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월급쟁이는 주식투자에 성공하지 못할까?(1)

1994년의 일이다.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니 믿기지 않지만.

당시 주식시장이 1143포인트를 찍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가던 11월초. 증권부 출입기자로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500만원 종잣돈을 갖고 주식투자를 해보리라 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기자도 내부자 거래에 해당하지만 실전투자를 해봐야 시장의 생리도 더 빨리 알고 주식투자자들이 원하는 기사가 뭔지도 실감할 수 있을 듯 했다. 주식투자를 해보니 왜 기자가,월급쟁이가 주식투자로 돈을 못버는지 알 만 했다.

우선,기자는 정보가 생기면 기사 쓸 궁리부터 하지 주식부터 할 궁리를 안한다.그게 기자의 천성이다. 기사를 써놓고 그 다음날 진짜로 주가가 움직이는 걸 보면 "앗차! 다음번에는 기사 쓰기 전에 꼭 사놔야지"하는데 막상 기사꺼리가 생기면 주식생각은 전혀 나지 않고 오로지 다른 기자들 물 먹일 생각밖에 안난다.

두번째는 기자가 얻어들은 정보 라는게 영양가가 워낙 없다는 점이다. 기자한테 까지 흘러나오는 정보는 회사 내부 웬만한 관계자와 그 거래처 관계자들,그들의 일가친척들까지 한바퀴 다 돌고 난 다음에 간신히 기자한테 오는 정보다. 그런 정보가 알짜 정보일 리도 없거니와 기사를 써도 고작 하루 반짝 하다 만다. 그 다음에는 100% 물린다. 기자한테까지 정보가 흘러왔을 때는 딱 `끝물`이기 십상이기 때문읻다. 다른 사람들 다 해먹고 매물 받아주러 기자 같은 부류가 덜렁 들어가는 셈이다. 

 

삼성전자- 1994년부터 2013년까지 주가 차트

 

세번째는 참을성이 없다는 점이다.생각해보면 대박 종목들이 적지않게 스쳐지나갔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1995년 즈음,중국 상하이로 출장갈 때였다.출입국 사무소에서 도장 찍어주던 공무원이 나를 쳐다보더니 "경제신문 기자시네요? 주식 잘 아시겠네요. 무슨 종목 사면 좋습니까?" 하고 물었다. 증권 기자로서 나 자신은 비록 일주일에 따따블을 노리는 초고위험 잡주들 위주로 투자하더라도 남들이 혹시 물으면 진지하게 우량주 추천할 때다. 그래서 그때도 그랬다."삼성전자가 지금 3만6000원인데 삼성전자 사두시면 후회 없으실 거예요." 내가 생각해도 참 현명한 대답이었다. 그 공무원이 그때 내 말을 듣고 삼성전자에 몰빵 했으면 팔자 고쳤을 거다. 근데 나는 왜 삼성전자를 안 샀던가 후회막심이다.

삼성전자는 그후로도 18만원일때,34만원일때,45만원일때 각각 강력한 매수 권유를 받았지만 결국 한번도 사지 않았다.3만6000원 시절을 아는 나로서는 6배~10배 오른 가격에는 도무지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던 탓이다. 삼성전자가 130만~140만원대를 오가는 요즘은 아예 입맛이 써서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 대신 나는 기자실과 홍보실,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속에서 오락가락하는 잡주들에 항상 `도 아니면 모`식으로 질러댔고 그 결과 투자원금은 물론 간혹 벌었던 수익금까지 모두 탕진하고 주식투자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자 뿐만 아니라 대부분 월급쟁이들의 속성이 그러한 듯 하다. 월급쟁이 주식투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투자원금이 작다는 것이다. 월급쟁이가 1000만원을 모으면 모으는 과정은 제법 시간도 걸리고 힘도 들지만 막상 모아놓으면 그렇게 결정적인 몫돈은 아니다.집을 살 수 있는 정도도 아니요,땅을 사기도 어렵고 골드바를 살 돈도 안된다.월급쟁이 생활은 지겹고 언제까지 다닐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문득 암울해지며 하루빨리 초대박으로 돈을 불려서 피지섬에서 트로피카나 주스 물고 뒹굴고 싶은 생각에 몸이 근질근질 해진다.

 

그래서 어렵게 모은 1000만원,2000만원으로 주식투자에 나선다. 귀동냥 정보로 일주일만에 15%,30% 수익이라도 올릴라치면 조기 은퇴의 꿈이 멀지 않은 것 같은 전율이 흐른다. 1000만원의 15%는 150만원.월급의 3분의1,4분의 1이 졸지에 들어오니 정신이 혼미해서 일단 술도 마시고 한턱 쏘고 와이프 옷도 사 준다.

