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투자노트]시장 심리가 관건…현재 ‘황색경보’ -

원칙은 수요와 공급…지수 상승해도 특정종목만 오르면 ‘매도 후 관망’

 

 필자는 늘 주식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매수가 아닌 매도라는 얘기를 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주가의 저점과 고점을 정확히 찾아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주식 투자에서 저점과 고점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면 그는 신이거나, 시장 그 자체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인격체일 것이다.

그래서 투자에서는 가능하면 예측보다 대응을 해야 한다. 예측은 기본적으로 주가의 방향성을 염두에 둔 다음 주가가 오를 것이냐 내릴 것이냐를 맞히는 방식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지만 그것의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시장의 자칭 ‘비서(秘書)’들과 ‘고수(高手)’들이 그 방법을 알고 있는 듯 말하지만, 그것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결국 무녀(巫女)의 말에 운을 맡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일관된 매도 기준 있어야

하지만 대응은 다르다. 대응은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 우산을 들고 나가고, 아침에 찬 바람이 불면 코트를 입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 다만 이렇게 예측이 아닌 대응을 원칙으로 삼을 때는 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그것이 이동평균선을 기준으로 삼든, 아니면 수백 개나 되는 보조지표들 중의 하나를 기준으로 삼든 마찬가지다.

이때 기준이란 가격이 기대를 배반할 때 우리가 스스로 그 상황을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다. 즉 우리가 주식을 매수할 때는 그것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 기대하고 매수를 하지, 세상에 누구도 가격이 내리기를 기대하면서 주식을 사들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막상 주식을 사들이면 그것은 종종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곤 한다. 이때 내가 사들인 주식이 오를지 내릴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것이 오를 때는 지켜보기만 하면 되고, 기대와 달리 가격이 하락할 때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은 없으며 나름의 기준이 있을 뿐이다. 산 가격에서 오르지 않으면 매도할 수도,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정 비율의 하락이 있을 때 매도할 수도, 아니면 정해진 이동 평균선이나 지표들을 훼손할 때 매도할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일관된 기준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투자에 있어서 단지 내가 사들인 주식이 하락할 때, 혹은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매도하는 대응만 존재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어려움에 빠진다. 즉 이익이 날 경우에는 얼마의 이익이 날 때 매도를 해야 하는지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수한 주식이 10% 상승했을 때 이 주식이 이제 다시 하락하여 매수가에 접근할 것으로 생각되면 여기서 팔아야 할 것이고, 반대로 추가로 상승해서 50%, 100 % 상승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면 계속 보유를 해야 하지만, 결국은 여기서 또 예측의 딜레마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핵심은 이익을 냈을 때 언제 파는 것이 가장 적절한가라는 데 모아지는 것이 정상이다. 매수한 주식이 기대와 반대로 하락을 할 경우에는 ‘절대로 변하지 않을’ 기준을 세워서 대응을 하되, 이익을 낼 경우에는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인 잣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딜레마인 셈이다. 즉 손실은 물리적이고 기계적인 방식으로 정리하되, 이익은 가능한 한 유연하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겨지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결국 시장의 심리와 체력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시장의 심리도와 이격, 그리고 시장 참가자들의 질을 이용하는 방식이 있지만 사실 일반 투자자들이 시장 심리를 유연하게 파악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우선 원칙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세상의 모든 경제 행위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따른다. 제한된 대상을 두고 사려는 사람이 늘면 가격이 올라가고, 팔려는 사람이 늘면 가격은 떨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원리도 주식 시장에서는 파악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주식 시장은 수백만의 참가자가 복수의 계좌를 가지고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이들 중에 누가 매수자이고 누가 매도자인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매도자와 매수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 입장이 바뀌기도 한다.

시장에서는 이를 알기 위해 간접적인 정보들을 이용한다. 그중의 하나가 고객예탁금일 것이다. 하지만 고객예탁금이란 문자 그대로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이 팔린 돈이든 사려는 돈이든 색깔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요즘은 기관 투자자들의 역할을 감안하여 기관 투자자들의 주식 편입 비율을 살핀다. 기관 투자자들의 현금보유 비중이 거의 한계에 다다르면 더 이상 매수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펀드의 환매 규모를 보고 판단하기도 한다. 펀드의 순유입 자금이 늘어나면 기관 투자자들의 매입 비중이 늘어 날 것으로 예측할 수 있고, 반대이면 기관 투자자들이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만간 매도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들은 모두 간접적이고, 부정확하다. 기관 투자자들은 시장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니며, 더구나 시장의 일시적 경향인지 아니면 시중 자금의 소진인지를 구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수·매도 팽팽한 힘겨루기 장세

시장에서는 이 모든 약점들을 반영할 수 있는 정보들을 더 중시한다, 예를 들면 시장의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을 비교한다던지, 아니면 시장의 거래량을 포함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종합주가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위해서는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 역시 가파르게 증가해야 한다.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곧 ‘어떤 바보가 가진 주식을 그 보다 더 바보가 비싼 값을 치르고 있다는 뜻이다’고 말하는 코스톨라니의 시니컬한 이야기를 빌리지 않더라도, 주식의 가격이 상승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더 많은 투자자금과 투자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시가 총액이 1000조 원에서 1100조 원이 되었다는 말은 다음에 같은 비율의 상승을 위해서는 110조 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때문에 시중 자금이 계속 100조 원씩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다음에는 110조 원, 다음에는 121조 원의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한 더 큰 상승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조건은 아니라는 뜻이다.

때문에 자금 유입 비율이 유지되지 않고 자금의 절대량만 늘어나거나 혹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가가 크게 오른다면, 그것은 수요공급의 원리에 충실한 가격상승이 아니라 같은 자금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한 결과이거나, 시장 전체보다는 특정 종목이나 업종만 상승하는 상황이라는 의미가 된다.

자금 유입이 일정부분 한계에 부닥치면 대개 시장은 지수는 상승하지만 특정 종목만 상승하는 슬림화가 발생하거나 시장의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거래회전율이 증가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동일자금의 거래회전으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거나, 특정 종목만 오르는 경우에는 보유한 주식을 일단 매도하고 다시 수급이 일치하는 시점까지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한 기준이 된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의 시장처럼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늘어나거나 시장의 자금 회전과 거래 회전율이 높아진다면 일단 시장에는 노란불이 켜진 것이며, 만약 이 지점에서 전체 거래량의 증가까지 나타난다면 그것은 일단 정지 신호가 켜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그래서 최근의 시장은 불안한 심리가 반영되어 있고, 투자자들이 심리적 혼선을 겪고 있으며, 자금은 눈치를 보고 있고, 매도자와 매수자는 서로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여기는 것이 정확하다.

‘시골의사’ 박경철

현직 외과의사이자 국내 최고의 투자전문가로 꼽힌다. 본명보다 ‘시골의사’란 필명으로 유명하다. 투자 분석으로 영리 활동을 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전문가다. 명쾌한 논리와 유려한 문장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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