라미드 사기, 금융 스캔들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긴장이 고조될 경우 그 파급효과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한방에 날아간다!
물가 불안과 이에 따른 금리 상승도 주가 상승에는 복병이다. 사실 그간 전세계는 고도성장 덕분에 물가 걱정 없이 살았다. 이른바 글로벌화에 따른 혜택으로 선진국은 2%, 신흥시장은 대략 5% 내외로 물가가 안정되는 유례없는 혜택을 누렸다. 자본, 노동, 토지(자원), 기술 등 모든 생산요소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자본 비용이 저렴했고, 중국과 인도의 풍부한 노동력으로 임금도 낮았다.
자원의 경우도 최근 상승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전체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졌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아직 절대 수준에서는 1970년대를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경제성장과 더불어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이 생산국에서 소비국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과거처럼 저임금을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정된 매장량과 고조되는 자원 민족주의로 세계 자원 가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같다. 적당한 인플레는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과거 독일이나 브라질에서 겪은 살인적인 인플레는 한번에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수 있다. 금리 상승은 주식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는 결정적인 변수다.
주가가 오른다면 어떤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할까. 현재까지의 주식시장을 이분법으로 단순하게 나눠보면 2000년 초반까지는 첨단기술 주식, 최근에는 전통산업 주식의 상승이 전개되며 균형을 맞췄다.
앞서 지적한 대로 증권시장이 발전하면서 증시의 움직임은 1980~90년대와는 달라졌다. 그때는 주가지수 변화에 따라 주식시장의 종목이 떼를 지어 움직였다. 그러나 지금은 업종별로 경기 흐름이나 기업의 실적에 따라 차별화되고 있다.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 심화될 것이다. 업종의 차별화 단계를 뛰어넘어 업종보다는 기업 차원의 차별화 정도가 심화될 것이다. 같은 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업종에 속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실적이나 경영자의 능력, 기업의 투명도, 주주에 대한 배려 그리고 시장의 균형을 깨는 신기술이나 신기법을 등장시키는 능력에 따라 투자자들의 준엄한 판단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향후 주가는 전통과 첨단 주식들이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어떤 업종이건 그 업종에 속한 대표주가 시장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업종 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종목. 기술력을 보유하고, 지속적인 수익과 현금을 창출하며 과감한 투자와 마케팅 능력으로 성장을 지속하는 회사들이다. 이들은 2위와의 격차를 벌리며 매출이나 이익을 압도하는 기업군이다.
차별적 상승세
다른 한 종류는 비록 기업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자신만의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숨겨진 시장의 빈틈을 채워주는 이른바 ‘롱테일’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업군이다. 이와 함께 주주에 대한 배려 차원을 넘어서 기업과 이해관계를 갖는 종업원이나 소비자, 사회 전체에 공헌하는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한국 증권시장은 10년을 단위로, 그것도 10년이 마무리되는 몇 년간 색깔을 달리하며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1970년대 후반의 건설주, 1980년대 후반의 금융주, 1990년대 후반의 정보통신주에 이어 2010년이 다가오고 있는 현재까지 전통산업주가 그렇다. 철강, 조선, 화학, 기계 등인데 이른바 중국 관련주라고 할 수 있다.
향후 5년간 한국 증권시장은 미국이 1980년대 중반까지 구조조정을 거친 이후 1990년대에 역사상 가장 큰 상승을 기록했듯 여러 변곡점에도 꾸준하게 상승할 것이다. 철저히 차별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지수 5000 시대를 맞이하는 주식 포트폴리오는 4:3:3 전략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4는 주식 인덱스펀드에 대한 비중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종목을 따라다니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종목 선정에 고심하지 말고 그냥 저비용으로 시장에 몸을 맡기라는 의미다.
