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넘어 세계로 동남아 금융의 힘

한경비즈니스 | 입력

아시아 넘어 세계로 동남아 금융의 힘

18:19

동남아 지역이 세계경제의 새 엔진이 되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국에서 넘쳐나는 유동성이 동남아로 몰려들고 있다. 몰려든 유동성은 금융을 통해 각 산업으로 배분된다. 당연히 금융 산업 역시 질주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주춤하고 한국 금융이 휘청하는 사이 이미 동남아의 금융사들은 글로벌 톱 플레이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까지 왔다.

최근 아세안의 증시는 말 그대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증시와 아세안 6개 시장(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의 지난 1년간 기간별 수익률을 확인해 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코스피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5%였지만 필리핀은 같은 기간 동안 40%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나타냈다. 6개월 수익률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코스피 지수에 해당하는 태국 SET 지수도 20% 이상 상승했다. 인도네시아도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주가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현재 가치에 더해 결정된다. 아세안 국가들의 종합주가지수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의미는 곧 이 지역의 성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지금도 평균 5~6%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신흥국'이라고 불리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 대로 곤두박질쳤다.

금융은 국가 경제의 활력소다. 각 산업 부문에서 발생된 부를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또 '투자'라는 방식을 통해 자기 증식을 하며 경제의 밑바탕을 튼튼하게 만든다.

한국의 경제가 주춤하는 사이 한국의 금융도 휘청거렸다. 한국 은행들의 수익성은 급감했으며 한국 증권사들은 수익성의 문제를 넘어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할 정도다. 이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로 세계무대의 진출을 꿈꿨지만 계속 고전만 하고 있다.

반면 아세안 국가들의 금융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자국 경제성장의 수혜를 그대로 보는 것은 물론 차곡차곡 쌓이는 부를 바탕으로 활발한 해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금융 산업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싱가포르의 금융 산업은 어찌 보면 이제 더 이상 한국의 금융 산업이 '넘을 수 없는 벽'일지도 모른다. 약 500개 이상의 국내외 금융사가 집결해 있는 싱가포르는 홍콩을 넘어 아시아의 대표 금융센터 자리를 넘보고 있다. 영국 조사 기관인 지옌(Z/Yen)그룹이 발표하는 세계금융센터 지수에 따르면 2013년 싱가포르는 뉴욕·홍콩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아세안 성장률, 한국의 두 배 넘어

말레이시아는 이미 세계 이슬람 금융의 허브가 됐다. 이슬람 금융의 핵심은 이슬람 국가에서 발행하는 채권인 '수쿠크'다. 지난해 말레이시아가 발행한 수쿠크 규모는 세계 수쿠크의 75%(805억 달러)를 차지했다. 이슬람 금융에 대한 말레이시아의 막강한 지배력은 금융회사들의 국제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메이뱅크·CIMB그룹 등 현지 1위와 2위 금융사는 작년 각각 해외에서 8800억 원, 6600억 원을 벌어들였다. 우리나라 4개 금융지주가 작년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7100억 원에 불과하다.

인도네시아는 또 어떤가. 인도네시아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돈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2011년 4분기 1억2300만 달러 수준이었던 금융 산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액은 2012년 3분기 기준 1억8200만 달러로 늘어났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급격히 성장하는 금융 산업을 제어하기 위해 올 초 금융감독원을 신설했다. 올해도 인도네시아의 금융 부문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정치인 6.3~6.7%를 약간 웃도는 6.5~6.9%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도 눈여겨봐야 한다. 태국은 최근 1년 동안 아세안 국가 중 지수 상승률이 두 번째로 높았다. 현재 태국 증권시장 규모는 한국의 30% 수준이다. 태국의 투자자는 25% 정도가 외국인이다. 이들은 현재 그 비중을 꾸준히 높여 가며 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태국은 2000년대 들어 정부 주도 아래 금융 산업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중이다. 태국 정부는 2004년 '금융 산업 육성을 위한 마스터플랜(FSMP)'을 발표하고 각종 규제 개혁 등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 금융 산업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한국의 금융사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다. 물론 그간 한국의 금융사들이 해외에 진출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 성적표는 'C학점'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면 A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관련 전문가들은 지점이나 현지법인을 차리는 기존 방식과 함께 인수·합병(M&A)을 통해 완벽한 현지화 전략을 취하는 투 트랙 방식을 주목한다. 또 보다 진지하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국내와 해외를 따로 구분해 실적 공시를 할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나아가 해외 지점을 일종의 중간 지주회사로 두고 그곳의 경영 인력 또한 아웃소싱 체제로 돌려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도 논의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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