연 15% 정도 수익률은 성에 차지 않는다. 한 10억원 있어서 은퇴니 뭐니 할 텐데...1년에 150만원 벌어서 언제 은퇴하겠나 싶다. 주변에선 100억,200억원짜리 대박 소식도 곧잘 들리더구만...초조한 생각에 정보 동냥에 나서고 일주일에 따블 이상 나올 것 같은 종목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렇게 잡주의 행진을 벌이다보면 오르는가 싶더니 고꾸라지고 30% 이상 빠져서 물타기 한답시고 대출 받아서 더 꼬라박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주식투자는 수익이 생겼으면 본전만 남기고 차익은 반드시 다른 통장으로 뺀 후 다시 본전으로만 투자를 해야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사람 심리가 어디 그런가.

주식이 좀 올라간다 싶으면 더 많이 땡빚을 얻어서라도 투자하지 못한 게 한이 되는 법이다. 1000만원에 150만원 벌었는데 2000만원 투자했으면 300만원 버는 거고 5000만원 넣었으면

750만원,1억이면 1500만원...와우! 여름휴가비 확실하게 빠지는 건데 아깝다! 통상 이런 식의 심리진로를 거쳐 깡통으로 직행한다.

결론적으로 월급쟁이가 주식투자를 해서 돈을 벌려면 일단 본전의 단위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1000만원 갖고 시작하면 100%를 먹어도 1000만원이다. 1000만원이나 2000만원이나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반면 5000만원이나 1억원을 갖고 시작하면 10%만 먹어도 500만원,1000만원을 먹는 것이니 1000만원 본전일때의 50~100% 수익률과 같다.

연 수익률 10%만 목표로 하면 사실 주식투자를 하면서 무리할 이유가 없다.

잡주,똥주에 솔깃해하기 보다 찬찬히 종목을 살펴서 안정적으로 10% 정도 오를 만한 주식을 고르니 실패확률이 적어진다. 또 투자 원본이 크면 손실 충격도 크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투자를 하게 된다.

월급쟁이들이여! 주식으로 한탕을 꿈꾸는가? 그러면 일단 이 악물고 1억원을 모아라.최소 1억원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 주식시장 쳐다보지도 말아라. 태풍이 불어올때 소형선박들은 얌전히 항구에 대비해 있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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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월급쟁이들은 주식투자에 실패하는가(2)

기자이기 이전에 월급쟁이 생활인으로서 20년간의 주식투자 경험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소소한 안타 몇방 때리지 않은 것은 아니나 결국 9회말 병살타로 깔끔하게 아웃된 케이스라고나 할까.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내 주변의 거의 모든 월급쟁들이 비슷한 타율,비슷한 결말로 주식투자 인생을 접은 듯 하다.

물론 개중에 한 두명은 장외홈런을 치거나 로또 수준의 대박을 맞은 경우도 있겠으나 적어도 내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돈 잃고 패가망신하고 와이프한테 모든 경제권을 갖다 바치기로 각서 썼다는 인간들만 수두룩하다. 물론 사람 심리라는 게 돈을 벌면 절대 벌었다는 소문을 안 낸다. 소릭소문 없이 연락을 끊을 뿐이다. 대신 돈을 잃었을 때는 동네방네 소문 내고 술 얻어먹고 하기 때문에 돈 잃었다는 인간들만 눈에 띌 수는 있을 것이다.

 

아무튼 20년간 주식투자의 세계에서 고수도 만나보고 하수도 만나보고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경험치로 얘기하자면 월급쟁이들은 웬만하면 주식투자는 하지 않는 게 좋다.이미 시대적으로나 한국 경제의 발전 단계로 봤을 때 개인들이 개인 수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기업,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게임에서 승리하기가 어려운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제 속으로 긴밀하게 편입되면서 개별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시장이 출렁거리는 경우가 워낙 많아졌고 전혀 예측하지도 못한 외생변수가 시장을 흔드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여기에 수출,환율,금리 등 각종 변수들간의 상호관계가 한층 복잡해져 개인이 개별 기업의 실적과 주가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요행수 바라듯이 주식투자를 해서는 한 두번은 용케 수익을 거둘 수도 있겠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주식 잔고는 결국 `제로(0)`로 수렴하기 마련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취임 직후 주가조작 세력 엄단을 공언하며 주가조작 적발 및 고발,사법 처리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한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박 대통령은 아니할 말로 집 한번 사 본적 없고 직장생활을 해본 적도 없고 직접 돈을 벌어본 적도 별로 없는 분이다. 이공계 출신에다 근검절약이 몸에 밴 스타일이어서 돈 모으고 돈에 집착하는 것을 천박하게 여기는 듯도 하고 약간 알레르기 반응도 있는 듯도 하다. 따라서 경제.금융 분야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잘 알지 못할 뿐더러 관심도 적은 편이라고 한다. 이런 박 대통령조차 주가조작 세력 엄단을 얘기했다는 것은 그 동안 주식시장에서 그만큼 주가조작이 판을 쳤다는 방증이다.