두 번째 3은 중소형주 펀드에 대한 투자 비중이다. 중소형주의 성격상 변동폭이 크기는 하지만 증권시장에서 저평가된 경우가 많아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또 M·A가 본격화하면 의외의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
끝으로 3은 해외펀드에 대한 투자 비중이다. 한국시장도 매력적인 부분이 많고 장기적으로 성장의 여지가 크지만 투자의 범위를 넓힌다는 측면과 위험 분산의 차원에서 해외투자는 여러 장점이 있을 것이다.
증권시장은 한여름의 시원한 맥주와 같다. 거품만 가득 차 있으면 맛이 없고 아무도 마시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당한 거품이 없다면 누가 마시려 하겠는가. 거품도 맥주의 일부라고 생각하듯 증권시장에서 나타나는 적당한 거품은 장기적으로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과도한 욕심도 경계해야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하는 순진함(?)도 미덕은 아닐 것이다.
(끝)
끝으로 2년전 글도 함께올립니다
-강세장은 새벽이슬처럼 찾아온다, 지금이 새벽이다- (신동아 2005년4월)
미국 증권시장 역사상 두 번째로 강력한 강세장은 1982년 8월 조용히 시작됐다. 8월13일(금요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이하 다우 지수)는 776.92로 출발해 12포인트 상승한 뒤 마감됐다. 8월 들어 지수는 하락세였고, 모처럼 하루 올랐다고 그리 놀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주가는 지겹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거래량은 빈약했고, 빈사상태에 빠진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무기력했다.
그러나 주말을 보내고 난 뒤 월요일에 다시 4포인트가 올랐고, 화요일엔 지수가 831.24를 기록했다. 의외였다. ‘주가의 그림자’라는 거래량도 급증했고, 마침내 8월말 지수는 901.31을 기록했다. 며칠 사이 125포인트가 뛴 것이다. 증권시장의 변화는 지나간 다음에야 확인할 수 있다. 혼돈과 잡음 탓에 변화의 단초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 증권시장의 숙명이다(주가 그래프만 봐도 알 수 있다). 1982년 강세장은 그렇듯 아무도 모르게 시작됐다.
주가의 ‘거울’이라는 거시 경제지표로는 8월의 상승장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불경기가 지속됐고, 실업률은 높았으며, 기업의 실적은 형편없었다. 그런데도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급속하게 하락했다. 당시 유명한 비관론자 헨리 카우프만(살로먼 브라더스 증권사에 리서치센터를 만든 1980년대 대표적인 경제분석가)은 향후 12개월 동안 금리가 지속적인 하락세 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 가운데 8월 상승이 ‘강세장의 시작’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별로>없었다. 기관들의 매수로 일시 상승했다거나 기술적 상승이라고 냉담하게 분석했다. 월가의 분석가나 펀드 매니저들도 마치 실연당한 뒤 다른 여자와 첫 데이트를 하듯, 다시 상처받지 않기 위해 큰 기대는 하지 않겠다는 눈치였다.
처음엔 이들의 시각이 맞는 듯했다. 9월 들어 증시는 다소 침체 양상을 보여 8월 마감 대비 5포인트가 하락했다. 그러나 10월 초부터 거래량이 폭주하더니 다시 100포인트 상승했고, 10월22일엔 10년 만에 다우 지수가 1000을 넘었다. 월가는 다시 술렁였다. 눈에 띄는 증거라고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통화 공급을 확대한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 ‘배론스’ ‘머니 매거진’ 같은 증권 관련 매체는 재빨리 새로운 강세장이 도래했다고 외쳤다.
1982년 미국, 2005년 한국
도대체 얼마 만의 강세장인가! 1960년대 말 이른바 ‘Go-Go’ 시대가 막을 내린 지 10년이 넘었다. 1966년 2월 다우 지수는 995.15까지 올랐다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1982년 8월까지 16년 동안 다우 지수는 큰 산등성이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해왔다. 1000포인트에 접근했다가 다시 하락하기를 거듭했다. 어느 투자자라도 이처럼 혼란스런 장세에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개인투자자 중 살아남은 이는 소수였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의 높은 인플레이션 탓에 주식 배당으로 살아가던 투자자들조차 점차 주식투자를 외면했다. 발빠른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부동산 투자로 돌아섰다. 증권사 브로커들이 투자자들에게 주식 매매를 권유하기란 난감한 일이었고, 이 때문에 수수료가 적은 MMF(단기투자펀드)나 팔았다. 투신사의 주식형 펀드 자금은 지속적으로 빠져나갔다. 유명세를 떨치던 피델리티의 주식형 펀드도 견뎌 내지 못했다. 그러나 비관 속에서 희망이 자라듯 1982년 강세장은 새벽에 내리는 이슬처럼 그렇게 조용히 찾아왔다.
