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핫머니 대신 미국 롱머니 몰려온다3년 만의 '바이 코리아' 누가 주도하나
비프로그램 매수도 부활
장기 자금 성향 강해 긍정적
"한국 경제 밝게 본다는 뜻" 중앙일보 윤창희 입력 2013.09.13 00:10 수정 2013.09.13 06:03
'외국인 매수 미스터리'.
연일 매수 행진을 펼치고 있는 외국인들의 '바이(buy) 코리아'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2일에도 외국인들은 개인과 기관들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코스피 2000을 지켜냈다. 예상 밖의 15일 연속 순매수다. 8월 중순부터 시작된 외국인 매수세는 이달 들어 강도가 더욱 세졌다. 8월에 2조1000억원을 매수한 데 이어 이달엔 9거래일 동안 무려 4조30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들의 매수 패턴이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와는 달리 유럽계보다는 미국계 자금이 매수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계는 2조400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유럽계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1조4000억원을 팔아치웠다.
더 관심이 가는 건 매매 형태다. 매수가 비프로그램 채널로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들의 매매는 프로그램과 비프로그램 매매로 나뉜다. 개별종목을 사들이는 보통의 방식이 비프로그램 매매라면 15개 종목 이상을 바스켓(꾸러미)으로 사고파는 게 프로그램 매매다. 프로그램 매매는 선물과 연계된 차익거래와 현물 주식을 꾸러미로 사고파는 비차익거래로 나뉜다. 통상 비프로그램 매매가 장기적인 성향을 보인다면,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선물과 연결돼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사고판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성향을 보인다.
긍정적인 대목은 과거 대세 상승기에 꼭 있었던 외국인들의 비프로그램 매수가 3년여 만에 다시 살아났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900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비프로그램 형태로 3조1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미국계+비프로그램 매수'의 조합을 증시 전망의 긍정적인 요소로 보고 있다. 그동안 미국계 자금과 유럽계 자금은 대조적인 특징을 보여왔다. 미국계 자금은 추세성이 강하고 경기에 연동된 패턴을 보여왔다. 경기 상승 초기에 들어오는 롱머니(장기 성향 자금) 성격이 강하다. 반면 유럽계는 경기와 무관하게 움직였다. 선물과 연결돼 회전이 빠른 프로그램 매매 비중이 높다.
실제로 코스피지수가 대세 상승기에 접어든 2009년 초부터 고점을 찍던 2011년 5월까지 외국계 매수의 중심은 미국계 자금의 비프로그램 매수였다. 이후 미국계 자금이 빠져나간 2012년 이후 박스권 장세에서는 유럽계가 시장을 주도하며 프로그램 형태의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비프로그램 순매수가 경기 회복과 함께 이뤄진 반면 프로그램 매수는 경기와 상관없이 이뤄졌다"며 "7월부터 시작된 외국인 매수세가 비프로그램 매수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이사도 "최근 뉴욕에서 열린 한국 기업 콘퍼런스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틀림없다"고 전했다.
반면 외국인들의 태도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2일만 해도 외국인들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6421억원을 사들였지만 이 중 비프로그램에서는 3471억원을 매도했다. 프로그램 매매에서는 비차익(8425억원)과 차익(1466억원) 모두 순매수를 기록했다.
원화강세로 추가 매수 불투명
대우증권 심상범 연구원은 "비차익 매수의 경우 한국 주식을 꾸러미로 사들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이 중에는 일부 차익거래도 숨어 있다"며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의 추세적 상승에 베팅하는 것인지 단기적인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외국인들의 추가 매수 여력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2009년의 경우 약 26조원이 비프로그램 매수로 유입됐다. 올 7~8월 중 유입된 외국계 자금이 6조원 정도라고 보면 앞으로 매수 여력은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시와는 여건이 다르다는 지적도 많다. 당장 추석 연휴에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양적완화 축소 이후 미국의 유동성 축소 사이클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당 1085원까지 오른(환율 하락) 원화 강세 역시 바이 코리아를 제약하는 요소다. 과거에도 원-달러 환율 1100원을 기준으로 외국인들은 매도세로 돌아섰다. 최근 주가는 급등했지만 유가증권 시장에서 거래량은 12일 기준으로 3억5000만 주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09∼2010년의 하루 평균 거래량(4억∼5억만 주)에 크게 못 미친다.
