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규 연구위원(삼성경제연구소)


어느 일간지를 펼쳐 보자. 고등학생 평균 키 증가, 고령인구비율 증가, 평균 수명 연장, 내년 경제성장률 몇 %로 예측, 월드컵 유치 경제효과 얼마, 소비자 물가지수 변동 등과 같은 표현을 쉽게 접하게 된다. 정부나 민간연구기관, 언론기관 등에서 발표하고 있는 이러한 통계는 경제나 사회의 움직임을 수치로 파악하는 데 매우 편리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예측 할 수 있는 통찰력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수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어떠한 가정과 데이터가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지식이 필요하며 자칫하면 잘못 해석하거나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큰 변화의 신호를 놓칠 수도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통계수치의 뒤편에 숨어 있는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의도에서 씌여 졌다. 저자 가도쿠라 다카시는 일본의 예를 활용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의 현실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사회통계나 경제통계에 대한 상식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내용의 성격상 약간의 수식 표현이 나오지만 건너뛰고 읽어도 책 전체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 평균에 감추어진 수수께끼

평균만큼이나 우리에게 익숙한 통계용어는 없을 것이다. 우리학급 학생들의 평균키는 얼마일까? 나의 키는 대한민국 남자 키 보다 작을까 클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평균이 얼마인지 알면 금방 의문이 풀린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가정이 하나 들어가 있다. 즉, 분포의 모양이 종 모양의 '정규분포'라는 것이다. 많은 자연현상이나 사회현상은 정규분포를 따르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평균은 우리들이 체감하는 수치와 대부분 일치한다. 대한만국 성인남자의 평균키가 173cm라면 자신의 키가 보통보다 크다 혹은 작다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일본 총무성의 <가계조사보고>에 따르면 2005년 1세대 당 평균 저축 잔액은 1,728만 엔이라고 발표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저축 잔액이 너무 작은 것에 실망했거나 이 수치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 이유는 저축 잔액의 분포가 좌우대칭인 종 모양이 아닌 비대칭으로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가 50%가 아닌 67%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돈과 같이 사람의 욕심이 반영되는 통계는 비대칭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일부소수가 부를 독점한다는 파레토 법칙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일본 남성초혼연령이 20년 전에 비해서 2년 정도 늘어났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3,40대, 혹은 50대에도 독신남여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것은 초혼연령의 통계는 결혼신고 기준이므로 나이가 많은 독신자는 아예 모집단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50세 시점에서 미혼인 사람은 그 이후로도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2005년 통계에 의하면 일본의 남성이 15.3%, 여성이 7.2%가 일평생 독신으로 산다고 한다. 이와 같이 주변에서 결혼시기가 늦어지는 사람이 급증하는 경우 이들이 평균초혼연령에 반영되는 시기가 훨씬 이후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평균에 대한 체감이 다른 경우를 우리는 자주 경험하게 되는데, 평균계산방식을 이해한다면 그 수치를 받아들이기가 쉬울 것이다. 또한 각종 통계를 접하면서 은연중에 자괴감이나 콤플렉스를 느끼기도 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각종 전제조건이나 속성들을 감안하면 좋을 것이다.
□ 통설과 진리의 차이