1999년 한국 코스닥 시장이 과열될 때 나는 증권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자주 보수적인 의견을 내다 보니 경제부 기자들은 나를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으로 알았나보다. 한 기자가 나를 만나러 와선 “너무 젊은시네요” 하며 놀라워했다.
그러나 내 의견은 같았다. 지수 1000을 견딜 정도로 내실 있는 기업을 찾기 어려웠고, 투자자들은 한몫 보기 위해 덤벼드는 투기꾼들이 대부분이었다. 기업들도 주가가 올라가면 유상증자로 자금을 확보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주가가 올라갈 만하면 유상증자 물량이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다 보니 지수 1000을 찍기가 무섭게 다시 미끄러지기를 되풀이했다. 정보력이 뛰어나고 막대한 자금으로 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만 이익을 보는 패턴 역시 주기적으로 반복 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나는 비관적인 견해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경기 회복 조짐, 투자자의 투자 패턴, 기업의 실적,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근본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마치 23년 전 미국에서 나타난 강세장의 출현을 보는 것 같다. 5년 만에 다시 지수 1000을 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명하기가 부족한 커다란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각에선 아직 우리 경제 여건이 주가지수 1000 이상으로 올라가기엔 무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 예측으로는 3년 안에 종합주가지수가 2000을 돌파한다.
오랫동안 증권시장을 지켜본 나는 지수가 마치 계단을 올라가듯 차근차근 올라가거나 내려가는것을 보지 못했다. 지수는 한꺼번에 올라가고 한꺼번에 내려온다. 3년내 2000으로 가는 과정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바람직한 것은, 올해는 일단 종합주가지수 1000을 버텨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여기가 바닥인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강세장이 출현한다. 내년에 1500을 돌파할 수 있고, 그 다음해 2000을 넘어설 것이다. 나름대로 나는 지난해 가을부터 강세장이 올 수 있는 단초를 찾기 시작했다.
‘사상 최고가’ 속출하는 신흥시장
한국 시장이 변할 수 있다고 기대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세계 신흥시장이 보여준 성적 때문이다. 멕시코가 대표적이다. 멕시코는 1994년 금융위기를 겪은 지 10년 만인 지난해 신고가를 52차례나 경신했다. 2003년과 비교하면 주가는 평균 38%가 올랐다. 멕시코 기업들의 이익이 큰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나라 전체의 생산(GDP)이 4% 성장한 데 비해 기업 이익은 139~224% 증가했다. 멕시코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자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 나라는 1994년 12월 신흥시장에선 처음으로 자유변동 환율제도를 도입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상태에서 고정환율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폭락했고, 금리는 연 100%나 올랐다. 증권시장은 폭락했고, 18개 은행 중 14개 은행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멕시코는 점진적으로 환율이 평가절하되면서 수출 경쟁력을 회복했고 이를 계기로 기업실적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80%에 달했던 인플레이션 역시 안정을 찾아갔다. 최근엔 개인연금의 주식투자가 허용돼 투자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상황도 멕시코와 비슷한 점이 많다. 한국 역시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지속적인 구조조정 덕분에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으며 곧 기업연금이 간접적으로 주식시장을 노크할 예정이다.
