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투자 환경…‘잔치는 끝나’ - 수상한 중국 시장           2008-02-14 13:42:00

 

올 들어 이날까지 국내에서 300억 원 이상 환매(재투자분 제외)가 일어난 펀드 6개는 모두 중국 펀드였다.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추세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투자 비중을 줄여 위험을 분산하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최근 중국 증시 급락이 펀더멘털(기초 체력)의 악화를 반영한 게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 공세가 진정되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위 글은 지난 1월 28일자 모 조간신문 기사를 발췌한 것이다. 여기서 당일 7%대의 하락을 기록한 중국 증시의 원인에 대한 ‘전문가’의 전망은 주가 하락이 ‘펀더멘털의 악화를 반영한 것이 아니며 매도 공세만 진정되면 반등할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문가의 코멘트에는 우리가 흘려 넘길 수 없는 진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중국 증시가 상하이 지수 기준으로 한때 6000에 육박하던 상황은 지금과 달리 정상적인 펀더멘털을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지금의 하락은 펀더멘털의 훼손이 아닌 일시적인 유동성 미스매치일 뿐이고, 결국 시장은 반등할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하게 된다.

납득할 수 없는 ‘전문가’들의 분석

그리고 두 번째, 외국인의 매도세만 진정되면 반등할 것이라는 점은 그동안 중국 증시의 상승 원인이 ‘외국인의 매수세 때문이 아니었다’는 전제에서나 가능한 전망이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외국인 매수세는 펀더멘털 기조를 반영한 합리적 판단이었고 지금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불합리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워런 버핏을 위시한 합리적인 마켓 리더들이 중국 증시의 거품을 공공연하게 주장한 것은 모두 허구였거나 판단 미스였고, 그동안 중국 펀드와 중국 관련주에 올인했던 우리네 운용사들은 합리적인 플레이어였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독자들은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번에는 같은 날 다른 신문의 기사를 한번 살펴보자.

‘이번 주 1700선 진입을 노렸던 코스피지수는 다시 1600선 지지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처지가 됐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5.22포인트(3.85%) 빠진 1627.19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장까지만 해도 1660선에서의 지지력이 유효하게 작용됐지만 오후 들어 중국 등 인근 아시아 국가들의 급락세가 이어지자 코스피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날 중국은 50년 만의 폭설로 인해 전력 공급 중단, 교통마비 대란 등의 물류 차질이 경제 손실로 이어질 것이란 진단에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6% 이상 밀리며 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과 대만, 일본 등 인근 증시 역시 폭락세다.’

여기서는 코스피의 하락을 아시아 증시의 하락과 연결지었고, 그 뿌리는 중국 증시의 하락이라고 짚은 점에서 앞의 기사와 맥을 같이한다. 다만 여기서는 ‘중국의 50년 만의 폭설로 물류 차질과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인한 문제들이 원인이었다’라는 전문가의 설명을 실었다.

주식시장에서 가격을 매기는 통로는 다양하다. 정말 베이징의 나비 한 마리가 엘니뇨를 부르듯, 작은 경제적 사건 하나가 큰 문제를 불거지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대목에서 천재지변, 즉 경제의 펀더멘털과는 상관없는 일과성 사건이 가격 결정의 주요 고리로, 그것도 범아시아권 증시 하락을 유발한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로 놀라운 일이다. 만약 폭설로 중국의 발전소 상당수가 파괴되거나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됐다면 모를까, 천재지변이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그야말로 납득하기 어려운 분석이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만약 중국의 천재지변이 중국 증시를 하락시킨 원인이라면 다른 국가들의 증시는 영향을 받지 않아야 정상이라는 점은 동네 아이들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가 얼마나 세계 증시, 특히 중국 증시를 잘못 진단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당일 신문들은 ‘당일 증시가 급락하자 장밋빛 일색이던 중국 시장 전망도 비관론으로 기울었다. 삼성증권 김학주 센터장은 중국은 달리는 자전거라며 글로벌 유동성 위축으로 투자가 줄게 되면 아직까지 성장을 투자에 의존하는 중국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아직도 중국 증시가 30% 고평가돼 있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정도가 유일할 뿐 여전히 중국 증시의 거품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매체는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이 기사조차도 ‘반면 장기적으로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목소리도 강하다.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은 낙관론의 대표주자다. 지금의 진통은 전 세계 경제 권력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이양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진통일 뿐 중국의 성장 스토리는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봉쥬르차이나펀드를 총괄하는 BNP파리바의 클로드 티라마니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기점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라는 코멘트를 같이 붙여 놓았다.

중국 위기 가능성 지적 ‘절실’

이 부분은 신문의 잘못이 아니다. 기자는 취재를 하고, 기사는 취재원으로부터 나온다. 이 기사들은 기자들이 만난 ‘소위 시장 전문가’들의 입에서 중국 증시 거품론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안도할 것이고, 오늘 중국 증시의 하락은 하늘이 도와주지 않아서, 또 하필이면 외국인들이 중국 주식을 팔아서일 뿐 중국 주식시장은 여전히 튼튼하다는 낙관론을 갖게 됐을 것이다.

물론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양식 있는 시장 전문가라면 중국 기업의 이익 대부분이 주식 투자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과 부채 비율, 현금 유동성, 은행의 부실대출 등이 마치 우리나라가 세계 경영을 외치던 시절과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같이 경고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중국은 노동자들의 시위 양상이 당국조차 통제가 힘든 상황이라는 점, 자칫하면 통제 불능의 동시다발적 대규모 노사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상존한다는 점, 중국의 시위 건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간다는 점, 중국 당국의 자본민족주의가 갈수록 득세하고,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이미 거의 끝나간다는 점, 올림픽이 끝나면 오히려 이 투자에 대한 짐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는 점 등은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다.

이쯤 되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중국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온 나라 중 하나다. 중국에 대한 직접 투자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들도 중국 관련주로 꽉꽉 채워져 있다. 심지어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는 공식적으로 MSCI 지수를 벤치마킹한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개된 운용 내역은 중국과 인도 투자가 거의 50%의 비율을 점하고 있다. 인사이트 펀드가 MSCI를 벤치마킹한 흔적은 필자의 아둔한 머리로는 도저히 찾아내기 어렵다.

그렇다면 시장의 전문가들은, 혹은 운용자들은 이 시점에서 투자자들에게 한마디 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부터 내내 중국을 두고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필자와 같은 어리석은 자들의 주장은 이러저러해서 엉터리이니 그야말로 소도 웃을 일이라고 말이다. 그래야 소중한 고객들이 다리를 뻗고 잠들지 않겠는가.

이제 당신들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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