통계의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는 인과관계의 규명이다. 물가와 임금과의 상관관계라든가 경제성장과 실업율과의 관계 같은 것들이 그 예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지금 아이스크림 판매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배탈이 나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스크림 소비의 증가가 배탈난사람의 증가로 이어져 환자가 많이 발생 한 것일까? 그러나 조사를 해본결과 아이스크림의 소비가 늘어난 것이나 배탈 난 환자가 늘어난 것 모두 무더위 때문임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제 3의 변수인'더위'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상관관계와 관련한 "깨진 유리창 이론"에 대한 분석은 흥미롭다. 이 이론은 건물에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관리가 소홀한 것으로 인식되어 계속 황폐화된다는 이론으로, 불법주차나 거리의 벽면 낙서같이 경미한 범죄를 방치하면 결국 장래에는 흉악한 범죄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뉴욕시내의 ‘깨진 유리창'을 일소하기 위해 경찰력을 대폭 증원하여 경범죄를 급격하게 감소 시켰으며, 그 이후 강도 발생률도 현격하게 감소하였다. 뉴욕시는 이것을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잘 적용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른 힘, 즉 경기동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미국의 실업율과 범죄 발생률 간에는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가 있으며, 1999년 후반에는 경기호황으로 실업률이 줄었으며 결과적으로 범죄가 줄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분석에 의하면 유리창이론에 의한 범죄율 저감보다는 경기호전에 기인한 것이 더 크다고 한다. 이는 통설적으로 이해해오던 이론도 항상 맞지는 않는다는 일면을 보여 주며 통계에 의한 인과관계도 제3의 변수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 지하경제의 비밀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사정에는 차이가 있지만 일본의 지하경제에 대한 설명은 흥미롭다. 경제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대표적인 지표가 GDP(Gross Domestic Product)이다. 지하경제란 이 GDP에 포함되지 않는 경제활동의 규모를 말한다. GDP는 농업, 공업 그리고 서비스업까지 모든 산업의 경제활동을 기록하는 훌륭한 통계지표이지만 우리들의 주변을 살펴보면 GDP 계산에 빠져 있는 경제활동이 의외로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마약밀매, 불법도박, 매춘 등과 같이 사회적인 규칙상 해서는 안 되는 일로 규정된 활동은 집계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데, 이러한 경제활동의 규모를 ‘지하경제'라고 표현한다. 그 밖에도 주부의 가사노동이나 봉사활동같이 돈이 오가지 않는 경제활동도 GDP에는 포함되지 않는데, 이러한 활동을 ’자립경제'라 표현한다. 지하경제와 자립경제활동을 합해서 숨어 있는 경제활동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지하경제'의 정의 및 용어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사안이므로 저자는 일반인들이 개념적으로 이해 할 수 있도록 몇 가지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지하경제가 생겨나고 있는 순간은 언제일까? 개인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 매출액을 줄이는 수법으로 세무서에 소득을 줄여 신고한 경우, 지방의회 의원이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공공 공사에 간여하여 건설업체가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힘 써준 대가로 사례금을 받은 경우가 해당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하경제의 규모는 어느 정도 일까. 지하경제의 규모는 선진국이 후진국에 비하여 작다. 일본의 경우 지하경제의 규모가 2005년도에 명목 GDP의 4.4%라 하는데, 이중 70%정도가 탈세에 해당되고 나머지는 범죄활동으로 추정된다. 2000년 당시 OECD 가맹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평균 16.8%였던 데 반해 개발도상국의 경제에서는 아프리카 지역이 41.0%, 중남미가 41.0%, 아시아가 29.9%로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조세부담이 무겁고 조세윤리가 낮게 평가되는 이탈리아나 스페인이 20%이상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지하경제규모가 시사하는 점은 세상에는 공식 통계에 나오지 않는 경제활동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 또한 금융정책 시행 시 이러한 보이지 않는 경제활동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다음의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한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전반에 걸쳐 미국은 불황에 빠져 높은 실업률로 고통을 받았고, 미국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하여 재정 금융정책을 발동했지만 사실 이때의 불황은 지상에서의 경제거래로부터 지하에서의 경제거래로 많은 사람들이 옮겨감에 따라 생겨난 겉모습의 불황이었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경제지표는 겉모습이지만 지하경제의 속내를 알면 경제를 이해하거나 경제를 원활하게 운영하는데 필요한 처방전을 제대로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도 3장에서는 특수한 사건에 대한 경제효과의 명암을 다루고 있다. ‘월드컵유치에 대한 경제효과는 얼마일까? <겨울연가>에 의한 한류의 경제가치는?' 과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여기에서는 경제효과라는 이름으로 제시된 수치가 그대로 받아들여지기에는 다소무리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것을 산출해내기 위한 전제조건을 꼼꼼히 따져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경제효과를 추계 할 때 대부분 산업 연관표를 활용하는데, 신규 수요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과도한 재고를 안고 있다면 신규 수요가 발생해도 상당기간 신규 생산을 하지 않으므로 경제효과의 파급정도는 미미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5장에서는 통계의 패턴과 오차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경제지표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어서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요즈음 뜨고 있는 중국 등 신흥시장국의 통계치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 선진국 수준에 미달함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최근, 중국이나 베트남 펀드에 대한 열풍이 일고 상황에서 펀드의 수익률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경제통계치를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를 제시한다.

통계수치는 기업, 국가, 사회의 활동을 집계하여 수치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열 마디의 말보다 한마디의 통계수치가 더 유용하다는 말을 있듯이, 현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 있어서 매우 편리한 도구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통계수치를 계산하는 방법이나 통계치를 해석하는 방법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좀 더 적절한 해석을 할 수 있는 반면에 잘 못 활용하면 잘 못된 정보를 취득하게 된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통계치를 좀 더 잘 이해 할 수 있다면 좀 더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