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투자노트]소심증 털고 ‘큰 손’ 주목하면 ‘유레카’ - 밴드 오버레이 지표가 힌트 제공…‘이격’은 범주 내 변동성일 뿐
그중 하나는 수치화된 가격 요인을 그림으로 명료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보통 증권회사의 주가 창(HTS)을 화면에 띄운 다음, 이것을 선택하면 이동평균선 아래위로 두 개의 띠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밴드 오버레이 지표들이다. 이것은 지난번까지 말해 온 ‘범주를 벗어나는 결정적 국면’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동평균선으론 방향성 몰라
이 지표들은 이동평균값(차트에서는 이동평균선)을 중심으로 주가가 벗어날 수 있는 한계를 보여준다. 원래 산발적으로 흩어진 가격들은 높낮이를 쉽게 평가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가격의 방향성을 이해하기에 힘들다. 각각의 가격들을 기간 평균해 평활한 값으로 이동평균값(선)을 사용하는 이유는 가격의 방향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동평균값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각각의 가격들이 상승 추세에 있는지, 아니면 하락 추세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그뿐이다. 기술적 분석가들은 이들 각각의 이동평균값, 즉 서로 기간이 다른 이동평균선을 서로 교차해 매매 신호로 삼거나 이동평균선의 방향 전환을 매매의 기준으로 여기지만 이 신호들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면 오류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20일 이동평균선과 5일 이동평균선이 교차하면 골든크로스, 데드크로스라고 부르고 그것을 각각 단기 매수와 매도의 신호로 여기지만, 그것은 일견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지표로서의 유용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기 가격(이동평균선)이 하락 중일 때 그것이 상승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주가, 혹은 근래의 주가가 먼저 상승해야 할 것이다. 이 때문에 단기 이동평균값이 중기나 장기 이동평균값을 상회하는 것은 하나의 과정이자 절차일 뿐 그 자체가 새로운 방향을 암시하지는 않는다.
반면 중기 이동평균값과 단기 이동평균값이 서로 다가서고 멀어지는 방향과 거리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MACD라고 부르는 이 장기와 단기 이동평균값 간의 차이는 시세의 힘을 이해하는데 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가격이 고점을 돌파하는데 MACD가 더 커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시세의 힘이 떨어진 것이거나 손바뀜이 일어났다는 증거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가격은 유통 주식 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시장의 힘은 주주의 수에 따라 결정된다. 총 발행 주식 수가 1만 주일 때 5명의 주주가 각각 1000주씩 보유하고 100명의 주주가 각각 50주씩 보유하고 있다면 그 주식의 가격은 1000주를 보유한 5명에 의해 좌우된다. 이들은 시장에 큰 힘을 행사하고, 그들이 1000주를 보유하는 과정에서 유통 주식 수는 줄어든다. 그러나 이들 중 한 명만 보유 주식을 팔아도 시장의 유통 주식 수는 10%가 늘어나는 것이다. 50주를 보유한 주주 두 명이 주식을 팔아도 증가하는 유통 주식 수는 기껏해야 100주가 전부다.
이렇듯 많은 주식을 보유한 소수의 주주는 시세의 시위를 팽팽하게 당긴다. 이때 시장은 작은 매매에도 크게 반응한다. 만약 1000주를 보유한 5명의 주주가 보유 주식을 더 늘리려고 마음먹으면 나머지 100명이 보유한 주식의 일부가 매도돼야 한다. 따라서 이들은 둘 중 한 가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들 중 한두 명이 보유 주식을 내다팔아(유통 물량을 늘려서) 주가를 급락시키거나, 반대로 그들이 각자 주식을 매수해 가격을 올림으로써 소액 주주들이 이익실현 욕구를 느끼게 하는 수밖에 없다.
두 경우 모두 가격은 이동평균값에서 크게 멀어질 것이다. 평균값에서 너무 멀어진 주가는 투자자들을 불안에 빠뜨린다. 신규 매수자는 감히 나서지 못하고, 기존 보유자들도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면 보유 불안에 시달린다. 강력한 매도 욕구가 그들을 휩쓸고, 그들이 하나하나 보유 주식을 내놓을 때마다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은 더욱 오르게 된다.