박 대통령의 지시 이후 검찰은 상장사 인수 및 우회상장,기업 인수합병(M&A)과정을 이용한 대규모 주가조작 세력은 물론 창업투자사.사모투자전문업체,`투자 고수`로 알려진 증권사 간부급 직원들, 전문투자자, 증권방송 전문가 등 그야말로 싹쓸이 수사에 나서고 있다.적발된 주가조작 세력들을 보면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수주문을 내고 주식을 대량 매입함으로써 추격매수세를 유도하는 수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거나 사전에 주식 가격과 물량 등을 정해놓고 서로 짜고 거래하는 통정매매(사전담합거래) 수법,유가증권시장에서 미리 사 둔 주식을 증권방송이나 인터넷 증권카페에서 추천해 주가를 띄운 후 정작 본인은 되팔아 부당이득을 챙기는 `스캘핑` 수법 등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법들이 다 동원된 것으로 드러난다. 이들 주가조작 세력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와 인원 수,시장에 대한 통찰력 등 모든 면에서 월급쟁이 개인 투자자를 월등히 능가하기 마련이다.

 

개인들이 주가조작 대상이 된 주식에 우연하게라도 올라타게 되는 경우 장님이 모는 자동차에 올라탄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고 죽게 된다는 얘기다.

월급쟁이들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한답시고 "어떤 종목이 어떻게 된다더라.누가 시세를 조종한다더라"하는 소리를 곧잘 듣게 되는데 매번 결과는 참담하다. 전체 스킴을 알고 조작하는 세력조차도 제때 빠져나오지를 못해 물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내용도 모르고 엄벙덤벙 들어갔다가는 개미지옥에 빠지기 십상이다.

월급쟁이가 주식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딱 두가지다. 첫번째는 밑천을 최소 5000만원~1억원 정도로 키워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믿을만한 우량주,특히 배당성향이 높은 주식에 묻어두는 것이다. 밑천이 작으면 고가의 우량주를 사는데 제약이 심하고 수익률도 저조할 밖에 없다. 밑천이 작을 수록 저가 소형주,흔히 얘기하는 잡주에 관심이 쏠린다. 밑천을 키우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요즘 처럼 미국의 출구전략이 논의되고 미국 경제의 회복이 예상되는 시점이라면 현대자동차 우선주 같은 종목이 최선의 대안이다.

두번째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펀드에 매달 일정액씩 붓는 것이다. 매달 50만원이든 100만원이든 묵묵하게 꾸준히 부어서 최소 10년,길게는 20년까지 갖고 간다면 무조건 이기게 돼 있다. 재테크에 왕도는 없다.그저 꾸준함과 일관성으로 남보다 먼저 시간을 사는 것,그것이 성공하는 재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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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경옥 기자의 주부9단 재테크10단] 왜 월급쟁이들은 주식투자에 실패하는가(3)

얼마 전,한참 기말고사 공부에 열중하던 중학교 2학년 큰 딸이 문득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 뭐라고 생각해?"하고 물어봤다.

나의 대답은 "워렌 버핏 아니면 시인" 이었다.

워렌 버핏 처럼 성공한 전업 투자자가 되어 삶의 무게와 지구의 중력을 이기고 자유롭게 살거나 아니면 아예 시인처럼 `가진 것 별로 없어도 착하고 넉넉하고 슬기롭게, 무구(無垢)함으로 세상을 떠받치고 삶을 밝히는 이들(오태진 `사람향기 그리운 날에`中)`이 되거나 둘중 하나면 제일 좋지 않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워렌 버핏과 짐 로저스를 성공한 전업 투자자 모델로 생각한다. 둘 다 확실히 `인사이트(Insight)`가 있는 사람들이다.

워렌버핏

"워렌 버핏이 어떤 사람인데?"하는 딸의 추가 질문에 워렌 버핏에 대한 설명과 기업이란 무엇인가, 주식이란 무엇인가, 거래소란 무엇인가,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왜 재무제표를 알아야 하는가...그야말로 감자 줄기 이어지듯 얘기를 하다보니 결론은 "그러니 공부를 열심히 해라"가 돼버렸다. 딸래미는 "그러면 그렇지. 결국 공부 얘기로 끝날 줄 알았어"라며 새침해졌지만 세상 사는 결론은 정말 항상 그렇지 않은가. 열심히 살아라. 열심히 공부해라. 그래야 성공할 수 있고 그래야 자유로워질 수 있다.

직장인의 꿈은 `월급으로부터의 자유`다. 월급을 받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허겁지겁 전철 타고 버스 타고 출근 전쟁에 시달려야 하는 삶, 월급 받기 위해 회식하고 2차 가고 상갓집 두 어군데 들르고 파김치가 되어 새벽 1-2시에 귀가하는 삶, 월급 받기 위해 끊임없이 상사 눈치보고 비위 맞추고 연말이면 행여 인사에서 물 먹을까, 이상한 데로 발령내지 않을까 긴장해야 하는 삶...그런 삶으로부터의 자유 말이다.

물론 최근에는 일자리 전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그런 월급쟁이 삶조차도 그저 오래만 붙어있었으면 하는 바람들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월급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자유를 확보한다면 월급쟁이의 비루함, 옹색함의 정도가 훨씬 덜하지 않겠는가.