삼성증권 오현석 이사는 "최근 외국인 매수세는 글로벌 펀드로 돈이 들어오기보다는 동남아 등에 투자했던 돈을 한국·대만으로 옮기는 이머징 펀드 내의 조정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실적 개선과 개인들의 매수세 동참 없이 외국인만으로 주가 상승이 계속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창희 기자
연일 매수 행진을 펼치고 있는 외국인들의 '바이(buy) 코리아'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2일에도 외국인들은 개인과 기관들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코스피 2000을 지켜냈다. 예상 밖의 15일 연속 순매수다. 8월 중순부터 시작된 외국인 매수세는 이달 들어 강도가 더욱 세졌다. 8월에 2조1000억원을 매수한 데 이어 이달엔 9거래일 동안 무려 4조30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더 관심이 가는 건 매매 형태다. 매수가 비프로그램 채널로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들의 매매는 프로그램과 비프로그램 매매로 나뉜다. 개별종목을 사들이는 보통의 방식이 비프로그램 매매라면 15개 종목 이상을 바스켓(꾸러미)으로 사고파는 게 프로그램 매매다. 프로그램 매매는 선물과 연계된 차익거래와 현물 주식을 꾸러미로 사고파는 비차익거래로 나뉜다. 통상 비프로그램 매매가 장기적인 성향을 보인다면,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선물과 연결돼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사고판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성향을 보인다.
긍정적인 대목은 과거 대세 상승기에 꼭 있었던 외국인들의 비프로그램 매수가 3년여 만에 다시 살아났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900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비프로그램 형태로 3조1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미국계+비프로그램 매수'의 조합을 증시 전망의 긍정적인 요소로 보고 있다. 그동안 미국계 자금과 유럽계 자금은 대조적인 특징을 보여왔다. 미국계 자금은 추세성이 강하고 경기에 연동된 패턴을 보여왔다. 경기 상승 초기에 들어오는 롱머니(장기 성향 자금) 성격이 강하다. 반면 유럽계는 경기와 무관하게 움직였다. 선물과 연결돼 회전이 빠른 프로그램 매매 비중이 높다.
실제로 코스피지수가 대세 상승기에 접어든 2009년 초부터 고점을 찍던 2011년 5월까지 외국계 매수의 중심은 미국계 자금의 비프로그램 매수였다. 이후 미국계 자금이 빠져나간 2012년 이후 박스권 장세에서는 유럽계가 시장을 주도하며 프로그램 형태의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비프로그램 순매수가 경기 회복과 함께 이뤄진 반면 프로그램 매수는 경기와 상관없이 이뤄졌다"며 "7월부터 시작된 외국인 매수세가 비프로그램 매수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이사도 "최근 뉴욕에서 열린 한국 기업 콘퍼런스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틀림없다"고 전했다.
반면 외국인들의 태도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2일만 해도 외국인들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6421억원을 사들였지만 이 중 비프로그램에서는 3471억원을 매도했다. 프로그램 매매에서는 비차익(8425억원)과 차익(1466억원) 모두 순매수를 기록했다.
원화강세로 추가 매수 불투명
대우증권 심상범 연구원은 "비차익 매수의 경우 한국 주식을 꾸러미로 사들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이 중에는 일부 차익거래도 숨어 있다"며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의 추세적 상승에 베팅하는 것인지 단기적인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외국인들의 추가 매수 여력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2009년의 경우 약 26조원이 비프로그램 매수로 유입됐다. 올 7~8월 중 유입된 외국계 자금이 6조원 정도라고 보면 앞으로 매수 여력은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시와는 여건이 다르다는 지적도 많다. 당장 추석 연휴에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양적완화 축소 이후 미국의 유동성 축소 사이클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당 1085원까지 오른(환율 하락) 원화 강세 역시 바이 코리아를 제약하는 요소다. 과거에도 원-달러 환율 1100원을 기준으로 외국인들은 매도세로 돌아섰다. 최근 주가는 급등했지만 유가증권 시장에서 거래량은 12일 기준으로 3억5000만 주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09∼2010년의 하루 평균 거래량(4억∼5억만 주)에 크게 못 미친다.
삼성증권 오현석 이사는 "최근 외국인 매수세는 글로벌 펀드로 돈이 들어오기보다는 동남아 등에 투자했던 돈을 한국·대만으로 옮기는 이머징 펀드 내의 조정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실적 개선과 개인들의 매수세 동참 없이 외국인만으로 주가 상승이 계속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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