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면 뒤바뀌는 '甲·乙 인생'… 결국 살아남는 건 乙이더라
대한민국 乙이여, 당당하게 살자 조선일보 곽창렬 기자 입력 2013.05.06 10:25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카카오톡 인사말은 "웃으며 삽시다"다. 청문회 때 너무 웃어 문제가 될 정도로 그는 인사말처럼 늘 웃으면서 살았다. 천성이 그럴 수도 있지만, 웃음이 절실히 필요했던 업무 성격이 윤진숙 스타일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한 중앙정부 공무원은 "윤 장관이야말로 을(乙) 생활을 잘해 갑(甲) 위에 오른 '대한민국 대표 을'"이라고 말했다. 지리학 박사인 그는 장관에 오르기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원과 본부장을 지냈다. '연구'라는 본업 이외에도 그가 탁월한 수완을 발휘한 것이 중앙정부를 드나들면서 개발원이 사용할 예산을 따내는 일이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의 말이다. "자신보다 스무살 어린 정부부처 사무관과 주무관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몇달 전만 해도 장관을 함부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6, 7급 공무원을 찾아다니며 부탁했다. 그는 늘 웃고 다녔다. 하위 공무원에게 더 상냥하고 친절했다."
'웃으며 삽시다'는 대한민국 을(乙)들의 대표 금언(金言)이자 경구(警句)다. '갑질'이라고 불리는 갑(甲)들의 횡포에 힘들고 서러울 때마다 이 경구를 떠올리고 찌그러진 안면 근육을 바로잡는다.
하지만 이렇게 평생 얼굴과 마음을 단련한 '을'과, 얼굴 근육을 펴지 않고 살아온 '갑'의 처지는 훗날 정반대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을은 갑이 되지만, 갑은 절대 을노릇 못 한다
포스코 계열사 상무가 승무원을 때린 사건과 관련해 "45년간 '갑 대우'를 받아오던 포스코의 문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포스코 간부의 발언이 최근 한국 사회에 '갑을(甲乙)' 문제를 부각했다.
하지만 포스코의 한 퇴직자는 "공기업, 또는 독과점기업 출신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45년 갑 생활의 대가를 퇴직 후 치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갑' 업무에 오래 있었던 사람일수록 퇴직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퇴직 후 실패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또 다른 직업이 은행원들이다. 한 전직 은행원은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을 당한 은행원 중에 지금 퇴직금을 원금이라도 유지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퇴직금으로 서비스업을 시작했는데, 은행원 습관대로 갑의 자세로 일하다 보니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5년 동안 은행에서 일하다가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김모(65)씨는 "다닐 때는 잘 몰랐는데 은행에서 을 생활을 한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80대 정도 택시를 굴리는 그는 예금을 끌어오는 수신 쪽에서 주로 근무했다. 요즘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가 재직할 때만 해도 은행 업무 가운데에서도 수신은 '을'로 분류되는 분야였다. 그는 예금을 부탁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었다. 동창회에 가서 친구들에게 부탁하고, 아내와 함께 아파트를 돌아다니면서 전단도 뿌렸다. 허리도 굽혀봤고, 고개도 숙여봤다.
김 사장의 이야기다. "기사가 교통사고나 신호위반을 하면 뒤처리를 해야 한다. 승차 거부나 승객 불만으로 고발이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다. 우수한 기사를 데려오기 위해 회사를 알려야 한다. 이 나이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바닥에서 뛰었던 경험 때문이다."
그가 '을'의 일을 할 때 '갑' 입장에서 일하던 동료는 지금 대부분 실업자다. 김 사장은 "갑으로 살았던 친구들은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절대로 못한다"고 말했다. 을은 갑이 될 수 있지만, 갑은 을이 못 된다는 얘기다.
◇을의 복음은 '목표'… 을은 늘 꿈꾼다
8년째 제약 영업을 하는 서모씨는 얼마 전 병원 입구에서 '개하고 ○○제약 관계자는 출입금지'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리베이트 처벌의 영향이었다. "나도 예쁜 자식을 가진 사람인데…" 병원 앞에서 이런 설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영업은 연애와 같은 것이다. 처음부터 '당신 좋다'며 받아주는 사람 있나?"
제약 영업에 뛰어들었을 때 회사는 그에게 술 먹는 교육부터 시켰다고 한다. 의사들이 술자리에 부르면 무조건 가야하고 술 취해서 자칫 실수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소주 2잔이었는데, 지금은 소주 4병을 마신다. 마시면서도 긴장한다.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마신다. 내가 쓰러지는 것은 항상 의사가 쓰러진 다음이다."