수많은 월급쟁이들이 주식투자에 매달리고 목요일마다 로또를 사는 심정도 바로 그런 것이다.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 말 그대로 월급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사는 삶. 물론 정작 돈이 생기고 나면 대부분 매우 무료해하고 목적의식 없이 표류하다 도박, 여자, 마약으로 인생을 망치기 일쑤다. 복권 1등 된 사람 치고 패가망신 안하는 경우가 드물고 돈 벼락 맞은 사람 치고 일가친척은 물론 동창들이랑 인연 끊지 않는 경우가 별로 없지 않은가. 왠지 나 만큼은 제 아무리 큰 돈이 들어와도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충만하지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말대로 "돈 100억원만 던져주면 가정파탄은 순식간"이라고 하니 돈은 없어도 애들 잘 크고 마누라랑 아옹다옹 사는 지금이 더 행복한 것일수도 있다.

예로부터 `천석꾼은 천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가지 걱정`이라고 했고 내가 적지 않은 재벌 회장님들과 사모님들 만나면서 느낀 것 역시 "돈 없는 사람은 돈 걱정만 하면 되지만 돈 많은 사람은 돈 빼고 다 걱정"이라는 점이다. 가진 것이 많고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걱정이 많기 마련이다. 4년형을 받고 수감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최근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보면 "저렇게 돈 많은 사람들이 대체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지 않는가. 돈이 많으면 그만큼 다른 업보가 생기는 모양이다.

 
얘기가 옆길로 샜지만 아무튼 월급쟁이들의 소소한 자유를 위해서 주식투자 만한 것이 없고 그래서 수많은 월급쟁이들이 주식투자에 나서지만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뭔가.

제일 첫번째 이유는 공부를 열심히 안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나도 반성하는 바지만 대부분의 월급쟁이들은 공부를 해서 주식을 하지도 않거니와 주식 투자 자체에 큰 시간을 투자하지도 않는다. 사실 사람은 월급만으로 살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맞벌이를 하지 않고 홑벌이라고 하면 연봉 2~3억원의 고액연봉자가 아닌 이상 세금 제하고 손에 쥐는 돈은 많아야 500만~800만원 선이다. 직장생활 10년 이상 했다는 전제하에서 그렇다. 장관급이 손에 쥐는 돈이 800만원 남짓이니 특수계층 몇명 빼고는 대개 700만원 이하다.

이 돈에서 집값 대출 이자 나가고 아파트 관리비에 생활비, 부모님 용돈, 애들 과외비, 학원비 등등 쓰다보면 대부분 적자다. 적자는 또 대개 마이너스통장으로 메워가며 산다.

당장 대출에 적자에 정신이 없는데 노후 대비가 어디 있으며 여유로운 삶이 어디 있겠는가. 주식투자는 바로 이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재테크 수단이다.

그런데도 주식투자에 쏟는 시간과 열정은 의외로 하찮다. 주식투자를 하는 동안 벌어지는 한순간의 결정이 장차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데도 잘되면 좋고 안돼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하는 월급쟁이들이 의외로 많다. 시간이 없어서, 일이 많아서 라고 하지만 커피 마시는 시간, 담배 피우는 시간, 잡담 하는 시간, 집에 가서 TV보는 시간들은 다 놔두고 하는 소리다. 직장인으로서 자기가 거래하는 업체, 자기가 직접 상대하는 업체들 관련 정보를 듣고 주식을 사는 것은 좋다. 그것은 업무와 관련된 직접 정보이기 때문에 주식투자의 훌륭한 소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담배 피우면서 엄벙덤벙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주식을 사거나 두 세차례 건너건너 `~카더라` 소리를 듣고 주식을 사는 것은 금물이다.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할 일은 최소한 재무제표 정도는 알아보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은 종목이 있다면 지르기 전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dart.fss.or.kr) 정도는 들어가보고 주식을 사도 사야 한다.

간혹 주변의 얘기만 들고 덥썩 사서 `소 뒷걸음질에 쥐 잡는 식`으로 성공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그 주변인의 삼촌이 해당 회사의 CFO거나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재무제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물론 드물기는 하지만 분식회계를 하는 경우 거짓말 할 수도 있다. 많은 기업들이 약간은 모두 이익을 줄이든, 늘리든 분식회계를 하기도 한다. 그래도 재무제표 추이를 보고 시장상황을 맞춰보면 해당 기업에 대한 대체적인 진실은 나오게 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재무제표 공부를 일단 열심히 하는 것이 주식투자의 첫걸음이다. 많은 직장인들은 재무제표를 아예 안보거나 재무제표를 봤다고 주장하는 지인의 얘기만 듣고 주식투자를 하기 때문에 속절없이 실패한다.

http://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mid=hot&sid1=101&cid=938832&iid=24440044&oid=009&aid=0002994558&ptype=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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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월급쟁이들은 주식투자에 실패하는가(4)

기회는 누구한테나 온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앞머리가 길고 뒷머리는 대머리이며 발에는 날개가 달린 모습으로 묘사된다. 발에 날개가 달린 것은 땅 위를 빠르게 달려가기 위함이요 앞머리가 긴 것은 누구든 앞에서 보고 잡아챌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대신 한번 지나가면 절대 잡지 못하도록 뒷머리는 대머리라고 한다. 기회는 왔을 때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생에서 기회란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그 때가 기회였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재테크 역사에서는 그런 일이 정말 많다. 지나고 보면 그때 샀으면 대박 났을 땅이 한둘이 아니요 그때 사서 묻어뒀으면 지금쯤 배부르고 등 따뜻한 종목들이 한 둘이 아니다. 매번 땅을 치고 후회하지만 지나간 기회의 뒷머리만 노려보다가 다시 앞으로 달려오는 기회의 앞머리를 또 놓치는 게 인생 아닌가 싶기도 하다.