또 다른 신흥시장 인도네시아와 호주는 자원 덕분에 증시가 활기를 띠었다. 인도네시아는 석유 자원 덕분에 주식시장이 상승했고, 호주는 철광석 가격이 올라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한국은 자원이 없는 나라로 알고 있지만, 우리에겐 반도체라는 자원이 있다. 인공 자원이긴 하지만 세계는 반도체 없이 작동되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다. IT 경기의 회복으로 반도체 가격이 뛴다면 우리 증시 역시 상승할 여지가 많다.
증권시장의 근본이 달라졌다고 판단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가 투자자의 변화다. 투자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가늠해야 돈이 어디로 몰릴지 예측할 수 있다. 이를 예측해볼 수 있는 것이 인구 통계적 변화다.
나는 향후 5년 동안 금융에 밝은 386세대가 금융시장의 주역이 될 것으로 본다. 386세대는 이전 세대처럼 부동산에 연연하지 않는다. 이들은 금융자산을 축적하는 데 적극적이고 개방적이다.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낸 386세대는 현재 35~44세, 5년 뒤엔 40~49세 가 된다. 앞으로 사회의 주역으로 활약할 이들은 금융자산을 늘려나가는 데 노력할 것이고, 이런 행동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올해 말 도입되는 기업 퇴직연금도 개인투자자의 투자 패턴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퇴직금을 일정 기간 펀드로 운용하는 것인데, 투자자 입장에선 부담이 적다. 목돈을 투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분산해서 투자하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노후에 쓸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가 된 요즘 세대에게 이는 미래 수입원을 마련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적립식 펀드 역시 투자 패턴의 변화를 예고한다. 매월 적금을 붓듯 조금씩 펀드에 돈을 넣는 적립식 펀드는 최근 월 불입액이 3000억원을 돌파했다. 매월 3000억원이 들어오는 ‘화수분’을 마련한 것이다. 이 자금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주식을 매입한다면 주가는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예전처럼 퇴직금을 몽땅 털어서 펀드에 넣고 불안하게 지켜보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피델리티의 한국 진출 의미
투자 주체별 순매수 동향을 살펴보면 앞으로 주식시장에 들어올 세력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기관투자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매수보다는 매도가 많았지만 적립식 펀드와 기업 연금의 유입으로 매수가 많아질 것이다. 업계가 예측하는 올해 기관 순매수 규모는 3조4000억원.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유입도 좋은 징조다. 꾸준하게 주식에 투자한 국민연금은 다른 연금보다 투자 수익이 높다. 앞으로 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할 좋은 명분이다.
외국인은 지금까지도 순매수 세력이었고, 앞으로도 이를 유지할 것이다.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신흥시장이지만 과거에 비해 리스크가 상당히 줄었다. 이를 입증하는 증거가 세계 최대 펀드업체인 피델리티가 한국에 진출한 것이다. 이 펀드는 해외에 진출할 때 신중하기로 이름이 높다. 이득이 있다고 확신해야 들어간다. 피델리티를 포함해 해외 자산 운용사는 국내에서 시장점유율 40%를 넘어섰다. 국내 시장을 좋게 보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개인투자자는 매도로 일관해 주식 보유량이 역사상 가장 낮은 상태다. 주식을 충분히 팔았기 때문에 더 팔 물량이 없어 매수로 돌아설 여지가 크다.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돌아올 것으로 예측하는 또 다른 근거는 저금리 현상의 지속이다. 은행에 돈을 넣어봤자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이자 수익은 거의 마이너스 수준이다.
홍콩은 2002년부터 제로 금리 시대를 맞았지만, 자본시장이 발달한 덕분에 이자 생활자들이 이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주식과 펀드, 채권에 투자한 것이다. 개인 금융상품 중 주식 비중이 1999년엔 12%였으나, 2003년엔 23.8%로 급증했다. 펀드 투자 비중도 같은 기간 3%에서 9.8%로 증가했다.