반대로 5명이 일시적으로 많은 주식을 매도하게 되면 잠시 주가는 급격한 조정을 보이고 소액 주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매도에 동참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주식은 5명의 손에 들어가 더 급격한 각도로 가파르게 오를 것이다. 이때 거래량은 바닥에서 증가하고 상승할 때는 감소한다.
실적 웃도는 폭등의 가능성
밴드 오버레이 지표는 바로 이 상황에서 유용하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성적으로는 주식의 가격이 적정한가를 실적과 재무제표 등을 통해 알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매매에 임하면 이런 판단들은 혼란에 빠진다. 처음에 저평가로 여겨졌던 주식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제 가격을 찾고 펀더멘털 상 고평가에 이르면 무조건 팔아야 할까. 아니면 고평가됐던 주식이 저평가 국면에 이르면 무조건 사야 할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고평가와 저평가의 한계 국면에서는 맞겠지만 그것은 결국 ‘범주 속’의 매매에 머무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필자가 강조한 ‘범주를 벗어나는 결정적 국면’은 이 상황에서 무엇일까. 그것은 실적이나 재무제표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예를 들어 지금 주가수익률(PER)이 60배를 넘는 조선주의 밸류에이션은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만약 조선 업종을 실적이나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매매했다면 투자자들은 현대중공업이 10만 원을 넘어가는 순간 모두 매도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실제 투자자들의 이익은 그 지점을 훨씬 벗어나는 시점에서 극대화된다.
조선주의 정점은 어디이며 지금 조선주를 추가 매수해야 할까 아닐까. 이에 대한 힌트를 바로 밴드 지표들에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밴드 오버레이 지표인 엔빌로프와 볼린저 밴드는 그 성격이 다르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전자는 ‘범주 내에서의 매도 및 매수 시점’을 알려주는 데 유용하고 후자는 ‘범주를 벗어나는 시점’을 아는 데 쓸모있다.
엔빌로프는 이동평균선을 중심으로 소위 ‘이격’을 중시한 것이다. 사람은 가격을 살필 때, 최초의 판단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의 판단과 행동을 곁눈질하게 된다. 자신이 싸거나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에 다른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끊임없이 의식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가격은 이동평균선을 중심으로 일정한 범주 안에서 움직인다. 소심한 사람들은 이동평균선의 지지나 저항을 의식하고(평균에서 매매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보다 높은 가격에서 팔고 낮은 가격에서 사고 싶어 한다. 이때 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가격의 한계가 바로 이격이다.
일반적으로 이동평균선에서 일정 비율 이상 주가가 상승하면 팔고 싶어지고,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면 사고 싶어진다. 주식의 가격은 대개 이동평균에서 일정한 비율로 등락하면 매수와 매도 욕구가 일어나고 여기에 충실한 사람들은 실제 매매를 행한다. 그래서 코스피지수 기준으로는 이격이 108(100 기준)이 되거나 92가 되면 고점이나 저점일 경우가 많고, 개별 종목 기준으로는 110 혹은 115 수준 이상 이격을 늘리지 못한다.
하지만 이는 문자 그대로 일반적인 투자자들의 보편적인 심리일 뿐 1000주를 보유한 5명의 주주가 시장을 움직이는 과정을 설명하지 못한다. 즉 그것은 100명의 주주에 해당하는 논리이며 ‘범주’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가격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체 매매 기간의 80%를 차지하기는 하지만 전체 가격 등락의 폭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범주를 벗어난’ 경우는 어떤 형태를 취할까. 다음 호에서 알아보자.
‘시골의사’ 박경철
현직 외과의사이자 국내 최고의 투자전문가로 꼽힌다. 본명보다 ‘시골의사’란 필명으로 유명하다. 투자 분석으로 영리 활동을 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전문가다. 명쾌한 논리와 유려한 문장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에는 가격을 살피는 지표 중 하나인 밴드 오버레이 지표에 대해서 알아보자. 엔빌로프(Envelope)와 볼린저 밴드(Bollinger Band) 등이 대표적인 밴드 오버레이 지표인데 이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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