◇ 1992년 6월 개포주공 11평형 사려고 3000만원 대출 받았는데

개인적으로 나의 재테크사(史)에서 첫번째 기회는 1992년 개포동 주공아파트 였다. 당시 친하게 지내던 감사원 선배가 "11평형 하나 사서 길게 봐도 7년만 묻어두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귀뜸해줘서 솔깃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집 안에 사업가나 혹은 자영업자 한명 만이라도 있었으면 그 정보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을까. 집안이 대대로 선생님이나 먹물들만 가득하다보니 도무지 재테크에 관심 갖는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나 역시 까막눈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그 정보를 들었을때 "나도 이제 직장인이 되었고 앞으로 결혼도 할테니 내 이름으로 아파트 하나 장만해놓으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사 앞에 있던 제일은행에 가서 3000만원 대출을 받았다. 개포동 현지 부동산에 전화를 해보니 전세 3000만원 끼고 현금 3000만원만 갖고 오면 얼마든지 사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사실 대학시절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치동 선경 아파트와 미도 아파트 까지는 가봤었는데 개포동이 어디인지 알지도 못했다.(나중에 알고 보니 대치동 바로 옆이었는데!)

개포동을 평소 자주 다녀보고 잘 알았으면 다른 결정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그래서 대치동 사는 엄마들이 자식들 집도 대치동 인근으로 한정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일단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다음에 택시를 타고 개포동 가서 아파트를 하나 사려고 하던 참이었다. 그때 마침 회사 선배를 만났다. "어디 가냐?"고 해서 "개포동에 아파트 하나 사러간다"고 했더니 이 선배가 거품을 물면서 말리는 거다. "아니! 무슨 아파트를 그렇게 덜컥 덜컥 사냐? 대출이 얼마나 무서운줄 아느냐. 7년 동안 이자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 그 돈 있으면 차라리 삼성전자 주식을 사라.길게 보면 부동산보다 주식이 수익률이 더 낫다."

그 말을 듣다보니 개포동 가려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래서 그냥 은행에 가서 대출 받았던 거 도로 갚고(그때만 해도 중도상환수수료 같은 게 없으니 망정이지) 손 털었다. 그때가 1992년 6월이었는데 당시 6000만원 정도 하던 개포동 주공아파트 11평형은 재건축 얘기가 슬슬 나오면서 8월부터 폭등하기 시작하더니 10월에는 1억8000만원으로 뛰었다. 2006년 부동산 경기가 한참 달아올랐을 때는 8억원을 호가하기도 했으니 재테크 측면에서만 보자면 실로 `앞머리 길게 늘어뜨리고 제발 날 잡아잡수`하고 찾아왔던 황금같은 기회였던 셈이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차라리 삼성전자를 사서 묻어두라는 말에 그만...

하기야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설령 샀더라도 10년~20년 묻어두는 일은 못했을 듯 싶다. 6월에 산 게 4개월만에 1억8000만원이 됐으면 바로 눈 뒤집혀서 팔았을 것이다. 대출 갚고도 단숨에 1억이상 되는 돈을 벌었으니 직장 때려치우고 유학이나 가지 않았을까 싶다. 유학을 갔으면 또 돌아와서 무엇이 돼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그때 인생의 흐름이 크게 한번 바뀔 뻔 했던 것은 분명하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그때 그 선배의 말대로 삼성전자 주식을 샀으면 개포주공 11평형보다 훨씬 더 `대박`이었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 1992~2013.6 주가 그래프


1992년 6월 무렵 삼성전자 주가는 주당 3만3000원 수준이었다. 3000만원 어치를 샀으면 약 1000주를 샀다는 얘긴데 지금 시가(약 130만원)로 치면 단순계산으로 13억원어치다. 그 중간에 배당, 무상증자 기타등등을 합치면 개포주공 11평형 저리가라 하는 엄청난 수익을 자랑했을 테니 그때는 기회의 신 카이로스가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떼로 지어 왔던 게 틀림없다.

실제로 한국거래소가 지난 30년 동안(1983~2012년) 주요 자산의 투자수익률을 비교해 봤더니 주식이 28배로 가장 높았다.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15배지만 배당 수익까지 포함할 경우 수익률이 28배로 높아진다는 것.같은 기간 채권 수익률은 16배, 금과 부동산(강남지역 아파트 기준)이 각각 4.2배 였고 정기예금 수익률은 7.8배 였다.