한국의 이자 생활자들도 이런 패턴을 따라갈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은행 이자 수익보다 높은 배당금을 주는 기업을 찾아 투자하고 있다. 이런 수요가 늘면서 최근엔 기업의 배당금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주주들의 요구에 밀려 기업이 기술개발에 투자하기보다 배당에 돈을 쓴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넓게 보면 고배당은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말 주당 3달러를 일시에 배당했다. 총 324억달러(32조40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이다. 만약 배당을 받은 주주들이 이를 모두 소비한다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1% 올릴 수 있다. 국가경제를 한 기업의 배당금이 견인하는 것이다. 이익을 유보해도 마땅히 수익성 높은 투자처를 발굴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배당을 높게 하는 것도 기업가치를 높이는 훌륭한 방법이다(투자기회가 많은데도 주주들이 고배당을 요구한다면 이는 큰 문제다). 소비를 진작해 경기를 선순환시키면 기업 환경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관들도 돌아온다
저금리 때문에 증시에 들어올 세력은 또 있다. 보험사와 은행 같은 기관투자자는 투자처를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불확실한 경제 환경과 위험도를 감안해 다시 국내 증시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규 투자자의 유입도 눈에 띈다. 대학에서 관리하는 자금뿐 아니라 교회나 절 같은 종교단체의 자금도 간접투자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서울의 한 여자대학이 국내 투신사에 돈을 맡긴 바있는데, 그 규모가 수백억원에 달했다. 이렇듯 대학들이 보유한 자금이 투신사로 유입될 경우 이는 새로운 투자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다. 종교단체도 마찬가지다.
다소 걱정스러운 면이 없지 않으나 헤지펀드의 급속한 성장은 또 다른 신규 투자세력으로 불릴 만하다. 이들이 3세대 투자 시대를 열었다. 1세대 투자자들은 펀드매니저가 마음대로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도록 내버려뒀다. 2세대 투자자들은 조금 약아서 펀드별로 수익률을 체크해 이를 기준으로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이 얼마나 높은지 평가했다.
3세대 투자자들은 펀드별 수익률 비교는 안중에도 없다. 무조건 고수익을 요구한다. 이런 일에 제격인 집단이 바로 헤지펀드다. 이 같은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전세계적으로 헤지펀드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 펀드가 눈여겨보는 시장은 한국과 같은 신흥 자본시장. 그렇다고 심각하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헤지펀드 시장이 커지면 그만큼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활발해져 시장이 이들에게 크게 휘둘리지 않게 된다.
증권시장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는 기업의 달라진 태도에서 엿볼 수 있다. 주주 가치를 보호하고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실천하려 노력한다. 주주에게 제공하는 배당 비율을 높이고,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 관리에 힘쓴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안정적이며 꾸준하게 실적을 올리는 것도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근거다.
소버린 자산운용이 SK의 지분을 대량 매집하면서 최고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사태 같은 것도 증권시장에는 좋은 계기가 된다.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외국 투자자들의 M&A에 노출되면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좀더 투명하게 경영하는 흐름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외국인들이 늘 감시하고 있다는 것은 기업에겐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투자자들에겐 호재다. 이를 계기로 기업이 재평가를 받고 실적이 좋아지면 주가는 오르게 돼 있다. ‘SK 사태’는 ‘SK 현상’으로 재계와 증권시장에 전파될 것이다.
과거엔 주가가 오르면 으레 기업이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오를 때 증자를 해야 좀더 많은 자금을 증권시장으로부터 끌어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물타기’가 아니라 ‘술타기’인 것이다. 그러나 증시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량이 쏟아져나오면 주가는 내려가게 마련이다. 1999년과 2000년이 그랬다.
