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폭탄’부터 ‘F-22’까지…첨단 무기 성공과 실패의 스토리
[별난세상 별난 인생 극과 극](7)첨단 무기의 세계
8조 3000억원을 투입해 2050년까지 우리 영공을 책임질 차세대 전투기 선정과 관련한 논쟁이 뜨겁다. 미국 보잉사의 F-15SE가 최종 기종으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향후 우리 방위력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전 국민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역사는 신무기의 등장과 궤를 같이 한다. 태초 이후 인간은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만큼 타인을 살상하는 무기를 개발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영토 분쟁은 흔히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졌고, 전쟁의 양상을 유리하게 돌려놓으려면 군(軍)에 꼭 신무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첨단’을 추구한다고 해서 모든 무기가 군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비용 대비 효과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제대로 쓰이지도 못하고 사장되기 마련이다. 개발을 추진하다 시제품 조차 양산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무기가 태반이다. 그렇다면 비밀리에 추진했다가 사라진 ‘황당 무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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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공군 연구소는 적진에 흥분제가 가득한 폭탄을 투하해 전의를 상실하게 하는 ‘게이 폭탄’ 개발 계획을 추진했다. 이 황당한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 상태에서 중단됐지만 이후 ‘이그노벨상’에 선정되는 등 웃음거리가 됐다. 사진은 미 공군의 대표적인 폭격기인 B-52 전략폭격기. 미 공군 홈페이지 |
●’게이 폭탄’부터 ‘개 폭탄’까지…‘황당 신무기’ 정체는
우선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게이 폭탄’(gay bomb)이라는 무기가 눈길을 끈다. 1994년 미 공군 소속인 오하이오주 라이트 연구소는 적진에 ‘아프로디시악’이라는 물질이 가득한 폭탄을 투하해 적군들이 서로 참을 수 없는 성적 흥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이 폭탄을 구상했다.
아프로디시악은 일종의 최음제로, 적진에 투하해 남성 위주로 구성된 적군을 동성애에 빠지게 하고 최종적으로 전의를 상실시킬 의도로 개발됐다. 연구소는 이 ‘안전한 비살상 무기’를 사용할 경우 사랑에 굶주린 군인들이 총을 놓고 동성 연인에게 푹 빠질 것으로 확신했다. 연구소는 실제로 이 폭탄을 개발할 의도로 상부에 7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하지만 명확하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설령 효과가 있다고 해도 일반인에게 사용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돼 연구는 제대로 시작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중단됐다.
이 무기 발명 계획은 황당한 발명자에게 상을 주는 ‘이그노벨상’ 2007년 평화상에 선정돼 세상에 실체를 드러냈고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 “전쟁을 막아 전 세계에 평화를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라이트연구소 일부 연구진은 적군에게 땀·방귀·입냄새를 유발해 냄새로 숨어있는 병사를 찾아내고 적진의 사기까지 떨어뜨리는 특수 폭탄도 개발했지만 마찬가지로 상부로부터 외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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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신무기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2차 세계대전 기간에 미국에서 개발한 ‘박쥐 폭탄’. 개발 계획 초기에는 일본의 목조 가옥을 불태울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로 평가받았지만 원자폭탄 개발 계획에 밀려 사라졌다. 유튜브 영상 캡처 |