정기예금 수익률이 7.8배 라는 얘기를 들으니 정말로 눈이 확 도는 듯 했다. 재테크 한다고 없는 시간 쪼개며 난리법석을 피울 게 아니라 그냥 또박또박 정기예금 열심히 넣었으면 지금 웬만한 자산보다 더 수익률이 나았을 거란 얘기 아닌가.

물론 대부분의 월급쟁이들이 그렇듯이 그때 내가 설령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고 해도 아마 기껏 30% 정도 수익 나면 바로 팔아치우지 않았을까. 그러고선 여기 솔깃, 저기 솔깃 `팔랑 귀`로 다니면서 온갖 잡주들에 군침 흘리다가 재테크 잔혹사의 막을 내렸을 터이다.

◇ 재테크는 `시간을 사는 것`이다.

지금 와서 깨달은 것은 재테크의 본질은 `시간을 사는 것`이라는 점이다. 재테크에 성공해서 팔자 고친 사람들(애면글면 월급에 목매다는 월급쟁이 신분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남보다 먼저 투자를 하고 정말 눅진하게 충분한 시간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한번 주식을 사면 10년은 예사요 15년씩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중간 중간 목돈을 써야 할 피치 못할 사정(갑자기 아버지가 아프시다거거나 혹은 전세금을 확 올려줘야 한다거나 등등)이 생기지 않는 한 절대 허물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승자는 결국 기다리는 자의 몫이다. 월급쟁이가 주식투자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참을성이 없어서 그렇다. 좋은 주식을 골라서 투자했으면 10년을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거꾸로 말하면 10년동안 투자할 각오로 종목을 골라야 하는데 우리가 어디 그런가? 습자지 처럼 얇디 얇은 귀로 이리 팔랑, 저리 팔랑 하고 다니니 도무지 승산이 없는 없는 거다. 지금부터 라도 곰곰히 생각해보자. 나한테 1억원이 있다면(처음부터 강조했지만 최소 1억원의 종잣돈을 모으기 전까지는 재테크에 나서지를 마라!) 10년동안 어디에 묻을 것인가? 그 질문에 답이 나오면 실행에 옮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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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월급쟁이들은 주식투자에 실패하는가(5)

왜 돈을 벌고 싶은가?

재테크를 하기 전에 그런 생각을 먼저 해봐야 할 것 같다. 뭐 그런 당연한 질문을 하느냐고 코웃음을 칠 지 모른다. 그런데 정말 돈이 있어도 정작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우적우적 돈만 벌다가 인생 종치는 사람도 진짜 많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무렵 이었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무임승차로 상경해서 악착같이 짜장면 먹으며 일약 3조원대 거부(巨富)가 된 모 회장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동부이촌동의 70평대 아파트였는데 막상 집에 들어가보니 목 부러진 선풍기를 초록색 테이프로 칭칭 감아놓고 재활용센터에서 주워온 목침을 좋아라 하며 자랑하는 것이었다. 글쎄, 다른 사람이 봤으면 검약함의 상징이라고 칭송했을지 모르나 내가 보기엔 돈을 모을 줄만 알았지, 돈을 제대로 쓸만한 안목도 교양도 갖추지 못한 졸부(猝富)의 모습이었다. 결국 그 회장님은 IMF때 쫄딱 망해서 숫자로만 있던 거금 3조원 역시 고스란히 공중으로 사라져버렸다.

만약 돈이 많을 수록 사람이 행복하고 자유롭다면 돈이 넘쳐나는 재벌 2·3세들은 왜 마약,도박,여자로 신세를 망치는가. 너무 어이없는 일 아닌가.

우리는 흔히 돈을 통해 `자유`를 얻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자유`가 의외로 `독(毒)`이 되는 경우가 정말 많다.나 만은 그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지만 실제는 이와 다르다.인간의 속성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자유를 갈망하다가도 막상 자유를 얻으면 타락해버리는 게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싶다.

돈에 빠져죽을 정도로 돈이 많은 재벌 3세 중 한 사람은 "마약,도박,여자,자동차,오토바이,와인,운동...정말 손에 잡히는대로,마음 가는대로 하고 싶은대로 다 해봤는데 그래도 뭔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공허가 채워지지 않더라.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2%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재벌 3세는 "죽을 것만 같았던 그 무료함과 공허함이 하느님 알고부터 사라졌다"면서 요새 열심히 교회를 다닌다고 했다.

돈 없는 우리가 보기에는 이게 웬 X소리 인가 싶지만 거꾸로 한번 생각해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매일 A++급 꽃등심에 살치살 구워먹고 사고 싶은 거 다 사고 매일 호텔 돌아다니고 맛사지 받고 맘 내키는대로 외제차 골라 사고...그런 게 과연 며칠이나 갈까. 얼마동안 이나 즐거울까.손에 잡히지 않는 것, 갖고 싶은데 갖지 못하는 것...인간은 그런 것에는 열정을 쏟아도 이미 손에 들어온 것,갖고 있는 것은 소중한 줄 모르는 법이다.