그러나 올해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외국인들의 적대적 M&A가 이슈로 등장하면서 유상증자는 자칫 M&A 세력들을 이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우량기업치고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지 않은 기업이 없다. 게다가 국내 대기업은 오너의 지분율이 낮다. 그러니 주가가 높아져도 오너가 가진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적고, 주식의 추가 발행 역시 힘든 상황이다. 요즘엔 기업들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투자재원을 마련하려고 증권시장을 이용 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적의 변동성도 낮아지고 있다. 외부 환경 변화에도 기업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기업의 주가 변동성도 낮아지고 있다. 주가가 심하게 출렁거리지 않아 주가수익비율(PER·주당 가격을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것. 낮을수록 투자가치가 높다)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자기자본수익률 (ROE)은 은행 금리의 4배에 이른다. 자본을 투입해 얻는 수익이 금리의 4배라는 것은 꽤 수익 률이 높다는 얘기다. 장사를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향후 경기가 회복되면 수출기업뿐 아니라 내수기업의 실적도 올라갈 것이다. 만약 경기가 과열됐다는 평가가 나올 때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오르내린다면 이는 곧 떨어질 징조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기가 바닥일 때 지수 1000은 조금도 부담스럽지 않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의 실적이 더욱 좋아진다면 주가 상승의 계기가 된다.
현재 상장사가 보유한 현금은 46조원으로 추산된다. 예전 같으면 계열사에 순환 출자하거나 중소기업이 점령하는 분야에 신규 진출하는 등 엉뚱한 짓을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요즘처럼 외국인 투자자와 시민단체가 철저하게 감시하는 상황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배당금이 늘고 자사주 매입이 많아진 것도 그 때문이다.
화제를 좀 바꿔보자. 금융가엔 ‘투자시계’라는 것이 있다. 투자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디로 돈을 옮기는지 알려주는 일종의 ‘순환로’ 같은 것이다. 12시부터 3시까지는 주식, 6시까지는 상품,9시까지는 현금, 그리고 다시 12시까지는 채권으로 채워져 있다. 동그란 시간표를 상상하면 된다.
이 시계이론에 따르면 투자자는 주식으로 돈을 벌고 난 뒤 부동산 투자로 옮기고 그 뒤엔 현금 으로 보유한다. 다시 이 돈으로 채권투자에 나서면서 한 사이클이 완료되고, 다시 주식투자로 돈을 옮기면서 두 번째 사이클이 시작된다.
9시부터 12시까지, 즉 채권이 지배하는 시기는 경기가 지속적으로 침체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하지 않은 전형적 경기 침체기다. 이때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채권 투자의 적기가 된다. 그러나 12시가 지나면서 경기는 서서히 회복된다. 성장률이 미약하지만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기업이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난다. 금리가 바닥을 친 후 점진적으로 상승하면서 주가는 일부 우량주를 선두로 상승하고 거래량도 증가한다. 이때부터 3시까지는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3시를 넘어서면서 경기는 과열국면을 보이고 일부 원자재에 수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가격이 급등한다. 이런 국면이 6시까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금, 철강 금속, 원유, 곡물, 부동산 투자로 옮겨간다. 6시 이후엔 일부 버블 현상을 보이던 상품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떠나 휴가를 갖는다. 9시까지.
‘한국 투자시계’는 11시
투자시계를 한국시장에 응용해보자. 한국은 지속적인 내수부진으로 금리가 하락했고 이 때문에 채권시장이 초강세였다. 2004년 주식시장이 상승했지만 상승률은 세계 44개 시장 중 31위에 불과했다. 시원치 않은 수익률이었다. 투자시계로 치면 한국은 10시30분에서 11시 사이다.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주식 투자의 적기가 돌아온다. 이제 곧 주식이 어떤 투자보다 매력적인 대상으로 등장할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부동산에 대해 강력한 규제책을 유지하며, 지난해 말부터 경기 부양 대책을 내놓아 분위기가 주식 투자 쪽으로 무르익고 있다.
지난해 12월 도이치방크가 평가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투자 매력도는 상당히 높다. 전세계 33개 주식시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노르웨이에 이어 2위. 이는 가치, 모멘텀, 위험 등 세 가지 요소를 토대로 평가한 결과다. 또 IMF는 올해 한국경제가 회복된다는 데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선진국보다 낮다는 점은 한국 증시의 또 다른 매력이다. 미국의 경우 100%가 넘지만, 한국은 60%에 불과하다. 올라갈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얘기는 최근 들어 꾸준히 외국인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상장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8~10배 수준인데 이것은 미국이나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로 각국과 비교해도 한국은 고작 1배에 불과한 실정이다.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그만큼 낮다.