그는 을에게 가장 필요한 생존법을 묻는 말에 '목표'라고 했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기 어렵다. 목표가 없는 영업사원은 한두 곳에서 상처를 받으면 다음 거래처로 발길을 옮길 힘을 잃는다." 그는 "나에겐 단기, 중기, 장기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는 실적을 올리는 것, 중기는 영업왕이 되는 것, 장기는 내 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가 말한 두 번째 생존법은 '존경'하는 것이다. "내가 상대하는 의사들은 똑똑한 사람들이다. 그냥 배운다는 생각으로 대하면 마음이 상할 일이 없다." 그리고 세 번째 생존법을 '선(線)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영업을 하다 보면 형님, 아우 하면서 친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망한다. 갑을 대하는 을의 철칙은 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을의 맛'은 어떤 것일까?
"정말 잘나가는 폐암의 권위자가 있었다. 진료가 있는 날마다 우리 회사 음료수를 갖다 놨다. 하루도 안 빠졌는데, 한마디가 없더라. 그런데 2년째 되는 날 의사가 나를 불렀다. '내가 원래 한 3년은 사람을 지켜보는데, 보니까 넌 정말 된 놈이다. 앞으로 내 방으로 와라.' 이런 맛이 있다. 이 맛을 알면 '갑질'을 이겨낼 수 있다."
◇을은 '대책 없는 갑'을 불쌍히 여긴다
국내 항공사간 서비스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것은 아시아나항공이 생기면서 항공업계가 경쟁체제로 진입하면서다. 승무원 출신 교육업체 대표인 권경리씨의 말이다. "승객 중에서 승무원 엉덩이를 몰래 터치하는 사람이 있다. 고의적으로 그랬더라도 무조건 곧바로 '죄송합니다. 손님, 몸에 스쳤습니다'라고 하도록 돼 있다."
승무원 세계에선 선배들이 후배에게 비공식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승객을 대하는 마음이다. "가장 중요한 게 승객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일등석, 비즈니스석을 타는 승객이라도 실제로 그럴 수 있다. 10시간 이상 긴 시간을 타고 가서 낯선 땅에서 공부하고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니 얼마나 불쌍한가."
대구에서 섬유업체를 운영하는 박모 사장은 50개의 거래처에 납품하고 있다. 모든 업체는 아니지만, 상당수 업체의 구매 담당 직원이 접대 대상이다. 밥을 사주고, 룸살롱도 데려간다. 명절과 휴가철에는 거래 규모에 따라 A·B·C로 나눠 100만·50만·30만원 상품권을 나눠준다.
"20대 후반, 30대 초반 대리가 '자, 한잔하라'며 반말을 쓴다. 내 여자 파트너(접객원)가 예쁘다며 파트너를 바꾸기도 한다. 하룻밤 100만원이 넘는 술자리에서 왕 노릇하지만, 그 대리 연봉은 3000만원이다." 그들을 보면서 "돈을 못 버니까 접대라도 받으려고 하지…. 저 위치에서 내려오면 나락으로 떨어질 텐데…"하며 측은해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게 밑바닥에서 빡빡 기는 내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내가 훨씬 잘살 것이라고 다짐한다. 실제로 그럴 것이고."
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0506102507635
↑ [조선일보]
'웃으며 삽시다'는 대한민국 을(乙)들의 대표 금언(金言)이자 경구(警句)다. '갑질'이라고 불리는 갑(甲)들의 횡포에 힘들고 서러울 때마다 이 경구를 떠올리고 찌그러진 안면 근육을 바로잡는다.
하지만 이렇게 평생 얼굴과 마음을 단련한 '을'과, 얼굴 근육을 펴지 않고 살아온 '갑'의 처지는 훗날 정반대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을은 갑이 되지만, 갑은 절대 을노릇 못 한다
포스코 계열사 상무가 승무원을 때린 사건과 관련해 "45년간 '갑 대우'를 받아오던 포스코의 문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포스코 간부의 발언이 최근 한국 사회에 '갑을(甲乙)' 문제를 부각했다.
하지만 포스코의 한 퇴직자는 "공기업, 또는 독과점기업 출신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45년 갑 생활의 대가를 퇴직 후 치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갑' 업무에 오래 있었던 사람일수록 퇴직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퇴직 후 실패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또 다른 직업이 은행원들이다. 한 전직 은행원은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을 당한 은행원 중에 지금 퇴직금을 원금이라도 유지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퇴직금으로 서비스업을 시작했는데, 은행원 습관대로 갑의 자세로 일하다 보니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5년 동안 은행에서 일하다가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김모(65)씨는 "다닐 때는 잘 몰랐는데 은행에서 을 생활을 한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80대 정도 택시를 굴리는 그는 예금을 끌어오는 수신 쪽에서 주로 근무했다. 요즘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가 재직할 때만 해도 은행 업무 가운데에서도 수신은 '을'로 분류되는 분야였다. 그는 예금을 부탁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었다. 동창회에 가서 친구들에게 부탁하고, 아내와 함께 아파트를 돌아다니면서 전단도 뿌렸다. 허리도 굽혀봤고, 고개도 숙여봤다.