2차 세계대전(1939~1945년)은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대규모 국가간 전쟁이었던 만큼 전시에 셀 수 없이 많은 신무기가 쏟아져 나왔다. 이 시기에는 아군의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동물’을 활용한 황당 무기가 잇따라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소련군은 파상적인 독일군의 공세를 막기 위해 개 4만마리를 훈련시켜 자살 폭탄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독일군은 주로 ‘전차’와 ‘장갑차’로 적진을 빠르게 돌파한 뒤 보병을 전개하는 ‘전격전’을 활용했는데, 전차는 물론 대전차 무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개전 초기 소련은 이를 막기가 버거운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소련군은 개의 몸에 시한 폭탄을 두르고 전차로 돌진하도록 교육시켰다. 하지만 훈련에서 엄청난 포사격음을 들은 다수의 개들이 혼란에 빠졌고, 일부는 오히려 소련군 진영으로 되돌아오는 바람에 결과는 대실패였다. 디젤(중유)을 사용하는 소련 전차를 이용해 훈련한 개들이 가솔린(휘발유)을 사용하는 독일 전차 대신 익숙한 냄새를 풍기는 소련 전차로 달려와 폭사하는 황당한 사건까지 생기면서 계획은 모조리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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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은 죽은 쥐의 몸에 고성능 폭탄을 넣어 독일에 피해를 줄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독일군이 너무 쉽게 폭탄을 발견하는 바람에 개발 계획은 중지됐다. 영국 BBC 온라인 캡처 |
영국군은 죽은 쥐의 몸에 플라스틱 폭탄을 넣어 독일에 공급하는 석탄과 함께 섞는 작전을 마련했다. 석탄이 보일러 속에 들어가면 폭발해 인명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독일군이 쥐 폭탄을 너무 쉽게 발견하는 바람에 개발 계획은 무산됐다. 1942년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살던 한 치과 의사는 백악관에 ‘박쥐 폭탄’을 제안했다. 일본의 자살 특공대인 ‘가미카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를 비밀리에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박쥐는 건물 처마 밑으로 들어가는 습성이 있어 목조로 지어진 일본 가옥에 침투시켜 화염을 일으키는 소이탄을 폭발시키면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개발 속도는 너무 느렸고 원자폭탄 개발계획이 등장하자 프로젝트는 폐기됐다.
●인공위성으로 도시 초토화…영화 소재 아닌 실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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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 등장하는 ‘신의 지팡이’ 프로젝트도 1980년대에 실제로 존재한 무기 개발 계획이었다. 위성에서 텅스텐탄(사진 위 원 안)을 발사해 자유낙하시킴으로서 지상 표적을 초토화시킨다는 구상이었지만 막대한 예산을 감당할 수 없어 폐기됐다. 영화 지아이조2 캡처 |
최근 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 지아이조2에 등장한 ‘신의 지팡이’(The Rod from God)라는 위성 공격 시스템에도 눈길이 간다. 1980년대 실제로 미국에서 개발된 이 시스템은 길이 6m의 금속인 텅스텐(중석)탄 10여발을 탑재한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린 뒤 탄을 지상으로 자유낙하시켜 공격하는 방식이다. 텅스텐탄은 무게가 100kg에 달해 가속이 붙으면 최대 시속 1만 1000km로 지상으로 돌진하게 되고 이를 통해 목표 지역을 초토화시킨다는 것이 최초의 시나리오였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탄심이 영국 런던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공격 위성을 쏘아올리는데 필요한 막대한 예산에 비해 효과는 핵미사일보다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결국 공상과학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우리 군도 자력으로 개발한 명품 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모든 국산 무기가 처음부터 박수를 받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잠수함을 상대하는 대잠 유도미사일 ‘홍상어’는 잦은 시험발사 실패로 개발 위기에 처했지만 지난 14일 동해상에서 진행한 실탄 발사 시험이 성공함에 따라 기사회생했다. 해군 구축함 수직 발사대에서 발사되는 홍상어는 10여km를 날아가 낙하산을 펼쳐 수면으로 낙하한 뒤 수중표적을 쫓아가 ‘비행하는 어뢰’로 불린다.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지난 9년간 1000억원이 투입됐지만 지난해 7월 첫 시험발사에서 목표물을 맞추지 못하고 유실된데 이어 올 2월까지 진행된 8발의 추가 시험 발사에서도 5발만 명중해 성공 기준인 75% 명중률을 얻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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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무기가 처음부터 박수 갈채를 받을 수는 없다. 개발 단계부터 주목받았지만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충분한 타격능력을 입증한 국산 대잠 유도미사일 ‘홍상어’. ADD 제공 |
1999년부터 개발비 910억원을 투입해 국산 명품무기로 꼽혔던 K-21 보병전투장갑차는 2010년 7월 수상 조종 훈련 중 어이없는 침수 사고로 부사관 1명이 사망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이후 개발사에서 배수펌프 등의 결함을 보완해 우여곡절 끝에 2011년 군에 투입됐다.