실제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새 옷을 산 즐거움은 불과 20분,새 차를 산 즐거움은 하루,집 평수를 10평 넓혀간 즐거움은 일주일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고 한다.시간이 가면 갈수록, 새록새록 즐거움을 주는 것은 `공부(배움)와 봉사`라고 하니 참 인간이란 이상하게도 생겨먹은 족속이다.

요즘 출판계의 화두가 `힐링(Healing)`에서 `행복(Happiness)`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한동안 "아프지? 힘들지? 내가 위로해 줄께"류의 책들이 판을 치더니 이제는 `일단 행복하고 보자`는 쪽으로 마음들을 돌린 듯 하다. 왜 돈을 벌고 싶은가 하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아마 "행복해지고 싶어서"라고 답할 것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 행복은 재력(財力) 순 일까? 일찌기 그런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 답도 이미 많이 나와 있다.

 

다니엘 길버트라는 학자가 쓴 `Strumbling on Happiness`라는 책을 보면 절대빈곤을 탈출해서 중산층에 진입하는 수준까지는 부와 행복이 정(正)의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한다. 돈이 많아지면 행복도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이상의 수준이 되면 돈과 행복간의 상관 관계는 거의 없다고 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경우 연봉이 5만달러 이상인 경우 연봉이 1만달러인 사람들보다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연봉이 500만달러 인 사람들은 연봉 10만달러 이하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밥을 먹을 때와 마찬가지로 돈 역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국가별 연구에서도 1인당 구매력이 8000달러까지 될 때는 부(富)와 행복간에 강력한 정(正)의 상관관계가 있었으나 그 이후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과거 50년간 미국과 일본,프랑스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은 두배로 증가했으나 행복지수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국가,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10대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행복도가 최저 수준인 반면 자녀가 다 성장해서 집을 떠나고 나면 행복도가 급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간된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로버트 스키델스키)라는 책을 보면 `좋은 삶(good life)을 살기에 충분할 정도`를 부(富)의 척도로 내놓는다. 스키델스키는 단순히 더 많이 버는 것은 삶의 목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오로지 더 많은 돈을 벌려고 사는 사람은 점점 더 뚱뚱해지려고 먹는 사람과 다를게 없다는 것이다.`좋은 삶`을 위해서는 돈 외에도 건강, 안전, 존중, 개성, 자연과의 조화, 우정, 여가 등 7가지 기본재가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2010년 즈음엔 주당 근로시간이 20시간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기계화로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란 생각에서다. 하지만 201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노동자들의 주당 근로시간은 여전히 34시간을 상회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소득의 불평등은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1970년 까지만 해도 미국 상위 기업 CEO의 연봉은 근로자 평균 임금의 30배 정도였지만 지금은 263배에 달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증이다. 긴 시간의 노동에서 비롯된 괴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과도하게 소비에 집착하다보면 소비를 하기 위해 노동을 더해야만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한다. 남이 가진 것을 다 갖고 싶어하고(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그러다 보면 남과 다른 것을 갖고 싶어하게 되고(스노브 효과:snob effect) 결국에는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터무니 없는 가격을 주고 쓸데없는 물건을 사는(베블렌 효과:veblen effect)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정말 요즘 한국인들의 삶을 잘 설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일찌기 `충분한 것을 너무 적다고 여기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많은 것도 충분하지 않다`고 설파했다. 현실에서 에피쿠로스적`자족의 삶`은 쉽지 않다.

 

연봉 30~40억원을 받으며 자산이 최소한 200억원은 됨직한 전직 삼성그룹 CEO 한테 "이제는 충분하다고 느끼시나요?"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대답은 "I`m still HUNGRY!" 였다.

자신한테 200억원이 있어도 여전히 미국 천섬(Thousand Islands)지역의 섬 하나가 1000만달러를 호가하고 걸프스트림 자가용 비행기 하나가 500억~600억원 이니 여전히 부자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 속으로 정말 `뜨악`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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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월급쟁이들은 주식투자에 실패하는가(6)

월급쟁이들이 주식투자,포괄해서 재테크에 실패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탐욕(貪慾)의 부재(不在)`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요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전두환 전(前) 대통령 일가 얘기를 해보자.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환수하기 위해 실로 눈이 현란할 지경으로 화려한 초식들을 선보이고 있다. 압수수색,계좌 추적,출국 금지 등 검찰이 선보일 수 있는 초식은 다 나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데 과연 검찰은 원하는 대로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20년 이상 된 과거 거래내역을 일일이 다 뒤져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자식들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초의 비자금이 종잣돈이 돼서 재산이 증식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재산이 다른 형태로 바뀌거나 증식된 경우 얼마나 환수가 가능할 지도 쉽지 않은 문제다.검찰 스스로도 "멀고도 험한 길이 될 것"이라고 자인했을 정도로 지난한 작업이다.