김 사장의 이야기다. "기사가 교통사고나 신호위반을 하면 뒤처리를 해야 한다. 승차 거부나 승객 불만으로 고발이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다. 우수한 기사를 데려오기 위해 회사를 알려야 한다. 이 나이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바닥에서 뛰었던 경험 때문이다."
그가 '을'의 일을 할 때 '갑' 입장에서 일하던 동료는 지금 대부분 실업자다. 김 사장은 "갑으로 살았던 친구들은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절대로 못한다"고 말했다. 을은 갑이 될 수 있지만, 갑은 을이 못 된다는 얘기다.
◇을의 복음은 '목표'… 을은 늘 꿈꾼다
8년째 제약 영업을 하는 서모씨는 얼마 전 병원 입구에서 '개하고 ○○제약 관계자는 출입금지'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리베이트 처벌의 영향이었다. "나도 예쁜 자식을 가진 사람인데…" 병원 앞에서 이런 설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영업은 연애와 같은 것이다. 처음부터 '당신 좋다'며 받아주는 사람 있나?"
제약 영업에 뛰어들었을 때 회사는 그에게 술 먹는 교육부터 시켰다고 한다. 의사들이 술자리에 부르면 무조건 가야하고 술 취해서 자칫 실수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소주 2잔이었는데, 지금은 소주 4병을 마신다. 마시면서도 긴장한다.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마신다. 내가 쓰러지는 것은 항상 의사가 쓰러진 다음이다."
그는 을에게 가장 필요한 생존법을 묻는 말에 '목표'라고 했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기 어렵다. 목표가 없는 영업사원은 한두 곳에서 상처를 받으면 다음 거래처로 발길을 옮길 힘을 잃는다." 그는 "나에겐 단기, 중기, 장기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는 실적을 올리는 것, 중기는 영업왕이 되는 것, 장기는 내 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가 말한 두 번째 생존법은 '존경'하는 것이다. "내가 상대하는 의사들은 똑똑한 사람들이다. 그냥 배운다는 생각으로 대하면 마음이 상할 일이 없다." 그리고 세 번째 생존법을 '선(線)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영업을 하다 보면 형님, 아우 하면서 친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망한다. 갑을 대하는 을의 철칙은 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을의 맛'은 어떤 것일까?
"정말 잘나가는 폐암의 권위자가 있었다. 진료가 있는 날마다 우리 회사 음료수를 갖다 놨다. 하루도 안 빠졌는데, 한마디가 없더라. 그런데 2년째 되는 날 의사가 나를 불렀다. '내가 원래 한 3년은 사람을 지켜보는데, 보니까 넌 정말 된 놈이다. 앞으로 내 방으로 와라.' 이런 맛이 있다. 이 맛을 알면 '갑질'을 이겨낼 수 있다."
◇을은 '대책 없는 갑'을 불쌍히 여긴다
국내 항공사간 서비스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것은 아시아나항공이 생기면서 항공업계가 경쟁체제로 진입하면서다. 승무원 출신 교육업체 대표인 권경리씨의 말이다. "승객 중에서 승무원 엉덩이를 몰래 터치하는 사람이 있다. 고의적으로 그랬더라도 무조건 곧바로 '죄송합니다. 손님, 몸에 스쳤습니다'라고 하도록 돼 있다."
승무원 세계에선 선배들이 후배에게 비공식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승객을 대하는 마음이다. "가장 중요한 게 승객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일등석, 비즈니스석을 타는 승객이라도 실제로 그럴 수 있다. 10시간 이상 긴 시간을 타고 가서 낯선 땅에서 공부하고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니 얼마나 불쌍한가."
대구에서 섬유업체를 운영하는 박모 사장은 50개의 거래처에 납품하고 있다. 모든 업체는 아니지만, 상당수 업체의 구매 담당 직원이 접대 대상이다. 밥을 사주고, 룸살롱도 데려간다. 명절과 휴가철에는 거래 규모에 따라 A·B·C로 나눠 100만·50만·30만원 상품권을 나눠준다.
"20대 후반, 30대 초반 대리가 '자, 한잔하라'며 반말을 쓴다. 내 여자 파트너(접객원)가 예쁘다며 파트너를 바꾸기도 한다. 하룻밤 100만원이 넘는 술자리에서 왕 노릇하지만, 그 대리 연봉은 3000만원이다." 그들을 보면서 "돈을 못 버니까 접대라도 받으려고 하지…. 저 위치에서 내려오면 나락으로 떨어질 텐데…"하며 측은해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게 밑바닥에서 빡빡 기는 내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내가 훨씬 잘살 것이라고 다짐한다. 실제로 그럴 것이고."
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0506102507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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