●전문가가 꼽은 최강의 첨단무기 ‘F-22’…가공할 능력은
그렇다면 전세계적으로 가장 성능이 뛰어난 ‘명품 무기’는 어떤 것일까. 군사 전문가들은 현존하는 무기 가운데 가장 뛰어난 무기로 ‘전투기’를 꼽았고, 그 가운데서도 두말없이 ‘하늘의 지배자’로 불리는 미국의 ‘F-22 랩터’를 거론했다. F-22는 최강의 전투기였던 F-15와 2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117A을 대체할 ‘5세대 전투기’로 개발돼 2006년 미 공군에 배치됐다.
사나운 육식성 새를 뜻하는 ‘랩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레이더를 회피하는 스텔스 기능과 정밀 유도폭격 시스템, 강력한 상황인식능력(SA), 최대 마하 2.5(마하 1은 시속 1200km)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속력과 공중 제어능력을 갖췄다. 작전 반경은 2000km가 넘고 반경 250km 내의 8개 표적을 동시 조준하는 기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당 생산 가격이 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670억원)로 현재 한국군 주력기인 KF-15 구입가의 4배에 달하지만 첨단 기능 유출을 우려한 미국의 수출 금지 정책으로 우방국조차 구매가 불가능하다. 한미 연합훈련에 F-22가 등장하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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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 전문가가 꼽는 현존하는 최고의 무기는 ‘F-22’. 공중전과 지상공격은 물론 전자전과 정보전 등 모든 분야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해 ‘하늘의 지배자’로 불린다. 미국은 개발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우방국에도 이 전투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현존하는 무기 체계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은 역시 F-22”라면서 “정찰과 지휘, 정밀 폭격, 공중전, 전자기기를 무력화하는 전자전 등 모든 분야에서 만능이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F-35가 2000파운드의 대형 폭탄을 장착해 폭격 위주의 임무를 진행한다면 F-22는 고출력 AESA(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와 전자전 무기로 전투는 물론 적의 레이더를 무력화시킬 수 있고 정밀 탐색도 가능한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전투기는 무장을 모두 소모하고 나면 기지로 돌아가야 하지만 F-22는 현장에 남아 강력한 탐색 능력으로 조기경보기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일반 전투기는 적에게 표적으로 포착되면 공격 위험 경고음이 울리게 돼있는데 F-22는 이 경고음을 울리지 않는 상태에서 적기를 포착해 격추할 수 있다. 양 연구위원은 심지어 “과거 미국의 스텔스기가 북한 상공에 몰래 진입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있는데 F-22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북한의 대공 방어력을 감안할 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첨단 무기 해외에만 있나…우리 군의 자랑 ‘세종대왕함’ ‘K-9’
양 연구위원은 F-22 외에도 ‘MQ1 프레데터’, ‘MQ9 리퍼’ 등 미국의 첨단 무인공격기와 개인 ‘단말기’만 있으면 전세계 어디에 있는 미군의 전투상황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글로벌인포메이션그리드(GIG) 프로젝트’를 첨단 무기로 꼽았다. 특히 GIG에 대해서는 “전세계 어떤 지역도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고 전투 상황과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전의 총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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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국산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 1000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포착하는 가공할 능력을 지녀 우리 영해를 철통같이 수호하고 있다. 명품무기 답게 일본은 물론 미국의 이지스함과 비교해도 성능이 뒤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군 블로그 블루 페이퍼 |
우리 군의 자랑거리도 많다. 특히 우리 해군은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세종대왕함’ 등 3척의 최신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다.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개발한 이들 이지스함은 일본이나 미국의 이지스함과 비교해도 전혀 성능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반경 1000km 내의 1000여개 표적을 추적할 수 있고, 적 항공기나 전함의 접근을 원천 봉쇄해 ‘신의 방패’라는 뜻의 이지스로 불린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표적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포착해 막강한 레이더망 기능을 입증했다. 양 연구위원은 “국산 자주포 ‘K-9’도 미국의 ‘M109A6 팔라딘’이나 영국의 ‘AS90’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으며 세계 최강이라고 불리는 독일의 ‘PzH2000’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명품무기”라고 설명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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