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30년 미래혁명 출발점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

구득실 기자 , kds01439@bokuennews.com 등록일: 2013-01-07 오전 9:19:57
  

성장·복지 가능한 미래산업
21세기 접어들면서 세계는 바이오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 60년 동안 다져진 정보산업의 바탕 위에 이제 바이오산업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미래에 엄청난 충격을 주게 될 바이오혁명이 의료, 농업, 환경 및 에너지 분야의 혁신을 통해 앞으로 3∼5년 이내에 현실화 될 것이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이 올해로 30년의 역사를 맞았다.

유전공학학술협의회라는 연구자 모임으로 시작해 본격적으로 바이오의 밑그림을 그리고 정부와 기업을 설득하고 미지의 대륙, 바이오를 찾아 길을 떠난 지 30년이 된 것이다.

정책, 인력, 기술, 시설 등 모든 면에서 미비하고 척박하기 그지없는 환경이었지만 우리의 바이오사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이제는 몇몇 분야에서 세계의 과학 선진국들과 나란히 경쟁하는 수준에 올랐다.

다가올 미래는 저성장 고령화시대로 특징 지워질 것이다. 바이오산업은 고효율 저비용의 지속가능한 헬스케어와 지구환경 유지라는 혁신을 통해 세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다.

바이오산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성장’과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미래 산업’이다.

생산인구 구성비로 판단할 때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해 경제의 활력이 본격적으로 저하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우리가 세계 바이오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제도적 물리적 토대를 구축해야만 한다.

이미 재정위기와 고령화의 압박을 받고 있는 각국의 정부들도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국가재정에서 차지하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신산업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 우선과제이기 때문이다.

바이오·IT 접목 헬스케어산업 재편
한편 업계는 ‘창조적 전환’을 통해 미래 바이오산업이 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기존 제약, 의료기기, 의료장비 등의 산업은 전통적 제조업의 특성을 반영한 분류이다. 하지만 미래의 바이오산업은 서비스산업의 특징을 가일층 띠게 될 것으로 전망되며, 수요자의 편의성 위주로 각 영역이 융합돼 재편될 것이다. 병원을 포함한 의료서비스 영역과의 사업적 교류도 활성화될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IT기술 및 나노기술과의 접목은 그러한 융합과정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이미 바이오기술과 IT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헬스케어산업의 징후들이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GE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기업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바이오시밀러 등에서 국내 대기업 자본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고령자의 실시간 건강검진, 개별 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의약, 디지털 건강정보를 활용한 효율적 건강정보 관리 및 의료보험 관리효율화 등이 수년 내 바이오산업의 주요 부분으로 부각될 것이다.

바이오산업이 큰 전환점을 맞고 있음을 절감하면서 창립 30주년을 맞은 한국바이오협회는 정부와 업계에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글로벌 시장진출에 있어 세계1위의 경제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진출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웃나라인 중국의 헬스케어 시장은 현재 200조 시장에서 2020년 2000조원으로 기하급수적 성장이 예측된다.

협회는 이미 ‘아시아 바이오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 정부의 공적자금 원조를 활용한 아시아 개발도상국 시장선점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한중일은 지난해 3국간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협상을 개시했고, 올해는 아시아 16개국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러한 지역경제 블록 형성을 위한 다자간 협력에서 헬스케어는 주요 협력 사안으로 다뤄져야 한다.

새 정부 바이오 전담부처 설립 필요
둘째, IT 및 나노기술과 결합한 융합바이오산업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인간 유전체 분석비용이 100만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새로운 의료서비스산업이 등장하고 신약개발의 패러다임도 크게 바뀔 것이다.

질병치유와 신기술의 개발을 위해서는 유전체 정보를 적극 활용해야 하지만 개인 정보의 노출에 따른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여기에 기존 이해집단간의 갈등이 더해져 난맥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제공의 주체에 대한 새로운 법적인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경제에서 차지하는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새로운 정부에서는 ‘바이오전담부처’의 설립이 필요하다.

이 새로운 부처는 복지와 신산업 육성을 동시에 아우르며 미래 바이오산업을 위한 요소기술들의 융합을 촉진해야 한다.

기존의 부처 체계로는 효율적 대응이 어려운 부분이다. 과거의 정보통신부처럼 미래 바이오산업의 기반이 형성될 향후 5∼10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해 보는 것도 고려할 방안이다.

터키의 시인 나짐 히크메트가 말했듯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 지지 않았고,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 지지 않았으며,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며,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바이오 30년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있는 오늘의 역사이자 미래를 여는 열쇠이며, 우리의 미래 바이오혁명을 향한 진정한 여정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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