올해 6월부터는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 같은 지표가 한국에서도 개발된다. 업종을 대표하는 종목을 묶어 따로 지수를 산출하는 시대가 열린다. 1970년대 미국은 ‘니프티 피프티(Nifty-Fifty)’라고 해서 주요 종목 50개가 큰 폭으로 오른 적이 있다.
이런 패턴이 증시에 긍정적인 이유는 이 군에 묶인 종목들이 서로 주가를 올리기 때문이다. 선두 종목의 주가가 올라간 뒤 후발대가 따라가면서 동반 상승한다. 우량종목군(群)이 생기면 이들에게만 투자하는 펀드가 생기고, 다른 펀드들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 종목들을 매입하게 된다.
3년 안에 지수가 2000을 돌파할 것이라고 보는 유력한 단초 가운데 하나는 정치권의 일정과 맞물려 있다. 2007년 12월과 2008년 4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가 연달아 치러진다(이보다 앞서 2006년엔 지자체 선거도 치러진다). 선거는 보통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증시 역사에서 재미있는 점은 5자로 시작된 해엔 어김없이 증시가 상승했다는 것이다.올해가 2005년으로 5자가 들어 있으니 상승이 예견되는 해다. 미국 증시가 상승하면 한국시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기대해볼 만한 무겁지 않은 이유다.
도넛 먹다 대박 터뜨리듯…
증시 역사에 버블의 생성과 소멸은 늘 있는 일이지만 의미 있는 한 가지 사건이 있다. 1910년대 미국에선 자동차 관련 종목에서 버블이 형성됐다. 1912년 최첨단 기술로 꼽혔던 자동차 기술이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관련 종목이 5년 동안 수직상승했다. 그러다 다시 5년 동안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70%가 하락해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마치 자동차 기술은 사 장되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1922년부터 1929년까지 7년 동안 자동차 관련 종목의 주가는 무려 22배 상승했다. 가히폭발적이었다. 이를 한국의 인터넷과 IT 관련 종목에 적용해보면 재미있다.
2000년 천정부지로 올랐던 IT 관련 주식은 4~5년 동안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다시 조명을 받을 땐 미국에서 벌어진 것처럼 상상을 뛰어넘는 상승장이 연출될 수도 있다.
미국의 달러 약세는 한국의 수출기업에겐 분명 악재다. 수출단가가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시에선 얘기가 다르다. 달러자산을 회피하려는 세계의 자금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으로 몰려들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 환율은 안정될 것이고 기업의 부담이 적어질 것이다. 유가나 상품 가격은 향후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시장의 경착륙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까지는 고성장을 유지할 것이다.
이처럼 증권시장 전망이 밝다면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궁금할 것이다. 여기에 대한 답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우량회사의 주식을 사지 말고 우량주식을 사라. 우량주식은 가치가 저평가된 종목이다. 어렵지 않다. 애널리스트처럼 복잡한 분석력이 필요하지 않다. 자신이 잘 아는 기업이 시장에서 대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 기업의 주식을 사라.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가 출근하면서 종종 들렀던 도넛 가게(던킨도너츠)의 맛과 서비스가 마음에 들어 투자한 결과 ‘대박’을 터뜨렸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아내에게, 자녀들에게 요즘 인 기 있는 것이 뭐냐고 물어보라. 그들의 대답 속에 다이아몬드 같은 종목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 다. 그것도 귀찮으면 펀드를 사라. 요즘 펀드매니저들 실력, 만만치 않다.
장득수
'주식일반 > 주식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우이론 (0) | 2008.08.23 |
---|---|
땡처리 주식에서 대박 난다 (0) | 2008.01.12 |
부자가 되는 단순한 투자습관 8가지 (0) | 2007.12.06 |
6년간 주식투자로 20억 번 비결 (0) | 2007.12.01 |
가치투자가 최선의 투자법은 아니다 (0) | 2007.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