대신 검찰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을 종합해보면 여러가지 초식들을 화려하게 휘둘러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를 전방위로 압박,결국 자진해서 추징금을 토해내게 만드는 게 기본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전재국 씨나 전재용 씨와 관련된 결정적인 `약점`을 검찰이 이미 확보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전 전 대통령 일가쪽에서 십시일반 1000억원대 정도를 자진 반납하면 검찰이 봐줄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검찰은 펄쩍 뛰었다.검찰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1000억원을 내더라도 수사는 계속하겠다는 것이니 1000억원 정도는 일단 내는 게 좋을 것이라는 얘기로도 들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청와대 재임기간 중 거둔 `관행적` 불법 정치자금 규모는 9500억원 이상이다. 1996년 1월12일 서울지검 특별수사본부는 전 전 대통령을 특가법상 뇌물수수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삼성과 현대 등 43개 기업 대표44명 에게서 7000억원을 거둬들였을 뿐만 아니라 새마을성금 1495억원,일해재단기금 598억원,새세대육영회 찬조금 223억원,새세대 심장재단기금 1099억원 등 각종 성금 및 기금 명목으로 2515억원을 받아 총 950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2295억원만이 뇌물로 인정돼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 받았다. 추징금 2205억원중에 현재까지 533억원만 환수해 1672억원을 미납한 상태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올 때 들고나온 채권만 해도 16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봤다. 이 같은 비자금이 종잣돈이 돼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의 시공사 그룹,차남 전재용 씨의 부동산개발회사 비엘에셋,3남 전재만 씨의 미국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딸 전효선 씨의 경기 안양시 땅 등으로 증식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처남 이창석 씨까지 포함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일가가 소유한 기업과 부동산의 총액이 1조원대가 넘는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전두환 전 대통령 가문의 추징금 환수 과정을 지켜보며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답답해 하는 대목은 이것이다.

"저렇게 돈이 많은데 웬만하면 자식들하고 일가 친척들이 갹출해서 추징금 확 내버리지 그래? 정 안되면 그냥 현물로 내놓든지...언제까지 못볼 꼴 보고 살거야. 손자 손녀들이 두고두고 얼굴 못들고 다닐텐데...본인이나 자식들이 그 동안 얼굴도 못들고 다니고 수모 당한 것 생각해봐...나 같으면 돈 내고 말겠다. 추징금 내도 3대가 먹고 살 만큼은 충분히 남겠구만...쯧쯧."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생각도 과연 그럴까?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재국 씨와 재용,재만 씨 등 전 전 대통령 자제들이 변호사와 만나서 상의를 했는데 "세간의 예상만큼 돈이 많지 않아 고민"이라고 했다고 한다. "아무리 돈이 없다고 해도 국민들이 믿어주겠느냐"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부동산이든 기업체든 대부분 은행 대출을 끼고 있는데다 검찰의 전격적인 수사 착수 이후 사업에 심대한 타격을 입어 매출이 급전직하 라는 얘기였다. 이대로 가다간 부도를 낼 수 밖에 없다며 답답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전재국 씨 소유의 허브빌리지에서 압수된 350여점의 미술품 역시 실제 가치가 부풀려진 것이라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초기에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차려도 될 정도라는 과장된 보도가 나왔지만 차츰 대부분 판화작품이나 도록용 사진 이어서 실제 가치는 2억~3억원도 채 안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 해도 겉으로 드러난,본인들 명의의 국내 자산만 따져도 1인당 최소 1000억원대 자산가들로 보이는데 왜 그들은 "돈이 없다"고 할까?

1950년대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가 주장한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는 존재일 뿐"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1000억원은 꿈도 꿀 수 없는 거액이지만 누군가에게 1000억원은 1조원,10조원을 갖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가난한 수준일 수도 있다.실제로 매출 3000억~6000억원 사이 중견기업 오너들이나 그 자제들을 보면 생각 밖으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조기유학을 떠나 MBA 자격증 한둘은 갖추고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이사 또는 상무로 낙하산 투입되는 과정까지는 같은데 막상 끼리끼리 어울려 보면 기업 규모 격차에 따른 은밀하고 위대한 차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3000억원을 갖고 있어도 3조원,30조원 가진 다른 사람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느껴진다고 한다. 이럴때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하는 생각에 앞서 이같은 `남다른 탐욕`이 부(富)를 일구고 유지하는 근본 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자들의 가장 큰 속성은 `남다른 탐욕(貪慾)`이다. 그리고 이는 부(富)가 지극히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국내 유력 재벌가의 사모님이 유럽 박물관과 아트페어를 돌아보다가 "아유~~~나도 돈이 좀 많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네"라며 한탄했다고 한다. 웬만한 그림 한점이 수백억원을 호가하니 그런 그림들을 척척 살 수 있는 세계적인 더 큰 부자들에 비하면 자신은 그야말로 빈곤층이라고 느꼈을 법 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 자제들을 포함한 일가가 유달리 남다른 탐욕의 소유자들이라기 보다는 그들이 자라오고 지내는 환경 자체가 그 정도의 부(富)는 당연하고 그보다 못하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듯한 착시(錯視)와 공포를 유발하고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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